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번으로 환승한 후, 우암사적공원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으니, 아직 해는 서산에 걸려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분들은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보인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 잠시 공원을 둘러보았다.
오후 6시가 가까워오니, 안내 방송 소리가 들린다. 6시에 남간정사에서 소근소근 우암야행이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입구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남간정사로 발길을 옮겼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온다. 우암야행이 시작되었다.
- 기간 : 2022. 10. 13.(목) - 14.(금)
- 장소 : 우암사적공원 일대
- 내용 : ICT 융합 이머시브 극, 소근소근 우암야행, 달을 품은 콘서트, 1868 우암 야시장, 포토존
" 소근소근 우암야행 "
남간정사 주변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그 옆에 아담하게 잔디가 깔린 공간이 있다.
처음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 시간 : 6시, 8시, 10시
- 장소 : 남간정사
- 내용 : 우암 송시열과 우암사적공원의 이야기
" 우암 송시열의 선비적 삶과 정신 "이라는 주제로 한기범 한남대 명예교수님의 강연이 있었다. 우암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이 3,000번 이상 언급되고 있으니, 역사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은 직접 집필한 '우암 송시열의 생거지와 적거지(유배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태어난 곳인 옥천 이원면 구룡리의 유허비부터 생활했던 여러 지역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6시에 시작된 강연은 1시간 정도 진행했다.
강연 내용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이다.
- 27세 때 생원 시험에 장원 급제를 했다고 한다. 시험은 일음일양위지도(一陰一陽謂之道) 라는 철학적 문제였다. 세상의 도나 이치는 음양의 변화에 있다. 공부를 많이 하며 준비를 한 선비들은 예상 밖의 문제에 난처했을지도 모른다.
하늘은 마음이 없다. 사람은 마음이 있다. 하늘은 마음이 없으니, 때가 되면 변함없이 질서 있게 돌아간다. 사람은 마음이 었어서 순간순간 변화가 무쌍하다. 그 마음은 욕심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처럼 변함이 없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송시열의 답은 음양의 이치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다. 답안지를 받아 본 사람들은 채택하기를 꺼려하였으나, 대제학 최명길의 추천으로 장원급제를 했다고 한다.
- 우암은 두 번의 유배를 갔었는데, 어떻게 극복을 했을까. 유배를 극복해 낸 것은 강학과 저술이었다. 유배지에서도 후학들에게 계속 가르침이 있었다. 그리고 경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있었다.
우암은 노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날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감싸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글로 표현했다. 현시점에서 조금 편협하다는 생각을 했다.
강연이 끝난 후, 교수님과 인사를 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포용하지 못한 것을 보면, 편협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당시는 이념이 득세하는 시대라고 했다. 그것 또한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흘러간 역사를 현시점의 잣대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7시쯤 강연이 끝나고 청사초롱이 있는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홍살문을 지나고 계단을 올라서서 명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덩치가 큰 포도대장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 ICT 융합 이머시브 극 "
이직당 건물 앞마당이다. 곧 이머시브 극이 시작될 것 같다. 그런데, 연극에서 왕이 될 사람을 뽑았다. 관객들이 들어올 때, 헤드 셋을 준 것 같다. 그때, 번호표를 확인하라고 했다. 사회자가 10월 13일이니, 13번을 호명했다. 건장한 남자분이 왕으로 뽑혔다. 즉석에서 왕이 뽑힌 것이다. 지금처럼 관객이 직접 연극에 참여하는 것이 이머시브 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시간 : 7시, 8시 30분
- 장소 : 이직당
- 내용 :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 우암 송시열의 일대기
대감님이 문을 힘을 주고 문을 열고 나왔다. 내시 역할을 하는 사회자가 전하가 왔다고 고하니, 왕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다. 내시는 ' 이렇게 버릇없는 놈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고하니, 왕이 목을 치라고 명한다. 포도대장이 목을 치려고 한다.
내시는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한다. 목을 치면, 연극이 진행될 수 없으니, 어명을 거두어 달라고 한다. 왕은 대본 없이 참여하고 있어서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내시가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즐겁게 해 준다. 연기력이 대단하게 보인다.
이직당 뒤로 이동했다. 그곳에도 잔디가 깔린 공간이 있다. 우암은 옥천에 있는 외가에서 태어났다.
내시는 왕에게 덕담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저 하늘의 별이 되라고 한다.
27세의 우암이 세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어떤 풍파도 이겨나갈 수 있는 당당한 모습처럼 보인다.
왕과 함께 동춘당에 들러서 송준길을 만난다.
우암 송시열에 대한 일대기를 짧은 이머시브 극으로 연출했다.
먼저 강연을 듣고 와서 극의 흐름이 쉽게 이해되었다. 극이 끝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 달을 품은 콘서트 "
덕포루로 가는 길에 가야금 소리가 들려온다. 그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사람들이 정자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3명이 연주를 하고 있다. 안내판에는 '헤이락' 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온병창단, 국악 앙상블 아띠누리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 시간 : 7시, 9시
- 장소 : 덕포루
- 내용 : 다양한 선율의 전통공연
공연은 중반을 넘고 있었다. 연주를 하다가 한 분이 노래를 하기도 했다.
가수 이문세 님의 노래 ' 가로수 그늘에 서면 ', ' 가을이 오면 '을 했다. 관객들은 박수로 반주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 아름다운 나라 '를 불렀다. 앙코르곡으로 ' 밀양아리랑 ', ' 진도아리랑' 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한 어린이가 가락에 흥이 났는지, 혼자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다니 주변에 친구들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함께 공연을 했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우암사적공원에서 우암야행을 마쳤다.
우암의 삶을 되돌아보고, 전통공연도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311번 시버스를 탔다.
'또다른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일출, 해는 이미 떴지만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10) | 2023.01.01 |
---|---|
대전 엑스포다리와 한빛탑 멋진 야경 (6) | 2022.12.31 |
유성 국화 전시회 야경 (18) | 2022.10.13 |
대전 0시 뮤직페스티벌 마지막 공연 (20) | 2022.10.12 |
대전 효문화 뿌리축제 (6) | 2022.10.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