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한 바퀴
합천 해인사 일주문을 들어선 후, 봉황문, 해탈문, 구광루 그리고 대적광전 뒤에 있는 팔만대장경을 소장하고 있는 장경판전까지 둘러보았다.
점심식사 전, 해인사를 더 둘러보고 식사 후에는 가야산 자락에 있는 마애불을 다녀오려고 한다.
이동경로
장경판전- 학사대 - 가야산 정상 잘 보이는 곳 - 범종각 - 해인도 - 점심 공양 - 마애불 - 일주문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판전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대적광전 건물 바로 뒤 계단을 올라서는 길과 우회하는 길도 있다.
우회하는 길은 나지막하고 넓은 길로 걷기가 매우 편하다. 장경판전에서 대적광전으로 내려오는 중간쯤에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동상이 보인다.
템플스테이 하는 분들 사이에 끼어 스님으로부터 학사대 전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금은 태풍으로 쓰러져 나무가 있던 곳에 동상이 있고, 최치원 선생이 앉아있는 자리와 주변에 작은 의자들은 쓰러진 나무를 모아서 방문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그 흔적을 남겼다.
학사대(學士臺 ) 전나무
신라말 문장가이자 학자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 만년에 가야산에 은거하면서 시서(詩書)에 몰입하던 곳으로, 당시 거꾸로 꽃아 둔 전나무 지팡이가 자라서 거대한 나무로 자랐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514호로 지정 관리되어 오다가, 2019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그 수명을 다하였다.(출처:해인사 안내문)
가야산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 곳
학사대 설명을 듣고 해인사 템플스테이가 운영되는 건물 아래 넓은 운동장까지 따라서 이동했다.
그 넓은 공간에서 우뚝 솟아있는 높은 봉우리가 해인사 골짜기를 내려다 보고 있다.
가야산 정상 상왕봉(1430m) 방향 모습이다. 그런데, 그 옆에 칠불봉은(1433m) 상왕봉 보다 조금 더 높다.
상왕봉이 정상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측을 해보니 칠불봉이 더 높게 나왔단다. 상왕봉은 경남 합천군, 칠불봉은 경북 성주군이다.
가야산 정상부의 암벽이 위엄있게 보인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가야산 능선에 단풍 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멀리서 가야산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해인사 일주문을 지나 가야산 으로 가로는 이정표에 4.2㎞라고 적혀있다.
고요한 산사에 울려퍼지는 소리, 범종각
템플스테이 하는 분들을 따라서 설명을 마치고 다시 해인사 내로 돌아왔다.
구광루 앞 마당 왼쪽 범종각 주변에 사람들 많이 모였다.
범종각(梵鍾閣)
범종각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의 4가지 법구가 모셔져 있다.
고요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는 웅대한 불법의 울림을 전하기 위해서이며,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바르게 이끌기 위해서 치게 된다.
북처럼 생긴 법고는 땅 위의 짐승을 구제하기 위해 두드리며, 물고기 모양의 나무에 채색을 입힌 목어는 물속에 사는 중생들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서 구름 모양의 운판은 하늘을 나는 중생들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서 울리는 것이라고 한다.(출처:해인사 안내물)
법고를 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빠름과 느림, 강함과 여림이 섞여있는 법고 소리는 일정한 리듬에 맞춰 계속된다. 스님의 손도 좁게 모았다가 높아졌다가 넓혀졌다한다.
법고 소리가 끝나니, 바로 옆에 있는 범종 소리가 가야산 골짜기를 울린다. 뒤로 힘껏 당겼다가 앞으로 밀쳐내면, 거대한 범종의 울림이 퍼져 나간다.
범종각의 법고와 범종의 울림을 듣는 주변 사람들은 아무 말없이 울림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바라보고 있다.
구광루 앞 마당 미로, 해인도(海印圖), Haeindo
법종각 앞 마당 중앙에는 미로가 같은 도면이 그려져 있다.
