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숲에 머물다, 갑사 산책로
갑사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면 아주 오래된 괴목이 서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갑사로 발걸음 옮긴다. 산책로 양 옆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은 하늘 높이 가지를 뻗어 울창한 숲을 만들어 탐방객들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여유 있게 산책로 따라 걷다 보면, 반가운 시와 그림을 만나게 된다. 바쁜 마음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하나하나 눈을 마주친다.
여러 작품들이 숲에 머물며 기다리고 있다. 한구절 한 구절 음미하며 만남을 이어간다. 아쉽지만 두 작품만 적어본다.
첫 번째 만난 작품은 초대시로 나태주 시인의 '행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늘 하루의 삶에 행복으로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지구에서의 날들이
너무 빨리 간다
당신하고의 날들은
더욱 빨리 간다
그것을 오늘 나는
행복이라 부른다.
두 번째 만난 작품은 강은희님의 '그런 것처럼'이다. 산다는 것이 어찌 곧고 반듯하기만 하겠는가. 모르고 휘는 일도 있겠지만, 시의 표현처럼 때로는 알면서도 휘어야 하는 일지 않을까.
산다는 것은
때로 휘는 일이기도 하지
늙은 버드나무 밑둥이
살아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휘어져야 했듯이
휘돌아 흐르는 강물이 옆구리로 비틀어
길을 잡아가야 했듯이
곧고 크는 나무만 잘 자랐다고 할 수 없듯이
크고 반듯한 강물만 좋다고 할 수 없듯이
때론 알면서도 휘어지는 나를 견디는 일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듯이
숲에 머물고 있는 시와의 만남이 끝이 아니다. 지난 4월 산책로는 황매화로 노랗게 물들었다.
2023 계룡산 갑사 황매화축제 행사 때, 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었나 보다. 대상부터 입선까지 입상작품들이 줄을 섰다. 그중 한 어린이가 그린 대상, 성인이 그린 우수상 작품을 담아본다.
일주문 앞 매표소는 갑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 간판으로 교체되었다. 소중한 문화유산, 국민에게 가까이, 무료입장 안내판이 친숙하게 보인다.
산책로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일주문을 지나 탐방지원센터 앞에 도착했다.
갑사탐방지원센터 앞에는 음성해설을 들을 수 있는 시설물이 있다.
작품 소개로부터 1번~7번, 전체 듣기 등 메뉴 버튼을 선택하여 누르면, 필요한 부분을 듣게 된다. 소개 버튼을 눌러보니, 안내판에 적힌 내용이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갑사로 가는 길 음성해설
『갑사로 가는 길』은 1972년에 발표한 이상보 선생의 대표작으로 한 때 고교 국어교과서(1975~1983)에 수록되었던 단편수필입니다.
계룡산의 남매탑 설화를 소재로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걸쳐 갑사로 가는 여정이 부드러운 필치로 잘 그려져 있습니다.
무장애탐방로인 사천왕문 가는 길을 멀리서 바라보고, 갑사자연관찰로 안내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자연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자연관찰로
자연관찰로에는 중간중간에 숲관련 소개 안내판이 설치되었다. 철당간과 대적전 앞을 경유하여 갑사 대웅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코스이다.
소소하게 보이던 꽃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유일하게 활짝 핀 원추리 두송이가 보인다.
피톤치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연관찰로에 숲 속의 보약 피토치드를 소개하고 있다.
숲속의 보약 피톤치드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등에 저항하려고 분비하는 천연 항균 물질로 특히, 소나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시기적으로 나무가 잘 자라는 초여름과 늦가을이 적기이고, 하루 중에는 오전 10:00~12:00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사람이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어 얼굴색이 아름다워진다.
자연관찰로 깊숙한 곳에 철당간지주가 서있다.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사용했다는 당간지주는 숲 속 넓은 공간을 홀로 잘 버텨내고 있다.
보물 제256호, 갑사 철당간지주
당간은 깃발을 달아두는 깃대로 ‘당’은 깃발을, ‘간’은 긴 기둥인 장대를 말한다.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이용되는데 철로 만들어져 철당간이라 부르며,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유일한 당간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철당간에서 계단을 올라서니 대적전에서 독경 소리가 들려온다. 스님의 목소리가 주변을 꽉 채우고 있다.
대전적 앞 100일 동안 꽃이 핀다는 배롱나무 아직 꽃 필 기미가 안 보인다. 예쁜 꽃과 설명이 붙은 안내판을 들여다본다.
100일 동안 꽃이 피는 배롱나무
100일 동안 꽃이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은 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이 익어갈 때까지 100일 넘게 꽃이 핍니다.
그래서 백일홍(百日紅) 나무로 부르다가 배기롱나무를 거쳐 배롱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글거리는 뙤약볕 아래 화려한 프릴 모양을 한 꽃은 여름꽃의 대명사답게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유별나게 시선을 끄는 것은 배롱나무 수피입니다.
연한 홍갈색에 얇은 조각이 떨어져 흰 얼룩무늬가 생기면 반질반질해 보이는 수피는 배롱나무만의 특징입니다.
이런 연유로 배롱나무를 사찰 마당에 많이 심었는데, 마치 배롱나무 껍질을 벗어 버리듯, 수행자 또한 세속을 벗어버리고 수행에 정진하라는 의미라 합니다.
갑사 배롱나무 꽃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갑사계곡물이 흐르는 대전교를 건너면, 갑사 본건물이 위치한 대웅전으로 향한다.
대웅전에도 스님의 독경소리 흘러나온다. 그 뒤로 정성 들여 불공 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울창한 숲 갑사 산책로에 시와 그림이 머물고 있다. 자연관찰로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져 있다. 그 숲길을 걸으며, 여유 있는 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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