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마지막 벌초.
해마다 이때는 벌초 시즌이다.
고속도로 정체가 심하기도 하고, 한가하던 시골길도 차들이 자주 목격된다.
오늘도 벌초하고 오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새벽 일찍 멀리서 서둘러 출발한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벌초하면서 그리고 끝낸 후 어떤 생각이었을까? 무슨 말을 나누었을까?
1. 벌초하러 가는 길에
아침 일찍 사촌들과 함께 벌초했다.
오래전에는 산소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이산 저산을 찾아야 했다.
나무가 우거져 위치를 찾기 힘들 때도 있었다.
그나마 지금은 한곳에 모아서 전보다 어려움은 덜해졌다.
벌초하는 모습
2. 벌초하면서 생각한 것은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에 나오는 가사다.
와서 보니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도 들국화도 아닌
잔디와 이름 모를 풀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고조, 증조, 조부모님 산소는 산 중턱에 있고
부모님은 조금 떨어진 곳에 가족묘가 평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2곳을 해야 했다.
예초기 2개를 돌리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려 끝났다.
산소 옆 할미꽃
3. 벌초 마치고 한 말은
사촌 형님의 입에서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모두의 힘든 마음을 대변한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사용하지 않던 예초기를 사용하다 보니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예초기를 돌리는 일도 갈퀴질하는 것도 해보니 힘들다.
형님들뿐만 아니라 모두 나이 들어간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모두 아픈 곳을 최소 하나씩은 안고 살아간다.
앞으로 누가 이것을 할 것인가.
오늘이 마지막 벌초였으면….
장인, 장모님은 공원묘지에 합장되어 잘 관리해주고 있으니
때로는 처가댁이 부러울 때도 있다.
벌초를 하는 것, 하지 않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각각 가족의 형편이 모두 다르니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갈등을 내려놓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행복은 관계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산행 중 우연히 지나가다
가족묘 입구에 쓰여있는 표지석을 보았다.
벌초를 마친 모든 분을 응원한다.
벌초를 하든 하지 않든,
표지석 글처럼
조상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을까?
이것이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이 아닐까?
왔니
고맙다
사랑한다
행복해라
오늘
모두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가족묘 입구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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