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조금 걸어야 한다.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건넌 후 매표소로 계속 걸었다.
가는 길바닥 보도블록에 아래와 같은 모양이 눈에 띈다. 여러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깔려있다.
그중에서 하나를 살펴보았다.
수목원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식물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아주 먼 시절부터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식을 이 지구를 건설해왔기 때문이다.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일 수 있다.
그런데 식물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하니, 머리 아플 일은 아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든,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식물들이다.
겸손한 마음을 가다듬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했다.
- 주소 :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수목원로 136
- 입장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무료 : 만 6세 이하, 65세 이상 등
매표소를 지나면 정면으로 국립세종수목원이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스탬프 투어, 가을 행사 안내문 등 팸플릿을 몇 개 집어 들었다.
수목원은 매우 넓은 장소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곳을 다니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한 곳을 가까이 살펴보기로 하고 똑바로 걸어 들어갔다.
가을 분위기가 만연하다. 실개울을 건넜다. 양쪽으로 갈대와 억새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직 나무들은 어리지만, 실개울 가에 잘 자라고 있다.
가을 하늘 아래 멀리 아파트 숲이 어울려 보인다.
개울 다리를 건너면, 한국 전통정원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풍류를 즐기던 선조들의 지혜, 한국전통정원
우리나라 전통 정원은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 친화적 사상을 바탕으로 인공적인 변화를 최소화하고 정원과 자연이 동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 선조들이 자연을 대했던 방식과 문화를 궁궐 정원, 별서정원, 민가정원으로 이루어진 한국 전통정원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시대의 문화를 담은 궁궐 정원
궁궐 정원은 왕이나 왕족이 휴식하고 거닐던 정원이다. 왕실과 나라의 권위를 위하여 조성되었고,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성이 투영되어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의 궁궐정원은 서울 창덕궁 후원의 방지원도(사각형의 연못에 하나의 섬)와 화계(꽃계단) 등의 궁궐 정원 요소를 반영하여 조성하였다고 한다. 사각형 연못은 땅, 연못 중앙의 둥근 섬은 하늘을 상징한다.
주변 정원에는 소나무, 매실나무, 능수버들, 앵도나무, 모란, 미선나무, 조릿대, 원추리 등이 자라고 있다.
사각형의 연못에 중앙에 소나무가 있는 하나의 섬으로 되어있다.
연못을 중심으로 도담정과 가온문, 솔찬루가 양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창덕궁 후원에는 부용정, 이수문, 주합루가 있다. 국립세종수목원 전통정원은 도담루, 가온문, 솔찬루이다.
이곳의 이름은 어떻게 정했을까. " [이유미의 수목원 산책길] 솔찬루, 한글로 지은 누각 이름입니다." 라는 언론 보도(2020.10.06)가 있었다. 원장님은 아래와 같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국립세종수목원 홈페이지 언론보도 15번)
- 솔찬루 : 소나무처럼 푸르고 옹골차다
- 가온문 : 세상의 중심
- 도담정 : 탐스러운 결과를 얻는다는 곳
동궐도
가온문 옆 오른쪽 방향에 대형 그림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매우 세밀하게 그렸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 능수버들이 있는 작은 영역을 확대해보았다. 능수버들이 살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덧붙여 있다.
조선왕조의 범궁인 경복궁 동쪽에 위치한 동궐(창덕궁과 창경궁)을 부감구도로 그린 그림이다.
순조 시절인1826~1830년 사이에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16개의 화첩으로 구성되어 있고, 하나로 합쳐지면 가로 576㎝, 세로 273㎝의 대형 규모이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각 1본이 소장되어 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본에는 <동궐도인>이 표기되어 있다. 고서화의 관례상 동일한 내용의 <동궐도천>과 <동궐도지>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각 박물관의 소장본 이외에 적어도 1본이 더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세필과 아름다운 채색을 써서 매우 정교하게 표현한 점이 주목할 만하며, 모든 건물과 시설에 이름을 써넣어 확인을 용이하게 해 놓은 점도 특징적이다.
궁궐 정원 내부를 한 바퀴 돌아보고 작은 문으로 빠져나왔다.
궁궐정원 외곽을 실개울이 둘러싸고 있다. 개울가에는 능수 벌들이 바람에 산들거린다.
외곽길로 한 바퀴 돌았다. 능수버들 사이로 갈대와 억새가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자연과 철학을 담은 한국의 정원, 별서정원
별서란 조선시대 선비들이 세속을 피하여 산수가 빼어난 장소에 은일, 독서 활동 등 전원생활을 즐기던 정원형 별장을 말한다.
별서정원은 당시 이상 세계를 표현하고 있으며, 정자를 짓고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립세종수목원의 별서정원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원림인 담양 소쇄원(명승 제40호)의 특징을 담아 자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고 한다.
주변 정원에 소나무, 매실나무, 대나무, 배롱나무, 산수국, 노랑 원추리, 옥잠화가 보인다.
- 하랑각 : 함께 높이 난다는 의미
하랑각이 있는 별서정원을 돌아 나왔다.
나오는 길목 담장 앞에 작은 감나무가 있다.
익어가는 감빛은 주변을 정겹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담장 밖으로 푸른빛의 왕대가 생기를 더해준다.
넓은 국립세종수목원에서 한국 전통정원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선인들은 자연을 벗 삼아 정원을 거닐며, 여유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 여유를 찾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추측된다.
왕이나 왕족이 거닐었던 궁궐 정원, 선비들이 세속을 피하여 유유자적하던 별서정원에서 왕이나 선비가 된것처럼 여유를 누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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