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 은행나무 찾아가는 길 양쪽으로 현수막이 걸려있다.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화전인 것 같다.
그중에서 정숙 님의 '간이역'이라는 시를 적어본다.
간이역
가을 엽서가 도착했다.
산다는 건
마디 만들어가며
쉬엄쉬엄 쉬었다 가는 일이라고
천태산 은행나무가
몇백 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천태산 계곡을 올라서면 일주문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영국사 앞에 은행나무 보인다. 한여름에는 시원함을 느끼게 했던 푸르던 잎은 노랗게 변화되어 갔다.
따스함을 전해주던 노란 은행잎은 겨울 문턱에서 마음을 비우고 모두 땅으로 내려왔다. 자연의 순리에 저항하지 않고 시간에 맞춰 제 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나무는 높이가 31m, 가슴 높이의 둘레는 11m이며, 나이는 천 살 정도로 추정된다.
가지는 2m 높이에서 갈라졌으며, 동서 방향으로 25m, 남북 방향으로 22m 정도 퍼져 있다. 서쪽 가지 중 하나는 밑으로 자라서 끝이 땅에 닿았는데, 여기서 자라난 새로운 나뭇가지는 높이가 5m 이상이나 되고, 가슴 높이의 지름이 20㎝가 넘는다.
이 은행나무는 국가에 큰 어려움이 있을 때마마 소리를 내러 운다고 하며, 가을에는 이 나무와 주변의 경관이 하나로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높은 가지에서 땅으로 내려온 노란 은행잎은 따스하게 비쳐주는 햇빛에 더 반짝인다. 높은 가지에 있을 때나, 땅으로 내려와 있을 때나 변함없이 멋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하고 있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자신의 본질을 잘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인다.
은행잎은 다 땅으로 내려왔는데, 아직 가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열매가 있다. 떠나려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것일까. 나뭇가지에 찬바람 불면 추위에 견디기 어려울 텐데, 아마 그 전에는 땅으로 내려올 듯하다.
은행나무의 안부를 묻고 바로 위에 있는 전통사찰 제2호인 영국사로 올라섰다. 만세루 밑으로 들어서니, 천태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기를 받은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햇빛에 빛난다.
영국사는 원각국사가 신라 법흥왕 14년(527년) 또는 문무왕 8년(668년)에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고려 시대에 대각국사 의천이 천주산 국청사라는 이름으로 고쳐 짓고, 원각국사 덕소가 머물면서 대규모 사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지륵사로도 불렸으며, 조선시대에도 지역 명찰로 몇 차례 보수를 거치며 사찰을 규모를 유지하였다. 1879년 산사태로 사찰 부지가 묻히게 되었으나 1934년 주봉 조사가 대웅전을 짓고 삼층 석탑을 현재의 위치에 복원하였다.
공민왕이 난을 피하여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였으므로 영국사라고 했다고 한다.
영국사 대웅전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61호이다.
이 건물은 주존불로 석가여래좌상을 모신 불전이다. 정면 3칸, 옆면 2칸의 다포식 맞배지붕 집으로 현재의 건물은 조선 중기 이후에 지였으며, 고종 30년(1893년)과 1934년에 중수하였으나 1980년에 해체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영국사 삼층석탑은 보물 제533호이다.
이 탑은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일반형 석탑으로서, 2중 기단 위에 3층으로 만든 몸돌을 세운 것이 특징이다.
원래 옛 절터에 넘어져 있던 것을 1942년 주봉 조사가 이곳으로 옮겨와 복원하였고, 대웅전 건물이 향하고 있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탑을 옮겨 세울 때, 2중 기단의 위층과 아래층이 바뀌었던 것을 2003년 문화재 보수 정비 사업 때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영국사 원각국사비는 보물 제534호이다.
이 비석은 고려 의종 7년(1153년)에 선사(선종의 법리에 통달한 스님)가 되었고, 명종 1년(1171년) 왕사(임금의 스승)가 된 원각국사의 비이다.
원각 국사는 아홉 살에 대선사 교웅 밑에 들어가 승려가 되어 55세(1174년)에 입적하였으며, 유골은 영국사에 모셔져 있다.
영국사를 돌아보고 일주문으로 돌아왔다. 들어왔던 길 오른쪽으로 길이 있다. 다리를 건너면 약간 오르막 야산이 있는 데 이곳이 망탑봉이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고 망탑봉을 넘어서 천태산 주차장으로 내려갈 수 있다.
영국사 망탑봉 삼층석탑은 보물 제535호이다.
영국사에서 동쪽으로 500m쯤 되는, 일명 망탑봉이라는 작은 봉우리 정상에 위치한 화강암반 위에 세워졌는데, 자연 암반을 그대로 이용하여 암석을 평평하게 다듬어서 기단을 만들었다.
탑 몸돌은 받침을 두고 그 위에 세웠고, 지붕들은 다른 돌로 만들어졌다. 고려 중기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탑의 전체 높이는 2,43m이다.
또한 이 탑에서 서북쪽으로 20m쯤 되는 지점에 흔들바위는 폭 6m, 높이 8m, 무게 10여 통으로 마치 고래가 헤엄을 치며 바다 위를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사람이 흔들어도 움직여서 흔들바위라고 한다.
표지판에는 고래가 헤엄을 치며 바다 위를 오르는 모습으로, 입구 이정표에는 상어 흔들바위로 적혀있었다.
벌려진 입 사이로 작은 나무를 세워 둔 것이 상어 이빨처럼 보인다.
커다란 암반 위에 상어가 어떻게 올라왔을까. 자연의 신비는 이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같다. 이 상어도 천태산의 기를 많이 받았나 보다. 하늘로 올라갈 태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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