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은 보랏빛 꽃잎, 허브원 맥시칸세이지
늦가을이다. 아니 초겨울이다.
이 시기에 꽃이 있을 리 없다.
장미원 지나서 허브원에도 꽃을 볼 수는 없다.
그런데 보랏빛 색깔이 눈길을 끈다.
꽃이 있으면 벌과 나비가 모여들듯
지나는 사람들 발길을 끌어당긴다.
보라색 꽃은 무슨 아쉬움이 그리 남았는지
가지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시들었다.
가지를 덮었던 푸른 잎도 제자리에서 말라버렸다.
진한 회색빛 잎 남아있는 멕시칸세이지다.
파란 가을 하늘과 하얀 구름 떠가는 오후
산책로 메타세콰이어 나무도 진한 가을옷으로 갈아 입었다.
까치밥 쪼아대는 새, 유실수원 감나무
깊어가는 가을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걷는다.
암석원으로 가는 산책로 지나다가 왼쪽으로 들어섰다.
꽃은 아니고 유실수원에 자리 잡은 감나무들이다.
그동안 예쁜 꽃들에 밀려 감나무 꽃은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잎이 다 떠나간 늦은 가을이 되어서야
발걸음을 당기고 있다.
무덥고 뜨거웠던 여름날의 강한 비바람 이겨내고
늦가을의 뚝 떨어진 날씨에야 비로소 붉은 홍시로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홍시는 아직 때가 안되었나 보다.
땅에 떨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나뭇가지에 붙었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세찬 바람을 맞고서야
더 맛나게 익어 깊은 단맛을 낼 것이다.
그럼에도 감나무 위에 까치 한 마리 일찍 찾아왔다.
가지 위에 살며시 내려앉더니 붉은 감에 부리를 깊게 집어넣는다.
한 움큼 삼키고서야 고개 들어 주변을 살피고
안심한 듯 다시 쪼아대기 시작한다.
가까이에 우뚝 솟은 감나무도 보인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감나무엔 듬성듬성 몇 개만 남았다.
두 눈을 모아 자세하 살펴보니
까치 아닌 다른 새 한 마리 가지에 앉아있다.
한밭수목원 감나무 가지에 까치와 새들도 찾아온다.
감이 매달려 있는 한, 추운 겨울 상관없이 까치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수목원에 까치밥 남았다.
수목원에서 까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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