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이 오기 전, 지난 2월 중순 처음으로 하얀 매화꽃을 만났다. 찬기운이 남아있는 늦겨울임에도 매화 꽃봉오리들은 꽃망울 터트리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인내를 상징하는 매화의 꽃말이 그 모습에서 풍겨 나는 듯했다.
눈이 부시도록 노랗다, 황매화
봄의 정원은 하루가 다르게 변신한다. 새 풀이 돋아나고 새로운 꽃이 피기 시작한다. 걷다가 처음 보는 꽃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완연한 봄으로 들어선 3월 말, 공원 산책로에서 첫 번째 만난 꽃, 노란 황매화였다.
꽃이 활짝 핀 것을 보니 며칠은 지난 듯하다. 꽃 피는 시기는 잘 아는 것은 꿀벌이다. 노란 색깔에 이끌려, 진한 향기를 따라 찾아 왔을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예쁜 황매화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가던 길을 돌려 황매화 앞으로 발걸음 옮긴다. 공원 한 구석에 울타리 치듯 길게 줄지어 섰다.
최인택 시인의 작품 ‘황매화 피는 날에'는 이때를 잘 노래했다.
노오란 매화 피는 날에
안산은
화창함과 더불어 바람도 초대했다
길손들이 그 바람을 타고 와
너의 품 섶에서 안겨 노닌다
우리가 날마다 스쳐갈 동안에
이름조차 서로 몰랐다
내 사랑하는 님의 손에 이끌리어
너의 품에 나를 안길 적에
너의 그 이름/ 황매화라 들어
내 님을 향해 소리쳤다
나! 저~아이 안고 싶어~
순간 덥석
너의 말 없는 품 섶은 되레
나만을 포옹하였다
황매화~ 너!
피는 날에
내 사랑하는 님은
너로 인한 질투마저 접었더라
아니! 너를
나로 사랑하라 하더라
봄날이 있는 한
영원히~
나의 님은
너의 처소에
질투 없이
같이 한다 하더라
며칠 지나더니 황매화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다. 노란 빛깔을 잃어 가고 있다. 벌써 절정을 지나고 떠날 때가 되었나 보다. 그런데, 그 옆에 비슷한 꽃 봉오리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음은 네 차례였구나, 겹황매화, 죽단화
노란 황매화는 조금 일찍 피기 시작했다. 빨리 떠난 듯한 그 자리에 겹황매화가 얼굴을 내밀었다. 노란 황매화를 겹황매화에게 자리를 양보한 셈이다.
- 분류 : 속씨식물>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
- 황매화 꽃말 : 숭고함, 높은 기풍
- 개화시기 : 4월∼5월
꽃잎이 5장인 황매화는 홀꽃, 죽단화 또는 죽도화로도 불리는 겹황매화는 겹꽃이다. 색깔은 노란색으로 같지만, 모양은 전혀 다르다. 피는 시기도 황매화가 조금 일찍 피는 것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황매화가 떠난 울타리 모양 자리에는 겹황매화가 절정의 순간을 누리고 있다. 축 늘어진 줄기는 봄바람에 이리저리 춤추듯 흔들린다.
겹황매화의 꽃말 '숭고함', '높은 기풍'에 '기다림'이 더해졌다. 하얀 매화의 모습을 닮은 꽃, 따뜻한 봄날까지 오랫동안 기다린 듯하다.
공원 구석이 아닌 방문객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 옆에 겹황매화 한 움큼 모여있다. 멀리서도 눈길을 끄는 겹황매화 앞에서 카메라에 예쁜 모습을 담는다.
봄꽃은 큰 선물처럼 느껴진다. 지금 황매화는 포장지를 완전히 걷어냈다. 활짝 웃고 있는 봄꽃 앞에서 넉넉하게 담고 누려야 한다.
작년 4월 말 계룡산 갑사를 찾아 갔었다. 해마다 갑사로 진입하는 산책로 주변에서 '갑사 황매화 축제'가 열린다. 4월 중순, 황매화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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