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잠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어제 파란 하늘이 이어지기를 기대했는데,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엊그제는 제방 둑 아래까지 물이 차 올라 엄청난 양의 황톳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유등천 모습은 어떨까. 우산을 받쳐 들고 천변으로 향했다.
잘 버티고 살아남은 자
짧은 기간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렇게 많이 흐르던 물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제방 계단으로 내려가 산책로까지 내려가 본다.
둔치에서 자라던 풀들은 벌써 기운을 차리고 허리를 세웠다.
강하고 빠른 물에 눌려 숨 쉴 틈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 모습 그대로다.
다시 살아난 생명력이 대단하다.
그 기세에 눌리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이겨냈다.
천변에 있던 버드나무들 중 큰 나무만 남기고 모두 물에 잠겼었다.
냇가 작은 버드나무들은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아직 본래 모습이 아니다. 아직 허리는 휘어 있고 굽어있다.
그래도 얼마나 대견한가. 강한 물살에 부러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온전하게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천변과 둔치에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큰 버드나무들은 무표정하다.
아니 티를 내려고 하지 않을 뿐일 것이다.
큰 물 흐름에 얼마나 힘을 써겠는가.
있는 힘을 다해 버텼을 것이다.
그 기둥에는 어디선가 떠내려 온 부유물들이 함께 걸려있다.
물이 저 정도 차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맹꽁이 서식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 키를 넘는 수풀 속에 맹꽁이들이 있었는데, 그 풀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아직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호우가 내리기 전에는 맹꽁이 소리가 귀를 막아야 할 정도로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지금은 한 마리의 울음소리조차 안 들린다.
수많은 맹꽁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한 마리도 남았다면, 노랫소리가 들릴 텐데, 소리도 사라졌다.
둑 위로 피신한 것인지,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휩쓸려 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디에 있든 살아남아 멋진 노래를 불러줘야 하는데, 궁금증이 더해진다.
빗줄기는 변함없이 받쳐든 우산 위를 타고 흘러내린다.
유등천 변에 흐르는 물소리는 작으나 힘 있게 흘러간다.
냇가 바닥 작은 굴곡을 흐를 때는 한바탕 휘돌아가며 큰 소리를 낸다.
그러고는 넓은 평지를 흐를 때는 아주 평온한 모습으로 적막하기까지 하다.
이상기후, 다시 회복하려는 지구의 몸부림
올해 장마는 아니 극한호우는 많은 흔적을 남기고 인적, 물적 피해를 남기고 있다.
그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언제 그 끝이 오려는 지도 모른다.
세상 이곳저곳에서도 폭우와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누구는 이상 기후라고 한다.
지칠 대로 지친 지구의 신음소리인지 모른다.
그리고 다시 회복하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어서 빨리 그 몸부림이 끝나고 평온한 상황이 오기를 기대한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활짝 핀 꽃에서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찌르는 그날이 말이다.
내일 또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까.
▶[또다른일상] - 대전·세종·충청 극한호우, 유등천 이런 모습은 처음
▶[또다른일상] - 오랜만에 개인 파란 하늘, 들녘에서 바라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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