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성묘 가는 길 "
2022. 9. 10.(토)
계속되는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추석 명절도 예외일 수 없다. 코로나19 후, 여럿이 모이는 것이 어렵게 되었으니 큰 형님 집에 모여서 제사를 지내는 일은 중단되었다. 중단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 모여 성묘 가는 일도 그렇게 되었다. 추석 문화도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고,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니 왈가불가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편하게 느껴진다. 불편함을 많이 느꼈었다면,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문화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점진적으로 불편한 것은 없앨 수도 있고, 간소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일일 것이다. 변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기에 말 꺼내기를 어렵게 생각하고 주저하기도 한다. 그래도 편한 것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는가. 나도 편하면 좋다. 다만 만남의 기회가 빠르게 줄어들어서 아쉬움도 생긴다. 만남과 관계를 통하여 행복도 느낄 수 있지 않는가.
오늘 고향으로 성묘를 갔다. 둘째 형님과 조카가 동행했다. 짧은 만남의 시간동안 소소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해되고 보이기 시작한다. 성묘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떨어진 밤을 주우며, 어린 시절 추억으로 되돌아갔다. 길까지 뻗어나온 넝쿨에 달린 호박이 노랗게 되었다.
호박
" 장모님 산소를 찾아 온 기특한 사위 "
며칠 전, 벌초를 마쳤다. 둘째 형님과 사촌 형님이 예초기로 풀을 깎고 사촌 동생과 나는 주로 쌓인 산소 주변으로 풀을 옮기는 일을 했다. 힘들어하는 사촌 형님의 예초기를 잠시 어깨에 메고 풀을 깎아봤는데, 쉽지 않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생일이 몇 달 늦어서 그렇지 사촌 동생과 나이가 같다. 고향에서 같이 태어나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며 함께한 시간이 많았다. 사촌 동생은 지금 금산에 있는 시골에서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지내고 있다. 작은 농막 앞에 300평 정도 되는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다. 몸에 이상으로 거동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연인처럼 생활하고 있다.
풀을 산소 주변으로 옮기는 일은 조금 여유가 있었다. 3시간마다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동생과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간간이 대화를 나누었다. 벌초하러 오기 전, 시골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시골 이웃에 살고 있는 동네 분이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단다.
식사하고 있는데, 한 젊은이가 올라오더니
휴대전화에 GPS를 보여주며, 장모님의 산소를 찾고 있다며 위치를 물어 왔다.
마을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던 동네 분은 마을 뒷산에 있는 산소를 알려 주었다.
산소 위치를 확인하고 산에서 내려온 젊은이는 장모님 산소를 벌초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먼저 10만 원을 드릴 테니, 벌초를 끝낸 후에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후에 10만 원을 추가로 보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산소
산소를 찾아가는 일, 벌초하는 일 등 쉬운 일이 아닌데,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산행하다 보면 산 중턱에 산소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되어 산소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선산이든, 공원묘지든 장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세월은 흐르고 모두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장인, 장모님이 돌아가신지 몇 년이 흘렀다. 매장을 원하셔서 시에서 관리하는 넓은 공원묘지에 합장했다. 추석 전에 벌초할 필요가 없어 편하기는 하다. 아내는 명절과 제삿날에 빠지지 않고 공원묘지를 찾아간다. 시간이 되는대로 아이들과 함께 가는 때도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뒷바라지를 다 해주셨으니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기특한 사위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가능한 한 함께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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