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는 좀 내리는가 싶더니, 아쉽게도 양이 넉넉하지는 않다. 지금은 아주 약한 이슬비로 바뀌었다. 대전 중구 보문산 자락에 무수동 치유의 숲을 찾았다.
보문산 자락 무수동 치유의 숲
치유의 숲으로 들어서는 골짜기에 안개 가득하다. 안개에 덮힌 산 능선에 산벚과 진달래 울긋불긋하게 보인다. 그 동안 갈증을 겪었던 산기슭에 나무들은 충분히 목을 축인듯하다.
빈자리가 넉넉한 넓은 주차장을 지나, 데크로드 산책로로 올라섰다. 오른쪽 계곡에는 내린 비로 물소리 들리기 시작한다. 봄비는 작은 골짜기 계곡을 채워주고 즐겁게 노래하며,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데크로드를 올라서서 넓은 공간 옆에 우직하게 보이는 느티나무가 서 있다.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많은 애를 많이 쓴 것 같다.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기둥 끝 잔가지에도 새싹이 조금씩 돋아나고 있다. 잔가지 굵어지고 잎이 무성해지는 날,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를 피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봄이 시작될 무렵, 살짝 얼음이 얼었던 작은 연못 안에 수많은 개구리 알이 있었다. 수많은 개구리알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연못에 가까이 다가가 연못 속을 들여다보았다. 알에서 깨어 나온 작은 올챙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크든 작든 물이 있는 공간에는 작은 생명체들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살아가고 있다. 언제쯤 큰 개구리로 자랄 수 있을까. 올챙이들이 큰 개구리로 성장하여 연못을 떠나기 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옮긴다.
작은 연못 위로 데크로드 시작된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마다 연한 잎 돋우며, 예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시내 벚꽃은 진지 오래인데, 치유의 숲 벚꽃은 미련이 남아있어 아직 떠지 못하는 듯하다. 봄비 맞은 꽃잎도 물을 넉넉하게 받아들였다.
반환점을 돌아가고 있는 산책로에 우뚝 솟아있는 소나무들 사이로 하얀 꽃 피운 벚나무 질세라 힘내고 있다. 맑은 날씨였으면, 더 눈에 더 띄었을 텐데, 빗물에 늘어진 가지 무겁게 느껴진다. 비 그치면 마지막 멋진 모습 보여주고 소리 없이 봄과 함께 떠날 것이다.
산책로의 가장 높은 곳, 무수정이다. 무수동은 근심이 없는 마을이라고 한다. 무수동 골짜기에 힐링 숲, 치유의 숲이 있다. 근심이 없는 마을에 있는 치유의 숲을 걸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근심, 걱정이 들어 올 틈이 없어 보인다.
무수정 정자에 앉으려니, 어제 불어온 강한 비바람에 정자 바닥 젖었다. 잠시 정자 앞에 서서 치유의 숲을 내려다보았다. 나무와 꽃, 안개가 어우러진 풍경, 참 예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어제도 오늘도 멋지게 만들어 놓은 자연을 누리며, 작은 감사를 느낀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휴식 공간 기다리고 있다. 넓은 풍욕장 앞을 지나고 있다. 봄비에 눌려 기를 못 펴는지 바람은 잠잠하다. 바람 소리조차 멈춘, 치유의 숲은 적막하고 고요하다.
이곳을 찾아 걷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와 걱정은 내려놓고 텅 빈 마음으로 치유의 숲을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보문산 자락에 있는 무수동 치유의 숲을 한 바퀴 돌아 출발지점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파릇하게 돋아나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생동감을 느낀다.
산책로 옆 공간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솟아나고 있다. 그중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 쑥이 쑥쑥 자라고 있다.
무수동 치유의 숲은 문자 그대로 치유의 공간이다. 숲 속 산책로를 걸으며, 힐링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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