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터널을 빠져나와 옥천방향 서대산로를 조금 달린다. 신평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군북면소재지로 가는 도로, 군북로이다. 군북면소재지에 다시 좌회전하면, 비들목재를 넘어 서대산 뒷마을인 보광리, 상곡리, 산안리에 도착한다. 이번 주말에 금산 비단고을 산꽃축제가 열리는데, 혹시나 벚꽃이 남아있을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금산 비단고을 산꽃축제
- 산벚꽃마을 오토캠핑장
- 주소 : 충남 금산군 군북면 자진뱅이길 39(군북면 산안리 302)
- 산꽃축제 기간 : 2023. 4. 15.(토) - 4. 16.(일)
군북면 소재지로 가는 도로변 벚나무는 이미 꽃을 내려보낸 지 오래이다. 면소재지에서 비들목재 고개를 올라가는 길 옆 벚꽃도 힘을 다했다. 고개를 넘어 오토캠핑장에 이르기까지 남아있는 벚꽃이 희미하다. 이번 주말 산꽃축제는 산꽃이 없는 축제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보이네요 정자까지는 가봐야 하지 않은가.
보이네요 정자
언덕 위에 있는 보이네요 정자를 올라가 봤다. 주변에 벚꽃이 있을 리가 없다. 정자 앞에 있는 연리지를 바라보고 언덕을 내려왔다.
연리지(連理枝), 사랑나무
연리지는 이을 연(連), 결리(理), 가지지(枝)가 합쳐진 고사성어이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나란히 붙은 나뭇가지, 즉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줄기가 사이좋게 합쳐진 가지를 뜻한다. 그러나 연리지는 오늘날 효성이 지극하거나 다정한 연인, 남녀 사이 혹은 부부의 애정이 지극히 깊음을 비유한 말로 쓰리고 있다.
보이네요 정자 연리지는 벚나무와 참나무가 서로 연리를 이루고 있는데, 이곳에서 명상을 하고 소원을 빌면 크게 이루리라 한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조금이라도 산벚이 남아있는 곳을 계속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아쉬움이 남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그냥 되돌아갈까 하다가, 마을 뒷산에 조금 남아있는 것 같아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마을 안 버스정류장에 자진뱅이 마을 소개글이 붙어있다. 마을길에서 상곡리로 넘어가는 고개까지만 가보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정표를 보니 이곳은 금산둘레길 코스이다.
산벚꽃 마을, 자진뱅이
산안리는 군북면에 위치한 마을로 서대산을 비롯하여 국사봉, 방화봉, 묵방산 등 깊은 산의 안쪽이 되므로 산안 또는 산내라고 한다. 현재 사기점이 산안1리, 자진뱅이가 산안 2리를 이루고 있다. 자진뱅이는 처음 터를 잡은 사람의 성씨가 전씨이므로 자전방 또는 자전배미라고 하였는데, 변하여 자진뱅이라 한다.
상곡리로 넘는 고개 날망 이정표
이리저리 꽃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며, 고개까지 걸어 올라왔다. 그래도 산 능선에 있는 꽃들은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 자진뱅이 마을에서 고개까지 0.9㎞
- 고개에서 봄처녀 정자까지 0.9㎞, 자전리 소나무까지 0.7㎞
상곡리로 넘어가는 고개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정표에 봄처녀 정자까지 거리가 0.9㎞이다. 아지고 미련이 남아있어 임도를 따라서 봄처녀 정자까지만 더 가보자. 벚꽃 없는 벚나무를 벗 삼아 발걸음 옮기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 빈틈으로 꽃이라도 보이면, 발걸음 멈추고 고개를 길게 내밀었다가 출발하곤 한다.
0.7㎞쯤 왔을까. 임도 아래에 자전리 소나무가 보인다. 임도 옆에는 자전리 소나무에 관한 전설이 빽빽하게 적혀있다. 조금 더 지나면 소나무로 내려가는 길(100m)이 있다.
자전리 소나무 안내판 소개 글(보호수 지정년도 2001년, 수령 300년)
전해오는 이야기 자전리 소나무는 원래 암나무와 수나무로 2본이 마주 보고 있었으나, 수나무에 토종벌이 오랫동안 서식하면서 구명이 생겨 결국 고사하였고, 현재는 암나무만 생존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매내미산(소나무가 있는 산)에 산신령들이 타고 다니는 쇠로 만든 말(馬)이 4마리가 있었는데, 그중 3마리는 산속을 자취를 감추고 한 마리가 소나무 밑에 있다고 하여, 이곳을 산신령들이 쉬어가는 장소라고 전해지며, 마을에서 이 소나무를 숭상하고 있다.
