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수궁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 더 빨리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해설을 들으면서, 관람을 해보니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다.
어디서든 해설을 듣게 되면, 그만큼 보이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덕수궁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곳이 광명문으로 들어가는 함녕전 영역, 두 번째가 중화문으로 들어가는 중화전 영역 마지막으로 석조전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밖으로 중명전이 있는데, 덕수궁 주변은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해설사와 종합안내판 있는 곳에서 출발하여 처음 도착한 곳은 중화문이다.
그리고 중화전으로 들어섰다.
중화전 뒤에는 왼쪽부터 준명당, 즉조당 그리고 석어당 순으로 위치하고 있다.
대한제국의 황궁, 중화전 영역
중화문(中和門)
1902년에 건립된 중화전의 정문이다.
1904년 덕수궁 대화재로 소실된 후 새로 만들어 세워졌다고 한다.
본래 중화문 좌우에 행각이 있었으나 없어지고, 동측에 일부만 남아 있다.(출처 : 덕수궁 홍보물)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고 있는데, 중화문이라고 쓴 현판에는 그물망이 씌워져 있다.
현판에 왜 그물망을 씌웠을까.
중화문 앞에 서 있는 지금도 덕수궁 위로 새들이 많이 날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물망은 새들로부터 현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씌운 것이라이라고 한다.
중화문 계단을 올라서서 중화문을 통과했다.
덕수궁 중화전(中和殿),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성정
중화문을 들어서면, 넓은 광장이다.
제법 궁궐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이 군데 군데 모여있는 곳은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임금이 지나가는 어도를 걸어서 중화전으로 다가갔다.
러시아공사관에서 덕수궁으로 환궁한 고종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덕수궁을 정비하였다고 한다.
정전인 중화전 기단의 답도에는 용 문양을 새기고, 창호를 황금색으로 칠하여 황제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려고 한 것 같다.
중화전과 그 앞마당은 국가 행사를 치르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꽤나 넓어 보인다.
중화전 앞에는 2단으로 된 월대가 있고, 마당에는 넓적한 돌이 깔려있다.
임금이 다니는 어도(御道)를 중심으로 벼슬의 등급을 나타내는 품계석이 양 옆으로 설치되어 있다.
품계석은 정1품부터 정9품까지 일렬로 질서 있게 세워져 있다.
어도의 오른쪽 품계석에는 문관들이, 왼쪽에는 무관들이 있었다과 한다.
그 옛날 오래전부터 무관보다는 문관이 우대받았던 분위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중화전은 본래 중층 건물이었는데, 큰 화재로 건물이 모두 불에 타서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 후 1906년에 다시 단층으로 세운 것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중화전을 돌아보고, 중화전 뒤에 있는 준명당, 즉조당 그리고 석어당으로 이동했다.
준명당(浚眀堂), 다스려 밝힌다.
준명당은 고종께서 업무를 보던 편전이며, 함녕전이 지어지기 전에는 고종의 침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즉조당과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세 건물은 1904년에 화재로 없어졌던 것을 같은 해에 다시 복원한 것이다.
즉조당(卽阼堂), 즉위(卽位)
이 일대는 임진왜란 때 선조가 거처했던 전각들을 보존한 곳이다.
15대 광해군과 16대 인조가 왕에 오른 곳으로 알려져 있다.(출처 : 덕수궁 홍보물, 안내판)
석어당(昔御堂), 옛날에 임어(臨御)하였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을 갔다가 환도한 후, 거처하고 승하한 곳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건물이라고 한다.
석어당은 현존 유일의 목조 2층집으로 단청을 입히지 않아 소박한 살림집처럼 느껴진다.
건물에 단청을 칠하지 않은 깊은 뜻이 무엇일까.
선조는 임진왜란으로 어쩔 수 없이 멀리 피난을 떠나 어려운 생활을 겪었다.
궁궐 안의 편안한 삶에서 그때의 고난을 잊지 않으려 상징적으로 남겨 둔것은 아닐까.
석어당 옆 살구나무
살구나무는 초가집 마당뿐만 아니라 궁궐에도 흔히 심던 나무이다.
4월에 연분홍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7월에 살구가 열린다.
잘 익은 살구는 간식으로 먹고 살구씨는 약재로 썼는데, 만병통치약이라 할 정도로 널리 쓰였다고 한다.
석어당 옆 살구나무에 연분홍색 꽃이 활짝 필 봄 풍경을 그려본다.
석어당 뒷뜰에 소나무가 보인다.
가까이 준명당과 즉조당의 모습이 다정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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