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오후 한밭수목원 동원에서 볼 수 있는 것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다.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고스란히 받아서 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겨울날 오후이다. 쾌청한 날 오후 늦게 한밭수목원을 경유하는 618번 시내버스를 탔다.
대전예술의 전당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도로를 건너면, 한밭수목원이 바로 눈앞이다. 한밭수목원은 엑스포시민광장을 사이에 두고 동원과 서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2004년 서원이 먼저 완공이 되고, 4년 후 2008년에 동원이 완공되었다.
한 겨울에 수목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꽃피는 계절보다야 볼거리는 좀 없겠지만, 넓은 수목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밭수목원 동원 출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정문으로 들어서니, 아치형 지붕이 보인다. 오른쪽에 장미원이라는 문패가 달린 것으로 보아, 5월쯤이면 아치형 지붕 위로 화려한 장미가 만발할 것 같다.
장미원으로 들어서는 길 옆에 서 있는 안내판에는 은빛 여울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아, 오늘은 안내도를 따라서 은빛 여울길을 걸어야겠구나.
장미원을 출발해서 허브원, 수변데크에 있는 화목정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암석원까지 천천히 걸으면, 여유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은빛 여울길
- 장미원→허브원→수변데크→화목정→암석원
- 거리 : 650m
- 소요 시간 : 40분
-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한 연못은 탁 트인 전망과 함께 화사한 꽃과 다양한 허브가 싱그러운 향을 뿜어내고, 암석원에서는 바위 사이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허브원을 지나서 화목정이 있는 수변데크롤 걷고 있다. 누런 빛을 띠고 있는 수생 식물들은 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다. 물가에 설치된 수변데크를 돌아보면서, 멋있는 주변 경관을 담아 보았다.
그런데, 웬 돌들이 달려있나. 화목정 왼쪽으로 긴 줄에 돌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수변가에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일본 작가가 만든 '떠 있는 돌'이라는 작품 조형물이었다. 보이지 않는 중력이 존재한다를 것을 조형물로 시각화한 작품인 것 같다.
▷ 작품명 : 떠있는 돌
- 작가 : 우시오사쿠사베(일본)
- 나의 작업의 주제는 “자연의 법칙”이다. 중력은 하나의 메시지로서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데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중력 법칙의 존재를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20개의 돌들은 연못의 표면과 평행이 되도록 설치된다.
수변데크의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놓았다. S자 모양으로 만든 수변 중앙데크, 수변 가에 만든 데크 등 부드러운 곡선으로 연못의 특성을 살려 설치했다. 데크 위를 걷는 사람들의 마음도 부드러워져 지는 듯하다.
수변데크 주변으로 산책로도 있지만, 수변 가까이에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의자들도 함께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의자에 앉아서 앙상한 나뭇가지들 보고, 파란 하늘에 떠있는 하얀 달을 바라보았다.
수변데크를 나오면, 정면으로 길을 가로막는 언덕이 있다. 암석원 위에 전망대가 있다. 암석원 전망대에 올라갔다. 해가 서산에 기울어 간다. 암석원에 있는 나무들도 저녁 햇빛에 반사되어 파란 하늘 배경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암석원은 고산식물(Alpine plant: 高山植物)과 다육식물(Succulent plant: 多肉植物) 등 고산지대나 들판의 암석지대에 낮게 자라는 여러 유형의 식물들 가운데서 보존 가치가 높고 적절한 식물들을 골라 불규칙하게 돌출된 바위틈에 심거나 암석 위에 붙여 기르는 형태의 식물보육시설을 일컫는다.
고산식물은 고지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서식환경으로 이루어진 저지대에서는 자라는데 어려움이 많기에, 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바람이 잘 흐르는 자리에 최신 공법을 사용하여 자생지에 가까운 서식환경을 구현하였다.
이곳에는 백두산과 한라산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고산식물을 비롯하려, 북아메리카의 로키산맥, 네팔의 히말라야지대, 유럽의 알프스산지 등에서 자라는 외국의 고산식물들 120여 종류를 모아 기르고 있다.(출처 : 한밭수목원)
암석원 위 전망대에서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해를 한참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게 찬란하던 햇빛은 서산에 가려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서쪽 하늘에 한참 동안 붉은 노을을 남겼다.
전망대가 날망이다 보니, 저녁 바람이 차가워진다. 벗었던 장갑을 끼고, 귀마개도 착용했다. 대전 한밭수목원 동원 은빛 여울길을 되돌아 나왔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전망대에 가로 등이 불빛 켜지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618번 시내버스가 정차하는 한밭수목원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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