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
밖으로 나가가기 망설여지는 날씨다. 전국적으로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대설특보가 내린 지역도 있다. 하늘에 구름은 보이지만, 그나마 햇빛 비쳐서 다행이다.
잠시 밖으로 나가보니, 바람결이 칼날이다. 구름이 몰려오더니 잠시 눈을 휘날리기도 한다. 늦은 오후 공원으로 산책을 하러 가본다.
지하통로를 빠져나와 계단따라 설치된 보호대 난간에는 고드름 주렁주렁 매달렸다. 쌓였던 눈이 녹아 흘러내린 것일까. 굵지 않은 철 난간에 고드름이 제법 길게 보인다.
오래전 시골집 지붕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일렬로 줄을 섰다. 크고 작은 고드름을 손으로 만지면, 쩍쩍 달라 붙었다. 기온이 조금 올라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처마 아래 마당으로 단단하던 고드름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고드름은 어렸을 때, 추억이 깃들어 있다. 어디서나 고드름이 눈에 보일 때마다, 초가집 처마 밑에 달렸던 모습이 떠오른다.
공원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맹추위 날씨임에도 산책하는 분들이 여럿 보인다. 한파만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인데,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집을 나서기 전, 완전무장을 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단하게 감쌌다. 두 눈만 빼고는 마스크로 얼굴까지 가렸으니,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나는 행인들도 대부분 따뜻하게 두터운 옷을 걸치고 걷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쌓였던 눈이 거의 녹아 없어졌다. 많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이다. 산책로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서 넘어질 염려는 줄어들었다. 그래도 한발 한발 집중해서 걷는다.
공원에는 큰 버드나무 아래 정자가 3개 있다. 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던 여름이 생각난다. 호우가 내리던 날, 물이 빠지지 않아서 주변에 고였던 때도 있었다.
봄과 가을에는 정자에 자리잡고 책을 읽고 음료를 마시는 여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굵은 버드나무 아래 하얀 눈 흔적이 남아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찬 바람 스쳐간다. 정자 기둥과 의자 밑으로 겨울바람 빠져나간다. 늦은 오후 시간 바람이 더 차게 느껴진다.
바람은 빈 공간을 너무나 잘 아는 것 같다.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왔다가는 금세 떠나간다. 완전무장했다 생각했는데, 좁은 빈틈을 지나치지 않고 찾아들어온다.
한파가 강한 겨울바람과 함께 멀리 떠났으면 좋겠다. 그때쯤, 공원을 찾아 걷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버드나무 아래 정자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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