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인 6월은 초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다. 제68회 현충일을 며칠 남겨놓고 국립대전현충원 보훈둘레길을 찾아가 본다.
국립대전현충원 한 바퀴, 보훈둘레길
현충원 정문을 들어서 민원안내실 건너편이 만남의 장소이다. 보훈둘레길의 출발지점이면서 도착지점이다. 보훈들레길 표지석과 종합안내도가 보인다.
종합안내도 상세한 지도 위로 국립대전현충원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국립대천현충원은 명산 계룡산의 맥을 이어받은 이상적인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330만㎡ 대지 위에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영면해 계시는 보훈의 성지이며 나라사랑교육의 장이다.
보훈둘레길은 7개 무지개 색깔 순서대로 길이 연결되어 있다.
빨강길, 주황길, 노랑길, 초록길, 파랑길, 쪽빛길 마지막으로 보라길로 불린다.
총거리는 10.04㎞로 편히 걸을 수 있는 원점회귀형 산책로이다.
둘레길의 첫 번째, 빨강길로 들어섰다.
보훈둘레길은 전체적으로 여러 종류의 나무들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빨강길에 들어서자마자 쭉쭉 뻗어 오른 나무들이 줄지어 섰다.
화백나무, 편백나무 등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은 넉넉한 그늘을 만든다.
그 사이로 시원한 바람 계속 불어온다.
숲속에 생김새가 좀 다른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목백합이라고 소개한다.
침엽수가 대세인 숲 속에 넓은 잎을 가진 목백합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했다.
거의 평지 수준인 빨강길을 걷다 보면 오른쪽 아래로 기관차가 서 있을 것을 볼 수 있다.
현충원에 웬 기관차일까. 이 구간을 걸을 때마다 늘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빨강길을 잠시 벗어나 기관차와 마주했다.
역사 속 그 날 이야기, 호국철도기념관
Korean War & Railroad Memorial
한국전쟁 당시 약 2만여명의 철도인이 조국수호의 일념으로 군사 수송작전에 참여하여 287명이 순직하였다.
1899년 철도개통 이래 공무수행 중 약 2,500여 명이 순직하는 등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철도영령의 숭고한 넋을 추모하고,
조국근대화의 첨병으로 국가발전에 기여 국민의 발이 되어 달려온 철도의 발전상을 알리기 위해 건립하였다.
미카형 증기 기관차 129호는 부산과 신의주를 오갔다고 한다.
앞에서 그 위세를 보니 신의주를 향해서 출발할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는 듯하다.
◇ 미카형 증기 기관차 129호
- 등록문화재 제415호
- 등록일 : 2008. 10. 17.
미카형 증기 기관차 129호는 텐더식 증기기관차로 1940년에 일본에서 제작하기 시작하여 조선 총독부 철도국 경성 공장에서 조립을 완료하였다.
텐더식 : 탄수차(증기기관차의 바로 뒤에 고정 연결되어 물과 석탄 등을 공급하는 차량)가 뒤에 달린 기관차
한국 전쟁 때 대전 기관차 사무소 소속인 김재현 기관사가 북한군에 포위된 미국 24 사단장을 구출하기 위하여 이 기관차에 미 특공대원 33명을 태워 적진으로 돌진하였다.
부산-신의주 등 주요 간선에서 운행되다가 1967년에 디젤 기관차가 등장하면서 운행이 중단되었다. 이후 1980년대 후반에 동해 남부선 부산-경주 구간을 운행하던 관광 열차의 기관차로 활동되다가 2008년 문화재로 등록되었다.
호국철도기념관 전시는 3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앞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서 기관차, 호국관, 역사관 순으로 관람 후 뒤에 있는 출구로 나온다.
◇ 호국철도기념관 전시 내용
- 기관차 : 증기기관차의 운전실 내부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
- 호국관 : 한국전쟁에 참전한 철도인의 희생정신
- 역사관 : 한국철도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발전해 가는 모습
◇ 호국관 전시 내용
- 철도영웅들의 비망록, 757일간의 기록
- 미카 129호의 별이 된 철도 영웅
- 추모의 벽
검은 석탄으로 뜨겁게 달아 올랐을기관실을 살펴 호국관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역사의 그 날 흔적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전시 상황에서 용기있게 뛰어든 철도 영웅들의 사진과 이력, 교훈이 될 어록들이 내부를 장식했다.
◇ 미카 129호의 별이 된 철도 영웅, 어록
진정한 용기란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지 속적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피터 슈라이어-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마하트마 간디-
맡겨진 책임에 충실하면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진다.
- 존 워너메이커-
도전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며
도전의 극복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한다.
- 조슈아 마린-
미카 129호의 별이 된 영웅, 철도 기관사
◇ 희생정신과 사명감으로 살아온 철도인 이동진 기관사
- 북한군의 탄약과 병기를 적재한 열차를 오관터널(전라선 서도역과 남원역 사이) 안에서 고의로 충돌시켜 북한군의 군수물자 수송을 저지
- 한국 최초로 철도 무사고 운해 100만㎞ 돌파
◇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철마와 함께한 김재현 기관사
- 미카 129호 열차를 몰고 황남호, 현재영 기관조사와 북한군의 포로가 된 미군 제24사단장 딘 소장 구출작전 도중 북한군 총탄에 의해 사망
- 철도인 최초로 서울 동작구 국립묘지에 안장
◇ 전쟁의 포화 속에 중앙선 철도를 지켜낸 철도참전용사, 김노한 기관사
- “적지의 군수품 적재차량을 회수하라”는 명령으로 북한군 점령하의 죽령역에 침투해 군수품 적재차량 8량 회수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
- “옹천~평은 간 내성천 철교 폭파” 작전에 투입되어 공병대원 20명과 TNT50상자를 기관차에 싣고 작전을 수행
추모의 벽, <용사여, 철도참전 용사여>
-김구부 지음-
그대는 여기 돌아와 서 있다.
287위 그때의 꽃다운 영혼들이
여기 마치 거목처럼 서있다.
여기 마치 전진의 순간을 기다리는 철마처럼 당당히 서있다.
어디서 이제 돌아와
그대들의 눈은 아직도 형형하게 불타고 있는가.
쉰여섯 해 전 그 충절의 의지가 다시 살아나
저 남산의 푸른 솔처럼 꿋꿋하고 싱싱한가
(중략)
이제 그대의 이름으로
천년 만대의 영화를 증거 할 차례다
이제 그대의 이름으로
굳건한 애국혼을 가슴에 새겨야 할
그대 287위의 아름다운 영혼이여!
그대가 던진 56년의 세월이
부강 조국의 오늘을 이룩해 냈음을
그대의 피어린 순국의자가
선진 조국의 오늘을 만들어 냈음을
이제 우리들 모두의 마음의 뜰에
무더기로 무더기로 무궁화 꽃을 피워
그대들을 영접하나니
장한 용사여! 늘 푸른 철도 참전용사여!
겨레의 영원을 위해 다시 우리 앞에 서시라!
다시 우리들의 거울이 되시라!
마지막으로 한국철도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발전해 가는 모습을 전시한 역사관이 기다린다.
- 철도와 함께 한 사람들
- 한국철도 기적의 발자취
- 철길따라 떠나는 여행
- 철도 그리고 추억이 있는 풍경
보훈둘레길 빨강길을 걷다가 호국철도기념관 기관차를 탑승해 봤다.
전쟁의 와중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으로 고귀한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그 덕분에 다음 세대는 소중한 자유로운 세상을 선물 받았다.
현충원에 영면하고 있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안고 보훈둘레길 주황길로 발걸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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