해인도라고 한다.
해인도는 의상대사(625∼702)가 당나라 유학 시절 화엄사상을 요약한 210자 7언 30구의 계송(부처의 공덕이나 교리를 담은 노래 글귀)을 만(卍) 자를 발전시킨 도안에 써넣은 것이라고 한다.
미로와 같이 54번 꺾어 도는 동안 그 내용을 마음에 체득하면서 따라가면 깨달음에 도달하는 원리이며, 결국은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게 되는데, 이는 본래의 모습이 곧 부처님이며 우리가 사는 세계가 곧 부처님의 세계임을 의미한다.
입구에서 해인도를 따라서 한 바퀴 돌아오면, 다시 출발지점으로 도착한다. 합장을 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해인도를 따라 걷는 사람들도 보인다.
해인도를 지나니 11시가 지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해인사 공양을 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이미 공양 장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줄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넓은 식당 안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많다.
맛있는 비빔밥으로 알맞게 배를 채우고 마애불입상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 옮긴다.
가야산 정상 아래 마애불입상
마애불입상으로 가는 길은 템플스테이 건물 방향으로 가야 한다.
조금 전 가야산 정상부를 볼 수 있었던 곳이다.
템플스테이가 운영 중인 건물 뒤편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는 이곳에서 2㎞라고 가리키고 있다.
일주문부터 가야산 정상까지 4㎞가 조금 넘으니, 그 반 정도를 걷는다.
임도처럼 널찍한 임도를 따라 걷다가 돌다리 지나 냇물을 건너면, 좁은 길로 들어선다.
마애불로 가는 몇몇 분이 보인다.
냇가 따라 걷다가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다.
경사가 급한 곳은 여지없이 데크나 철계단이 있다.
숨 가쁘게 철계단 올라 직선으로 마애불입상이 보인다.
마애불입상 앞에는 데크로 넓은 공간을 만들었다.
그 앞에서 정성을 모아 기도하는 분들이 보인다.
사진을 찍어 보았으나 그늘져서 마애불입상 모습이 흐릿하다.
문화재청에 소개해 놓은 자료에는 마애불입상이 뚜렷하게 보인다.
합천 치인리 마애불입상, 보물 제222호
해인사를 뒤로 돌아 가야산(伽倻山)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옆의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높이 7.5m의 불상을 표현하였다.
민머리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크고 높직하다. 미소가 없는 풍만한 사각형의 얼굴에는 날카로운 눈꼬리, 두꺼운 입술, 턱주름 등이 표현되었으며 귀는 어깨에 닿을 듯 길고 목에는 3개의 주름이 뚜렷하다.
어깨는 넓고 당당하여 얼굴과 함께 자신만만한 자세의 불상을 나타내고 있다. 양 어깨에 걸친 옷은 왼쪽 어깨에서 매듭을 지어 고리를 만들었으며, U자형으로 연 가슴에는 내의가 보이고 띠매듭이 있다.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엄지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을 맞대었고, 왼손은 검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구부려 가슴에 대어 손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손은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처리하여 생동감이 느껴진다.
머리 뒤에는 단순한 원형의 머리광배가 있을 뿐인데, 이를 지탱하는 자연광배가 몸광배 구실을 겸하는 것 같다. 얼굴과 두 손은 정교하게 조각한 반면 신체는 마치 돌기둥에 새긴 듯 옷주름을 간략하게 처리하였다.
(출처:문화재청)
마애불입상을 뒤로하고 해인사로 내려섰다.
가야산 자락 해인사에 해는 기울어가고 가을 찬바람이 분다.
해탈문과 봉황문을 지나 일주문을 향해서 걷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속에 해인의 의미를 담고 있을까.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에 모든 사물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비치듯,
마음의 번뇌 망상이 멈추는 경지...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이런 평안이 함께 하기를 기대하며, 일주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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