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인동 만세로 광장에서 울리는 함성
인동네거리에서 대전천을 건너는 다리, 보문교이다.
다리 건너기 전, 천변으로 봄바람에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곳이 있다.
삼일절이 있는 3월에 가볼 만한 곳, 인동 만세로 광장이다.
광장 중앙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자리 잡고 있다.
조형물 앞에는 3.16 인동장터 만세운동 기념비가 세워졌다.
중앙 왼쪽에는 만세의 그날 아트휀스, 오른쪽에는 신인동 만세돌이 의자에 앉아있다.
◇ 3.16인동장터 만세운동 기념비
기념비 뒷면에는 '인동장터 만세운동의 유래'에 관한 설명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인동장터 만세운동은 1919년 3월 30대 한 청년이 장터에 쌓아 놓은 가마니 더미 위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 시위대가 수백 명으로 불어나자, 위협을 느낀 일본 헌병대 등이 시위대에게 잉크를 뿌려 잉크가 묻은 사람을 중심으로 무차별 총격과 체포에 나섰다.
이후 전통 생업에 종사한 젊은 민초를 중심으로 2차례에 걸쳐 전개된 평화적, 비폭력적인 독립 만세운동에서 십여 명의 사망자와 백여 명이 크게 다쳤고, 체포된 청년 중 대다수가 옥고를 치렀던 대전 최초 만세운동이다.
기념비를 살펴본 후,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둘러보았다.
옆에는 조형물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세한 해설을 덧붙였다.
보통 같으면, 전체 모습만 보고 지나쳤을 텐데, 하나하나를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머리털부터 맨발까지, 망치부터 바위까지 각각 깊은 의미가 깃들어있다.
◇ 평화의 소녀상
- 머리카락
일제 침략에 힘없이 무너져간 조국, 그 조국의 국민들 또한 시대의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그 서러움의 표현이다.
- 옷
옷이 외부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도구라면, 국가는 외세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하는 울타리다.
소년의 조각난 누더기는 당시 상황이 그러하지 못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 보따리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간절함을 품고 끌려간 소녀의 애잔한 맘을 가슴에 꼭 껴안은 보따리로 표현하였다.
- 철조각
거칠고 녹슨 철을 그대로 사용해 핍박의 상흔과 신산하고 어두운 당시의 현실을 형상화하였다.
- 맨발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애절한 소망은 무참히 깨지고 혈혈단신 타국에서 두려운 삶을 살아내야만 했던 소녀의 아픈 운명을 말해주고 있다.
◇ 강제징용 노동자상
- 표정
가슴속의 분노, 슬픔, 고통이 가득하다.
그들의 표적이 말해주듯, 다시는 응어리진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읽을 수 있다.
- 몸
앙상하게 마른 몸, 하지만 뼛속까지 붙어있는 근육처럼 끝까지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는 굳은 다짐과 일제의 갖은 핍박에도 굴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숭고한 생명력을 형상화하였다.
- 바위
역사를 왜곡하고 숨기려는 일본의 어둡고 그릇된 의식을 바위로 표현하였다.
또한 망치와 정에 의해 끝내 부수어질 일제의 탄압을 상징한다.
- 망치와 정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야 말겠다는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불굴의 의지와 열망을 망치로, 아픈 과거를 청산하고 일본의 역사 왜곡을 깨뜨려 바로잡아 나아갈 국가의 역할을 단단하고 곧은 정으로 표현하였다.
◇ 만세의 그날 아트휀스
조형물 앞 빈 의자에 "나는 죽었지만, 나라는 살렸다."는 문구가 보인다.
모두 하나로 해방을 위해 힘차게 외치는 모습이다.
◇ 신인동 만세돌이
신인동 만세돌이 자신감 있는 표정이어서 보기 좋다.
빛나는 눈과 엄지 손가락에 힘이 넘쳐나는 듯하다.
만세로 광장 기념 벽화의 의미는
데크로 된 광장을 돌아보고 대전천 아래로 내려갔다.
천변 넓은 공간, 둑방 벽 좌우로 벽화 이어졌다.
왼쪽 벽화의 주제는 '저항', 오른쪽 벽화의 주제는 '자유'이다.
억압에 저항하고 자유를 찾은 모습이 사람들이 표정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 작품 제목 : 저항
인공 만세 장터의 회색 모노톤의 벽화작품은 일본의 제압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조국을 되찾으려는 한민족의 ‘저항’을 표현한 작품이다.
비장하고 결의에 찬 시민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총칼로 무장한 일본군들의 나약한 뒷모습을 표현하였다.
◇ 작품 제목 : 자유
인공 만세 장터의 붉은 모노톤의 벽화작품은 일본의 총칼에 맞서 해방을 되찾은 한민족의 ‘자유’를 표현한 작품이다.
아이, 어른, 노인, 모두가 태극기를 흔들며 자유를 되찾은 해방에 기쁨을 다양한 인물의 표정과 몸짓에 따뜻한 색을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광장에 설치된 화장실 외벽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다.
삼일절이 있는 3월, 대전에서 가볼 만한 곳, 대전천변에 인동 만세로 광장이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갖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분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희생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서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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