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장맛비가 멈췄다. 장시간 호우경보 속에 살다 보니 일상이 된 거 같다.
하얀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모습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시골로 잠시 농사일 거들러 왔다.
들녘에서 파란 하늘 모습을 담아본다.
언제 검은 구름이 몰려와 호우로 변할지 모른다.
하얀 구름이 더 하얗게 보인다. 파란 하늘도 더 짙게 보인다.
푹푹 찌는 비닐하우스 안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서 있기만 해도 푹푹 찐다.
얇은 비닐을 통과한 햇빛은 뜨거운 열기를 몇 배로 키운 것 같다.
금세 땀이 흐르더니 흠뻑 젖었다.
직은 모종 때부터 지금까지 하우스 안에서 자란 방울토마토는 인내심이 대단하다.
푹푹 찌는 하우스 안에서 잘 견디기도 한다. 견디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겨냈다. 성장했다. 그 결과 꽃 피우고 맛있는 열매를 맺었다.
사람 키만큼 자란 토마토는 붉은 방울토마토 열매를 넉넉하게 선물로 제공했다.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한 듯하다.
이제 거의 꽃도 지고 열매도 사라졌다.
곧고 굽은 고추 모양대로
고추밭에서 수확한 고추 모양이 어찌 이렇게 다양할까.
한 통에 들어있던 고추를 양쪽에 빈 박스를 두고 두 종류로 분류했다.
왼쪽은 곧게 뻗은 고추, 오른쪽은 굽은 고추로 다시 담았다.
크게 보면 같은 종류의 묘목이다.
같은 고춧대에서 꽃피고 열매를 맺었는데, 생김새가 이렇게 다르다.
고추가 다르듯 사람도 그렇다.
모양이 다르고 성향도 각각이다.
곧은 것은 곧은 것대로 굽은 것은 굽은 것대로 고유의 존재 가치가 있다.
다름과 차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교해서 좋고 나쁨을 구별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생김새가 어떻든 색깔이 어떻든 각자 고유한 존재 가치가 있다.
옥수수를 심은 이유
옥수수밭으로 가 본다.
작은 키가 아닌데도 우뚝 자란 옥수수 사이에서 위를 올려다봐야 한다.
그 옥수수 대가 넘어진 것들이 많다.
장마비에 넘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옥수수 열매를 따 먹으려 울타리를 뚫고 들어온 야생짐승이 힘이 센 모양이다.
옥수수밭 주변에 그물을 쳤다는데, 비둘기가 걸렸다.
푸드덕 거리는 비둘기를 그물에서 풀어주니 하늘 높이 날아 사라진다. 그물에 걸려 고생했다.
옥수수를 판매하려 수확하고 있지만, 본래 옥수수를 심은 목적은 다른데 있었다.
농사짓는 일에 관한 연수를 받을 때, 밭을 기름지게 하려면 옥수수를 심으라고 했단다.
밭도 쉬어 가야 하는데, 쉴 틈이 없다.
1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고 건너뛰면 어떨까.
그래야 재충전되고 땅이 갖고 있는 본질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농사일 모르는 사람의 헛된 생각일까.
저녁에 도착한 호우경보 안내 문자
틈틈이 들녘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시시각각 변한다. 때때로 검은 구름 흘러간다.
맑은 날이 하루는 갈 수 있을까.
저녁이 되니 장대 같은 빗줄기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호우경보 안전 안내 문자 도착했다
파란 하늘은 하루를 가지 못했다.
언제 다시 파란 하늘 볼 수 있을까.
그날이 내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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