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많이 내렸나 보다. 하루 종일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되었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제주도는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릴 것 같다. 우중에 천변 산책로를 찾아가 본다.
철새들과 함께 하는 천변 산책로
오늘은 어린이날인데, 비 예보로 야외행사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실내행사로 대체했겠지만, 맘껏 뛰놀아야 할 날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른 아침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유등천으로 향했다.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날씨에 관계없이 산책하는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천변에 새들이 많이 모여 있다. 계속 내린 비를 그대로 맞으며 밤을 보냈나 보다. 날개가 무거워 보인다. 아직 아침을 못 먹었는지 이리저리 날갯짓하며 날아다닌다.
대전천과 유등천이 합수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아직 대전천과 유등천 물 수량이 많아진 것 같지는 않다. 비가 소강상태인지 우산을 접고 산책 중이다.
물고기가 모일만한 장소에는 여지없이 새들이 많이 모여 있다. 오리들은 잠수하여 물고기를 찾고 있다.
계속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덮여있어 언제든지 퍼부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한밭대교 아래 농수산물 끝자락에 작은 다리를 건너고 있는 중이다. 반대편 길로 걸어 볼 생각이다.
다리를 건너면서, 멀리 바라보니 식장산이 선명하다. 산 주변에는 하얀 구름이 감싸고 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보문산 능선도 뚜렷하게 보인다.
다리 아래로는 한샘대교가 가깝다. 농수산물시장 방향 산책로에서 갑천 건너편을 바라보니, 새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산책로에 버드나무들로 푸르고 둑방길 가로수도 푸른빛 짙어가고 있다.
반대편 길에서 바라보면, 모습이 달라 보인다. 위치에 따라서도 다르게 보인다. 산을 오르고 내려올 때도 풍경이 다르다. 여러 곳에서 바라봐야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서로 입장을 바꿔보면, 달리 보인다. 내 입장만 생각하면, 조금밖에 볼 수 밖에 없다.
비 온 뒤 냇가 물은 혼탁하다. 그동안 대지에 쌓인 먼지를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이왕 내리는 비 넉넉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어린이날이라 좀 그렇지만, 봄 가뭄을 생각하면, 많은 비가 내려야 한다. 천변에 물이 더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땅에 달라붙어있던 때를 벗겨가기를 기대한다.
유등천과 갑천이 만나는 곳이다. 보를 막아 물이 많이 고였었는데, 비 소식에 물을 모두 흘려보낸 것 같다. 조금씩 모아진 수량이 제법 많아졌다.
멀리 계룡산 방향 산능선이 하얗다. 비가 쏟아지고 있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소강상태이던 하늘이 더 어두워졌다. 이내 여름 소나기처럼 퍼붓기 시작한다.
그늘막에서 소나기는 피해 가라
또렷하게 보이던 산과 건물들이 빗속에 숨기라도 하듯 희미해져 가지 시작한다. 운동화와 옷이 완전히 젖을 것 같아 산책로 옆 그늘막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소나기는 피해 가라'는 말이 있다. 조금 전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계속 가볼까 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하고 가던 길에서 그늘막으로 돌아왔다.
소나기를 피해야 한다. 소나기 쏟아지는 길을 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소나기는 곧 그칠 것이다. 그늘막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빗줄기는 가늘어졌다.
갑천 천변고속화도로 옆 산책로를 걷고 있다. 달리는 차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도로 옆 둑방에 아카시아 나무 일렬로 늘어섰다.
진한 꽃향기 가득한 산책로
요즘 어디서나 쉽게 맡을 수 있는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면서 산책로를 이어간다. 또 다른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찔레꽃이다.
어렸을 때, 찔레나무에서 새순이 돋아 나오면, 껍질을 벗겨 많이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찔레꽃도 아카시아꽃 향기 못지않다. 아카시아꽃 양보다는 못하지만, 찔레꽃도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다.
아카시아꽃과 찔레꽃 향기를 누리며, 갑천변 산책로를 걷고 있다. 이곳은 자전거 도로와 겸용 구간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직선로이다. 한 걸음씩 옮겨야 하는 걷기는 직선로든 곡선로든 별 상관이 없다.
전민동 아파트단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거의 목적지에 가까운 듯하다. 넓은 갑천 한가운데 무인도가 있다. 여기서 살아가는 동식물에게는 안식처와 같은 곳이다.
갑천 전민보에 도착했다. 물살이 좀 세진 것 같다. 흘러가는 물소리가 힘이 들어가 우렁차게 들린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 유등천에서 갑천변 전민보까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먹을 것과 쉴 곳이 넉넉한 새들의 천국이다. 갑천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도 천국이다. 모두에게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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