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이다. 옥천 이원면 소재지를 지났다. 이원로를 따라 달리면 개심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를 끼고 오르면 고개를 넘는다. 밤티재이다. 고개를 넘기 전까지가 옥천군 이원면이다. 밤티재를 넘으면 영동군 양산면이다. 도로명도 천태산로이다. 오랜만에 천태산을 오른다.
전에는 옥천을 출발하여 양산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왔었다. 누교리 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주차장까지 걸어 들어갔었다. 그리고 이원면에 있는 대성산 방향으로 이어 갔다. 오늘은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
주차장이 넓게 잘 정비되어 있다. 주차장 옆으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공연을 하려는지 무대도 마련되었다. 주차장에서 충북의 설악인 천태산 계곡으로 들어섰다. 입구 천태산 산행 지도에 코스가 그려져 있다. 계획은 D코스로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려고 한다.
▷ 산행코스
- A코스 : 주차장→영국사 은행나무→암벽코스→정상(2.9㎞, 약 1시간 20분 소요)
- B코스 : 폐쇄
- C코스 : 주차장→영국사 은행나무→원각국사비→헬기장→정상(2.8㎞, 약 1시간 40분 소요)
- D코스 : 주차장→영국사 은행나무→남고개→헬기장→정상(3.8㎞, 약 1시간 40분 소요)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삼신 할멈 바위, 물이 거의 줄어든 상태인 삼단폭포를 지난다. 마지막 데크로 된 계단을 오르면, 영국사 앞에 은행나무가 보인다.
삼신 할멈 바위
바위가 가로로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이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주름을 연상시키는 삼신 할멈 바위는 상어 흔들바위와 함께 천태산을 대표하는 바위 중 하나이다. 층층이 쌓인 바위틈에 작은 돌을 던져서 떨어지지 않으면, 삼신할미가 자식을 점지해 준다는 소문이 있으며, 지금까지도 그 덕에 아이를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천태산 삼단폭포
폭포수가 3단계를 거쳐 흘러내려 붙여진 이름으로 예전에는 용추폭포로 불리었다. 기암절벽과 송림이 멋지게 어울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전에 A코스와 D코스로 천태산을 오른 적이 있다. 멋모르고 A코스로 올랐다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D코스로 오를 생각이었다. 영국사에서 왼쪽 방향으로 가는 길이 C코스와 D코스이다. 곧 C코스와 D코스의 갈림길이 나온다. 원각국사비가 있는 곳에 사람들 소리가 나서 그리로 올라갔다. 복지센터에서 산책을 나오신 듯하다. C코스 방향이다.
가보지 않은 길, C코스 방향으로 올라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A코스와 같지 않기를 바라면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A코스와 비할 바는 못되지만, 로프에 의지하여 올라가야 할 암벽을 여러 개 마주쳤다.
이렇게 암벽이 많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 발길을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첫 번째 암벽을 오른 후, 좁은 공간이 있어 방금 지나 온 영국사 방향을 내려다보았다. 가운데 높게 보이는 산이 마니산 같다.
어디서든 안전이 제일이다. 심호흡을 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올랐다. 암벽을 오르고 나면, 마지막이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설상가상이다. 암벽을 오르는 로프 구간이 계속되었다. 내려가기도 어렵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계속 올라가야 한다.
다행이다. 올라가 보니 C코스의 마지막 암벽 구간이다. 경사도 심했다. 이 구간을 오르니 D코스에서 올라온 능선과 만나는 지점이다. 그곳에 표지판이 서 있다. C코스 하산로는 사고다발구역이니, 완만하고 자연 풍광이 수려한 D코스로 하산하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C코스가 어떤지 모르고 올라왔다. 알고는 다시 올라오지 않을 거 같다. 내려가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이다. 가보지 않은 길, C코스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이제 조금 안심되었다.
주차장에서 10시 6분 정도에 출발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천천히 걸은 시간이다. 천태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남고개 방향인 D코스로 하산했다.
천태산 정상 표지석 아래에 충남 금산으로 수정한 흔적이 있다. 천태산은 충남 금산군 제원면과 충북 영동군 양산면의 경계인 산이다. 대부분 영국사가 있는 방향으로 올라오다 보니, 천태산은 영동군에 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에 있는 표지판과 이정표에는 금산 군북 산벚꽃 축제장 8.5㎞, 화원동 사방댐 3.5㎞, 대성산 종주코스 소요시간 5시간으로 적혀있다. 화원동은 금산에서도 시골마을이다 보니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에 대성산 방향과 화원동 마을로 내려간 적이 있다.
천태산은 전체가 암반으로 만들어진 선처럼 보인다. 내려가는 길 곳곳이 큰 암반이다. 갈기산이 보이고 최근에 금산 제원면에 설치된 출렁다리도 보인다.
말이 D코스이지 다른 코스에 비해 경사는 완만하지만, D코스에도 로프 구간이 여러 곳이다. 암반이다 보니 내려갈 때, 조심해야 한다. 평지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평지로 내려왔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남고개 방향으로 오르는 완만한 길이다. 남고개를 넘는 길은 적막한 오솔길이다. 남고개를 넘어 영국사로 향한다.
천태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계곡 위로 천태산 정상이 머리를 곧게 세우고 있다. 안전하게 산행을 마쳤다.
천태산을 되돌아보며, 황선복 님의 ' 천태산 '이라는 시를 적어본다.
보았는가 들었는가 고요한 산울림을 / 비늘 같은 잎 하나 틔우고 / 낙엽 한 잎 떨구는 / 태초의 소리
모든 생명들이 공존하는 질서의 묵언 / 거대한 바위틈에서도 드러나는 생명 / 시기와 욕망과 비뚤어진 상념까지 / 홀홀 벗기 우나니
먹구름 속에 천둥 비 울어도 / 폭설이 온통 하얗게 덮어도 / 어머니 품속인 양 푸근히 품어 / 새 생명 내놓은 묵언의 울림
고요 속에 아름다움이여 / 거대한 그대 이름은 산, 산 / 천태산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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