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떠오르는 새해를 보러 집을 나섰던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아쉬운 발걸음을 한 것 같다. 어제부터 눈비가 내리고 구름으로 덮였던 하늘은 일출시간까지 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
점심때가 되니, 구름과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중천에 높이 솟아올라 따뜻한 햇볕을 던져주고 있다.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다.
용띠의 해인 새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3월초까지 '용, 날아오르다'는 주제로 전시회를 이어간다.
≪龍, 날아오르다≫, The Blue Dragon
- 전시명 : ≪龍, 날아오르다≫, The Blue Dragon
- 전시장소 :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
- 전시기간 : 2023년 12월 20일(수)∼2024년 3월 3일(일)
- 전시내용 : 갑진년 용띠 해를 맞아 용의 상징과 문화상 조명
- 전시자료 : 농기(農期) 등 유물과 영상 70여점
전시구성
- 1부.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
- 2부.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
- 3부. 프로야구 청룡 「비구름 조화」 3연승 선두에
1부에서 3부로 구성된 제목이 재밌게 표현되었다. 용을 본 사람은 없으되, 상상속의 모습은 아주 멋지게 그려낸다. 몇 년의 기다림 속에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연못과 마을은 전국 각지에서 만나기도 한다.
용의 해에 들춰보다, 청룡이라는 이름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3부의 제목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종목 프로야구에 관한 이야기다.
프로야구 창단 원년인 1982년에 6개 구단이 있었다.
- 삼성라이온즈, 롯데자이언츠, 해태타이거즈, 삼미슈퍼스타즈, OB베이스, MBC청룡
그중 지금까지 구단명을 그대로 이어오는 곳은 삼성라이온즈와 롯데자이언츠 2개뿐이다. 1982년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MBC청룡의 이종도 선수가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삼성라이온즈를 11대 7로 승리를 거뒀다.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훨씬 오래전에는 고등학교 야구가 인기을 누리고 있었다. 전국 4대 고교야구대회는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기,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꼽을 수 있다.
야구경기에서만 청룡이라는 이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군부대명, 영화제, 놀이기구가 있는 대공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비둘기부대, 맹호부대, 백마부대, 청룡부대
-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 기념 서울어린이대공원 개장과 함께 선을 보였던 청룡열차는 롤러코스터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금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모양과 기술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설치되었던 롤러코스터라고 한다.
트렌드코리아 2024 키워드, DRAGON EYES
2023년을 지배한 키워드는 인공지능이었다. 새해 2024년 키워드는 무엇일까.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10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① 분초사회
② 호모프로프트
③ 육각형인간
④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⑤ 도파밍
⑥ 요즘 남편 없던 아빠
⑦ 스핀오프프로젝트
⑧ 디토소비
⑨ 리퀴드 폴리탄
⑩ 돌봄 경제
10개의 키워드대로 진행될지 모르지만, 관심의 대상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공지능의 시대, 결국은 인간이다.
AI가 등장하여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조직하고 생산한다 하더라도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능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역량을 찾고 계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멋진 용을 디자인하고 화려한 색채를 입힌다 할지라도 최종적으로 점(눈)을 찍어 그 용을 하늘로 날아가게 하는 것은 사람이지 아닐까.
용이 될 것인가, 물고기로 남을 것인가, 용문점액(龍門點額)
대한상공회의소는 2024년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2024년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 ’ 기로(岐路)', '용문점액(龍門點額)', '살얼음판', '변곡점', 'Go or Stop' 등을 꼽아 올 한 해가 용이 될 것인지, 물고기로 남을 것인지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고 진단했다.
용문점액(龍門點額)
협곡을 흐르는 급류를 거슬로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강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물줄기를 힘차게 타고 오르는 문턱을 넘어서면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이 된다.
그러나 그 물줄기에 힘이 빠져 문턱을 넘지 못하면, 결국 부딪쳐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기고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 물고기로 살아가야 한다.
주변 환경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룡의 해인 2024년, 모든 사람들, ' 용문점액(龍門點額)'의 어려운 환경에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능력을 키워서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4년 새해 첫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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