그동안 봄 같았던 따뜻한 겨울 날씨에 한풀이라도 하는 것일까. 며칠째 최강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아침 최저기온은 한없이 내려가고 한낮 최고기온도 영하 아래로 뚝 떨어졌다.
외출하기도 망설여지는 날씨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좀 떨어진 곳에 걸린 태극기 깃발이 힘차게 펄럭인다.
능성 가는 길
밖으로 한 발짝 내밀려던 마음이 움츠러든다. 기온은 비슷한 것 같은데, 어제보다 바람이 조금 잠잠해진 듯하다. 계속 불어오던 바람도 잠시 쉬러 간 틈 사이에 계족산 자락 능성으로 올라간다.
늦은 오후 시간에 311번 시내버스로 환승했다. 대전역과 대동오거리를 지나 우암사적공원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서산으로 기울어가는 해는 사적공원 안으로 깊숙하게 따뜻한 햇빛을 던져주고 있다.
사적공원 내 남간정사 앞을 지나 오른쪽으로 능성 가는 길이다. 능성은 사적공원 뒷산 오른쪽 방향 능선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장 가까운 코스라 할 수 있다. 왼쪽 오르는 길을 경유하여 능선으로 올라선 후, 능성으로 갈 수도 있는데, 이동거리가 조금 더 길다.
사적공원을 지나면, 용운동에 있는 대전대학교 동문 방향으로 연결되는 도로 아래 지하통로를 지난다. 빠져나오자마자 능성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된다. 오르는 등산로는 하나밖에 없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최단코스다 보니, 경사가 급한 구간이다. 천천히 계단으로 된 등산로를 올라간다. 능선에 가까워 갈수록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가고 힘을 잃어간다.
두껍게 끼어입은 탓에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눌러쓴 모자와 장갑도 벗고 패딩 지퍼도 내려 더운 열기를 식혀 보려 했다.
강한 바람이 불지는 않지만, 한파를 몰고 온 겨울날씨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간간이 불어오는 찬 바람은 귀와 손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저녁 노을 담다, 능성 위에서
마지막 급경사 계단을 올라서면, 능성이다. 대전둘레산길5구간, 일명 계족산성길 코스에 위치하는 곳이다.
능성을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운동기구 위 나뭇가지에 "새해 복 많으 받으세요"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기를 기대한다.
기념물제11호인 능성은 가양동 뒷산 비름들 고개 위에 돌을 쌓아 만든 산성으로 성 둘레는 약 300m 정도이다. 성벽에는 동문과 남문터가 있고, 동쪽과 남쪽 성벽에는 성벽이 직각으로 만나는 부분에 치성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성벽의 대부분은 무너져 내려 원래의 모습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성내에서 백제시대의 토기 조각이 일부 발견되었고, 동쪽 성벽에 남아있는 치성의 흔적으로 보아 동쪽에서 침입해 오던 신라를 감시하기 위한 성으로 추정된다.
능성 뒤로는 경부고속도를 쏜살같이 달리는 자동차들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 방향으로는 계족산에 가려 그늘진 대청호가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석양에 비친 옥천 환산은 변함없이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하다.
앞으로는 대전시내 전경이 펼쳐졌다. 눈 쌓인 식장산으로부터 보문산 능선 뒤로 대둔산이 살짝 얼굴을 보여준다. 도솔산 너머 멀리 계룡산과 금병산 능선까지 대전을 둘러서서 호위하고 있다.
길게 이어진 능선 위로 저녁 노을 물들기 시작한다. 능성과 조금 떨어진 능선 길에는 많은 운동기구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겨울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날씨에 능성에 올라 저녁 노을을 담아봤다. 조금 더 머물고 싶지만, 어두워 지기 시작한다. 능선 위로 계속 불어오는 저녁 바람 내려가라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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