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한삼거리에서 환승한 312번 시내버스는 동해항으로 흘러들어가는 전천을 건너 북평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버스에 탑승했던 손님들은 모두 북평우체국버스정류장에서 하차했다.
1796년 개장한 민속시장, 북평5일장 한 바퀴
버스에서 큰 자루를 갖고 함께 내리신 할머니는 콩을 팔려고 오셨단다. 혼자 들기에는 무겁게 보이는 콩이 들은 자루를 선배와 함께 원하는 자리까지 들어다 주었다. 잘 파시라고 인사하고 시장이 선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골목으로 들어선 입구에 먹거리들이 풍성하다.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하여 아침 겸 점심을 시장에서 먹기로 했다. 아직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안 보인다.
골목길 양편에 진열된 물건들을 기웃거리며, 더 깊숙하게 들어가 본다. 오래된 고서와 철물, 옷가지와 생필품들, 장뇌삼까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장터 골목 중간쯤을 지나다 보니, 국밥 파는집도 문을 열었다.
- 특색 먹거리 : 메밀묵, 메밀전, 메밀전변, 선지국, 소머리국밥, 파전, 손칼국수, 보리밥 등
- 지역특산품 : 오징어, 맛조개, 명란, 느타리, 표고버섯, 영지버섯 등
골목 왼쪽에 작은 무대 공간이 있어 들어가 본다. 북평민속시장 문화광장이다. 숫자 3과 8이 적힌 것으로 보아 3일과 8일마다 시장이 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작은 광장을 지나 무대 위로 올라섰다. 무대 뒤에는 북평5일장을 소개하는 글과 흑백사진이 차례로 붙었다.
1796년 개장, 북평5일장의 역사
정조 20년(1796년)에 시작한 북평5일장은 월동(지금의 나안동) 다리 일대에 있었다. 동해 바다로 흘러가는 전천의 물길이 변하면서 전천 냇가의 남쪽 언덕으로 이설 했다.
1910년 10월 8일 대홍수가 발생한 후, 1912년 북평1리 남쪽마을에 장이 새로 생겼으며, 이곳이 ‘구 장터’가 되었다.
한일합방이 된 초기의 장터에는 일본인 상인 세 가구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에 대항하기 위하여 삼일상회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 후 1932년, 교통이 편리한 북평삼거리 일대로 이전하여 현재까지 지속되고, 6.25 전쟁 후, 상설시장으로 서서히 바뀌면서 건물 20호, 정미소 4개가 생겼다.
국내 3대 장터, 북평5일장의 특성
전북 익산장, 성남 모란장과 더불어 국내 3대 장터라 불릴 만큼 유명했으며, 6.25 전쟁 이후 삼척군의 11개 시장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컸다.
2008년 삼척시 미로에 최신식 시설을 갖춘 우시장이 들어섬에 따라 우시장을 이전하였고, 북평장터 및 그 인근을 두고 뒤드르, 뒷드루, 뒷드리라 불렀다.
북평의 고유어인 ‘뒷들’이라는 의미로 삼척의 북쪽, 뒤쪽의 넓은 들판이라는 뜻이다.
쇠전, 북평5일장의 우시장
우시장은 북평민속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보통 꼭두새벽에 열리는데 소는 중개인과 구매인의 품평을 받으며, 무게보다는 생김새를 주로 보고 값을 정했다고 한다. 어쨌든 잘생기고 봐야 할 일이다.
한때는 북평민속장의 쇠전(우시장)이 영동 일대 최대의 쇠전이었으나, 이제는 쇠전의 명성과 영광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시장이 끝나면 쇠전 입구 한편에는 잡동사니 가축시장이 열렸는데, 인근지역 주민들이 씨암탉이나 한 두 마리 개를 내놓거나, 집에서 기른 강아지를 장에 내놓고 팔기도 했다.
북평5일장의 문화, 북평원님놀이
북평원님놀이는 동해시 북평 일대에 정월 대보름 전후 전승된 집단적 대동놀이로, 주민들의 의사에 의해 선출된 원님을 모시고 모의재판을 하는 민속극형태의 판결놀이다.
과거에는 북평읍을 비롯한 13개 마을에서 연회 되었고, 연행시기는 정월대보름을 절정으로 전후 10일 정도 상연(上演)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통연회가 지역 축제로 확대된 특별한 경우로 가장 최근까지 전승되어 온 소중한 무형문화자원으로 남아있다.
시장 골목길을 한 바퀴 둘러보고, 골목길 입구오 다시 돌아 나왔다. 5일장이 열리는 날에만 문을 연다는 먹거리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자리 잡은 손님이 없는 것을 보니, 오늘 첫 손님이다.
잔치국수 3개, 메밀부침과 메밀전병 그리고 수수부꾸미는 각각 1개씩 주문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어야 하니 넉넉하게 주문한 거 같다.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선배는 막걸리를 먹어야 한다며, 1병을 추가했다.
음식 가격
메밀묵 4,000원, 잔치국수 4,000원
메밀부침 4,000원, 메밀전병 4,000원, 수수부꾸미 4,000원
소주, 맥주 각각 4,000원, 막걸리 3,000원, 음료수 2,000원
자리를 잡고 먹고 있으니, 손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장날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하다.
시장이 반찬이다. 먼저 나온 메밀부침과 메밀전병 그리고 잔치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후에 나온 수수부꾸미는 달짝지근하다. 사장님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메밀과 수수가루로 만든 것이라며, 설명을 덧붙인다.
식사를 마치고 서민들의 애환과 향수가 가득한 북평시장을 조금 더 둘러보았다. 흥정이 있는 전통시장에는 정겨움도 넘쳐난다. 없는 것 빼고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이 전통시장이요 민속시장이다.
북평삼거리 도로변에도 물건들이 넘쳐난다. 북평농협 앞을 지나며, 3개에 3,000원인 찐빵을 샀다.
북평시장에서 동해역까지 걷다
이제 동해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아침에 일찍 숙소를 나서면서, 15:20 제천으로 출발하는 기차를 탈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12:01 동해역을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에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다. 시내버스를 타려다가 동해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북평시장에서 동해역까지 거리를 확인해 보니, 1.7㎞이다. 아주 가까운 거리다. 날씨도 춥지 않아 걷기도 좋다. 도로를 따라 동해역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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