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가는 골짜기에 있다고 하여 세동이라는 지명이 유래했다는 마을, 상세동과 중세동을 합하여 세동이라고 부른다.
왼쪽은 관암산, 오른쪽은 백운봉이 우뚝 솟아오르고 그 사이에 골짝기 굴곡도 없이 반듯하게 남쪽으로 뻗어 내렸다.
세동 마을 가는 길, 가을 풍경
아침 9시에 대전 서남부터미널을 출발한 42번 버스는 세동으로 향했다. 성북동산림욕장 입구 방동저수지 옆을 지난 버스는 계룡시에 도착하기 전,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세동천 옆길을 따라 올라간다.
긴 골짜기라 그럴까. 세동천 옆 좁은 도로를 지나며, 내려오는 차와 마주하여 후진으로 길을 터주느라 천천히 이동하기 여러 번이다.
세동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논밭 비닐하우스에는 쑥갓과 상추 등 여려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세동행 시내버스는 50분 정도 지나 큰 느티나무가 넓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세동 1통 경로당 앞에 주차한 버스는 다음 출발 시간까지 새내로 나가는 마을 손님들을 기다린다.
경로당 앞에 아담하게 세워진 표지석엔 상세동을 노래한 시인의 글이 적혀있다. 오래전부터 불러오던 마을이 어딘지 알 수는 없으나, 옛 지명은 정겨움을 더해준다.
상세동
산 좋고 공기 맑고 인심 좋은 간은동
세동천 젖줄삼아 큰뜸 새뜸 옹기종기
주민이 하나로 사는 유서 깊은 길지다.
마을길 옆에 서 있는 이정표들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빛바랜 이정표와 글씨는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편안함을 전해준다.
마을 안길을 지나며, 세동마을 가을 풍경을 마음 속에 하나 둘 담아본다.
대문으로 들어서는 길 옆에는 가을 소식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울긋불긋하다.
붉은색, 연분홍, 하얀 코스모스는 어디서 마주하더라도 친근함이 있다.
뜨거웠던 여름과 폭우에도 쓸어지지 않고 꼿꼿하게 자세를 잡은 벼들은
수확할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듯하다.
살목재 돌담길 따라가는 산책로
마을길을 조금 더 올라서면, 백운봉 등산코스로 이어진다.
길 따라 나지막한 돌담 쌓였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돌담은 무성한 덩굴로 덮였다.
돌담 옆에는 듬성듬성 가지에 매달린 감 노랗게 익어간다.
한 시인은 돌담 아래 살목재 돌담길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살목재 돌담길
고운 흙 끌어안고 세월을 견디던 돌
곡괭이 무딘 잘에 돌무덤이 되었다.
초동의 발길 뜸해진 살목재라 돌담길
길가에 도열하여 등산객을 맞이한다
뻐꾸기 울음 따라 다가오는 왕솔밭
길가의 담쟁이처럼 돌담길로 오른다.
인적 드문 돌담길을 따라 걷는다.
따뜻한 햇빛 받으며 걷다 보니 돌담길 끝지점이다.
산으로 들어서는 오솔길에 작은 정자 기다리고 있다.
정자 옆 안내판에 적힌 글을 바라보며,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깊은 골짜기는 아직도 마르지 않고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고 나뭇잎 살랑거린다.
숲 소리와 치유의 공간
평상에 누워
숲의 숨소리를 느껴보아요.
찰랑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약수터 물 흐르는 소리를...
잠시 정자에 앉아 동행한 친구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친구는 최근에 읽은 책 내용을 전해주었다.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가.
돈도 권력도 아니란다.
하루하루 큰 탈없이 살아가는 삶이 성공한 삶이란다.
성공에 대한 잣대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늘 하루를 소확행 한다면,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에 위안을 삼는다.
가늘고 긴 세동 골짜기를 오르고 있다.
나뭇가지 부러지고 낙엽 쌓인 골짜기에 하얀 구절초 예쁘게 폈다.
구절초 축제장의 꽃 못지않다.
깊은 골짜기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래도 다행이다.
가을이 지나기 전, 구절초는 깊은 산속에서 꽃 피우기까지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
백운봉으로 가는 골짜기 오솔길 좁아진다.
산 정상까지 길은 계속된다.
▶[편안한 둘레길] - 직동과 이현동 마을 연결한 대청호 데크다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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