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고장 옥천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정지용 시인을 빼놓을 수 없다. 옥천 구읍에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지용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지용문학공원이 위치한다. 나지막한 야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교동저수지와 가까이 붙어있다.
지용문학공원은 출입구가 3개이다. 주출입구와 부출입구 2개가 있다. 부출입구 1로 들어섰다. 그런데 산책로에 보도블록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구역이 일부인 줄 알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는데, 산책로 전체 공사였다. 공원을 병풍처럼 둘러쌓은 언덕 위를 한 바퀴 돌아 나왔다.
멋진 시와 풍경이 있는 지용문학공원
- 위치 : 옥천군 옥천읍 상계리 2번지 일원
입구에는 지용문학공원을 조성하게 된 경위와 시인에 대한 소개 글이 빽빽하게 적혀있다. 한창 젊을 때, 시인의 모습인지 멋진 청춘이 넘쳐흐른다.
정지용 시인은 190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정지용 시인은 자신의 시세계를 꾸준히 새롭게 발전시켜 당대 최고의 시를 쓴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로 불린다. 정지용 시인은 휘문고보에 재직하는 동안 제자 오장환을 시인으로 길러냈고, 김영랑, 박용철과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다.
1939년에는 문장지 추천위원을 맡아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 청록파 시인을 문단에 배출했으며, 해방 후 1946년에는 윤동주를 경향신문에 소개, 시인의 반열에 오르도록 시적멘토 역할을 했다. 1935년 「정지용시집」, 1941년 「백록담」을 출간하여 우리 문단 최고의 시인으로 자리 잡은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위상을 널리 알리고자 ‘향수’의 고장 옥천에 지용공원을 조성한다.
주출입구는 공사 중으로 출입할 수가 없고, 왼쪽으로 데크계단을 올라섰다. 탁 트인 넓은 잔디광장이다. 가까이는 옥천 구읍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는 길게 뻗어 흘러내리고 있는 장령산 능선과 그 뒤로 서대산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뒤로는 활짝 핀 벚꽃 나무 옆에 널리 알려진 시가 두 편 기다리고 있다.
시인의 대표작, '호수'와' 춘설' 시비가 보인다. '춘설'은 다가오는 봄에 대한 설레는 마음과 지나가는 겨울에 대한 허전함이 녹아 있는 듯하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아마에 차라.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라
옹승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고 싶어라.
두 번째 넓은 잔디 광장으로 올라섰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날망이다. 소나무 숲 아래 빈 의자 넉넉하게 보인다. 날망 언저리에 시비가 서 있다. 정지용 시인이 아니라 박두진 시인의 '하늘'이다.
하늘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 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넓은 잔디광장에서 내려오면, 벚꽃산책로이다. 활짝 핀 벚꽃 산책로에서 뒤돌아서면, 교동저수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넓은 지용광장과 스탠드가 있는 곳이 공원의 중심인데, 보도블록 공사로 인해 들어가기가 어렵다. 공원 곳곳에 여러 시비가 보인다.
지용문학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공원 정문에서 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 중이다. 공원에서 실개천 따라서 내려가려고 한다. 그 끝에 지용문학관과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다. 도로 옆 작은 화단에 진한 붉은 꽃봉오리 터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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