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장령산 중턱에 용암사가 자리 잡았다. 장령산 등산로는 휴양림에서 시작하는 여러 방법도 있지만, 용암사에서 장령산을 오를 수도 있다. 장령산을 오르는 길목, 용암사 바로 위에 있는 전망대, 운무대를 찾아가 본다. 옥천4경인 용암사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일출을 보기에는 늦은 시간이고, 어떤 풍경이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오래 전 천태산, 대성산, 장령산을 지나 용암사로 내려왔던 적이 있다. 다시 용암사에서 사목재, 마성산을 거쳐 옥천 현대아파트로 하산했었다. 횟수로 보면, 용암사를 2번이나 지나쳤는데, 기억이 선명하지 않고 희미하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용암사를 가려고 출발했다.
대전에서 시내버스 타고 옥천 용암사 가는 길
승용차를 이용하면, 편리한 길인데, 시내버스를 타고 간다. 옥천으로 이동하여 다시 용암사 근처 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9시 6분, 지하철을 타고 판암역까지 이동했다. 10분 정도 기다린 후, 판암역버스정류장에서 옥천행 시내버스 607번으로 환승했다. 버스 안은 만원으로 빈자리가 없다.
9시 33분, 옥천 시내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니, 버스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대합실에 자리를 잡았다. 10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하니, 잠시 30분 정도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10시, 가풍리행 101번 버스가 출발했다. 평일이면, 텅 비었을 텐데, 주말 버스 안은 손님이 제법 있다.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여러 마을 앞을 지난 버스는 10분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10시 10분, 상삼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후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길옆에 있는 넓은 과수원에 복숭아꽃 지기 시작했다. 조금 걸으면, 마을 안으로 진입한다. 황토가 좀 떨어진 흙벽에 작은 글씨로 용암사라고 붙어있다. 빈집 같다.
상삼마을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회관 오른쪽 옆에는 찜질방이라고 써 놓은 건물도 보인다. 마을길을 따라 계속 올라서니, 용암사로 가는 넓은 길을 나타났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서 오르고 있다. 벚꽃은 이미 다 떨어져 도로 위에 쌓였다. 경사가 급한 오름길은 지그재그로 된 길을 왔다 갔다 한다.
얼마나 올랐을까. 용암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주차장에는 승용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길을 걸어오려니, 더딜 수밖에 없다.
용암사 입구 표지석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다. 지금 마음이 고요하고 맑은 상태인지 들여다보며, 내용을 살펴봤다.
우리의 마음은 갖가지 번뇌 망상으로 물들어 있어 마치 파도치는 물결과 같다. 물결이 출렁일 때는 우리의 얼굴이나 모습도 일렁이고 왜곡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결이 조용해지면, 모든 것이 제 모습을 나타낸다. 저 연못이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하고 맑으면 물밑까지 훤히 보이는 것처럼.
용암사가 위치한 곳은 경사가 급하다. 건물과 주차장이 있는 공간에는 튼튼하게 축대를 쌓았다. 대웅전이 살짝 보이는 입구 계단으로 올라섰다. 대웅전에서는 스님의 독경 소리가 들려온다. 왼쪽으로는 큰 종이, 오른쪽 언덕 위에는 삼층석탑이 보인다.
오른쪽 언덕 위에 있는 돌계단으로 올라섰다. 삼층석탑이 있는 공간에서 용암사 위 장령산 능선을 올려다본다. 스님의 독경 소리 이외는 지나는 바람도 잠잠한 적막한 분위기이다.
옥천 용암사 동, 서 삼층석탑
용암사는 신라 진흥왕 13년(552) 때 의신이 세운 사찰이다. 이 석탑은 일반적인 가람배치와 달리 대웅전의 앞이 아니라 사방이 한눈에 조망되는 북쪽 낮은 봉우리에 있다. 석탑이 사방의 조망권이 확보된 위치에 건립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이르러 산천비보 사상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천비보사상이란 탑이나 물건을 건립해 산천의 쇠퇴한 기운을 북돋아준다는 것이다. 같은 모양의 석탑 2기는 이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자연암반 위에 건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층 기단을 갖추고 있으며, 동탑은 4.3m, 서탑은 4.1mm로 규모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서탑은 경우 2층과 3층 탑신의 몸돌이 결실되어 새로이 보충해 놓은 것이다.
용암사 앞에서도 펼쳐진 조망이 좋다. 운무대에서는 어떨까. 삼층석탑에서 내려와 대웅전 왼쪽으로 운무대 가는 길이다. 경사가 급하니 한 발 한 발 천천히 올라간다.
운무대에서 바라본 풍경
운무대는 전망대가 3개가 있다. 처음 만나는 곳은 제3전망대이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면 같은 지점에 왼쪽은 제1전망대, 오른쪽은 제2전망대이다. 용암사 대웅전 앞이나 전망대나 모두 탁 트인 넓은 풍경이 펼쳐진다.
제3전망대, 옥천4경 용암사 일출
천년 고찰 옥천 용암사에서 데크 길을 따라 180m 정도 산을 오르면, 구름이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운무대(雲霧臺)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해와 일출은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50곳’에 포함될 정도로 뛰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용암사 대웅전 앞과 제1전망대에는 운무대를 소개하는 글이 적혀있다. 구름이 춤추는 곳, 일출로 봐도 좋고, 낮에 봐도 풍광이 좋은 곳이다. 제2전망대에서 멋진 풍경을 내려다보고 제1전망대로 이동했다.
제1, 2전망대, 용암사 운무대
운무대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 안내판에 친절하게 사진 찍기 팁도 알려주고 있다.
사진찍기 팁
운해와 일출의 절묘한 조화를 아름답게 사진기에 담을 수 있는 계절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로 이른 봄이나 늦은 가을이 적기
낮게 깔린 구름은 마치 춤을 추듯 일렁이고 운해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해는 수묵화 같은 산봉우리 마저 짙게 물들입니다. 이처럼 일출이 함께하는 운해는 절경 중의 절경으로 해발 424m에 위치한 소담스러운 용암사 운무대에 올라 새벽엔 일출을 감상하고 낮에는 탁 트인 아름다운 옥천의 풍광을 느낄 수 있다.
용암사 일출을 보려면,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한다. 용암사 운무대 안내판에 있는 사진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렇지만, 낮에 볼 수 있는 풍경도 그에 못지않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물감으로 그려 넣은 듯하다.
대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옥천 장령산 중턱에 위치한 용암사 운무대를 돌아봤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올라온 길을 따라서 내려갈 수도 있다. 버스 배차 시간 간격이 매우 길다 보니, 시간을 잘 확인해야 한다.
오늘은 용암사에서 내려가지 않고 장령산을 오르려 한다. 용암사 운무대를 떠나 장령산 등산로로 발걸음 옮긴다.
▶[대청호오백리길] - 옥천1경 둔주봉 한반도 지형, 대전에서 시내버스 타고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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