현재 마을에서는 매년 주민들 중에 부정을 타지 않은 정갈한 사람을 제주로 선정하여 정월 초하룻날에 제주가 동서남북에 절을 하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리고, 초이튿날에는 각 가정마다 건강과 한 해의 풍년 농사의 기원을 담은 소지(燒紙)를 모아 태우며 축원을 하고 있다.
300년~ 소나무 가는 길
소나무 주변에는 작은 돌탑들이 쌓였다. 옆으로 길게 늘어선 가지는 지주대로 지지를 받고 있다. 테두리 선에는 각자 소망을 적은 문구들이 붙어있다. 소나무 가는 길 입구 나무에 기대고 있는 지게 뒤에는 멋진 시 한 편이 적혀있다.
산꽃세상(안용산)
산안 매너미 계곡이다.
마을 사람들이 섬겨 받드는 소나무 신목이다
애초 두 그루였는디, 어느 해 알 수 없는 바람에 쓰러져 뽑힌 뒤부터
혼자 남아 그리움처럼 물소리만 키우고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물소리도 지쳐 멈춘 그 자리라 하였것다.
계곡 물속 바위 솔씨 하나 당당하게 내려 크고 있다.
너가 아니더냐
봄처녀 정자
전설이 내려오는 소나무 앞에서 소원을 빌어보고, 임도를 따라서 더 걷기 시작했다. 시원한 계곡이 있는지 물소리가 들려온다. 그 계곡 옆에 봄처녀 정자가 있다.
힘찬 물소리 들려오는 계곡 입구에 천태산 가는 길(5.5㎞)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정자 앞 지게 위에는 '지게'라는 시가 짊어져 있다. 지게에 짐을 싣고 먼 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무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지게(곽영두)
지게 꽁무니에/ 도시락 매달고
새벽참에 떠난/ 삼십리 나뭇길
긴긴 하지 해가 서산에 설핏하면
솔가루 나뭇짐은
빨간 솔잎마다 검은 돌이 되어
아리도록 어깨를 누루고
바늘 끝마다 일어나
등뼈 마디마디를
코옥코옥 쪼아낸다.
무쇠다리 녹여낼 판
육십리 등짐길 눌린 어깨에
손이 저린다.
산꽃 세상 정자
봄처녀 정자까지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300m를 더 가면 산꽃세상 정자가 더 있단다. 조금만 더 걸으면 되는데, 발길 돌리기가 어렵다.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나 보다. 그리고 산꽃정자에 도착했다. 정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정자 앞으로 이동했다. 자진뱅이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 절정을 다한 벚꽃이 보인다.
멀리 서대산 능선이 든든하게 보인다. 자진뱅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능선에는 마지막 벚꽃 빛을 발하고 있다. 산꽃세상 정자 입구에도 지게 뒤에 한 편의 시가 보인다. 더 예쁜 '산꽃나라'를 마음속에 그려본다. 내년에 산꽃 만발한 절정의 순간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되돌렸다.
산꽃나라(안용산)
오네 오네/ 산안에/ 오는 사람 누구나/ 꽃이 된다
산에 산에/ 산안에/ 머무는 사람 모두/ 나비가 된다.
가네 가네/ 산안에서/ 가는 사람 마침내/ 이 세상 살리는/ 바람이 되고야 만다.
산에 산에/ 산안에/ 무엇이/ 저토록/ 눈부시던가
'아름다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전 전민동 갑천변 튤립 꽃길 산책 (33) | 2023.04.13 |
---|---|
한밭수목원 서원, 라일락과 돌단풍 봄 꽃 향기 (34) | 2023.04.12 |
대전 한밭수목원 동원 4월 봄 꽃 세상 (28) | 2023.04.07 |
충남 서천 비인 선도리 해변, 쌍도와 갯벌체험 (31) | 2023.04.04 |
충북 옥천 구읍 여행, 실개천 따라 정지용 생가(문학관)가는 길 (25) | 2023.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