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정상과 계족산성은 좀 떨어져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정상에서 산성까지 완만한 능선길은 걷기에 좋은 코스이다.
그 사이에 성재산이 자리 잡았다. 오늘은 성재산을 찾아가 본다.
시내버스 급행 2번을 타고 대덕소방서버스정류장에서 하차했다 . 법동구민공원을 지나서 조금 더 걸으면, 계족산황톳길을 만난다.
황톳길을 가로질러 계족산 능선에 올라섰다. 푸른빛 더해가는 능선 끝으로 식장산 고개 내밀었다.
계족산성 가는 길, 성재산 능선길에 얽힌 세 가지 전설
능선에서 처음으로 우뚝 솟은 나무를 만났다. 낙엽송이다. 1904년에 일본에서 들여와 목재 생산을 위해 전국적으로 심은 나무로, ‘전봇대나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전봇대의 재료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나무가 마르면 못도 안 들어간다 하여 목재로써는 쓸모없는 나무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목재가공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쓰이고 있다고 한다.
나무사이로 드러난 대청호를 살짝 들여다보고 나니, 바위를 품은 부부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참 오랫동안 살아온 것 것 같은데, 이 부부나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 첫 번째 전설, 바위를 품은 부부나무
백제의 한 마음에 사이좋은 부부 정유와 완이가 살고 있었다. 행복하던 부부에게 불행이 찾아오게 되고, 아내 완이는 원인 모를 병에 걸린 남편의 병이 낫기를 매일 간절히 기도하였다.
남편의 병수발 도중 잠깐 잠이든 아내 완이는 꿈속에서 나타난 한 노인은 “이 바위에 정화수를 올리고 정성을 들여 100일간 먹이면 나으리라”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다음날부터 노인의 말대로 100일간 정성을 들이니 정유의 병은 씻은 듯이 낫게 되었고, 부부는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이후 정유와 완이 부부를 닮은 팽나무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켜주듯이 바위를 보호하면서 자라났다고 한다.
◇ 탁 트인 성재산 전망대
성재산(399m) 전망대에 도착했다. 안내판에는 전망대에서 보이는 산과 지명을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멀게만 보이는 추동 방향 대청호를 최대한 당겨 봤다. 멀리 옥천 군북면의 환산도 가까이 다가왔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까운 봉우리 개머리산(견두산)이다. 그 너머로 대청호 가려져 희미하다. 멀리는 많은 능선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지금 산은 거의 푸른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중이다. 계족산과 이웃사촌인 성재산 능선도 그렇다.
계족산의 거북바위라, 안내판을 들여다보고 바위를 살펴봤다. 거북 모양이 쉽사리 연결이 안 된다.
방향을 잘 못 잡은 것인가.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기는 하는데, 아마 그럴 것이다.
계룡산으로 가는 형을 따라가 함께 승천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나 태어난 대로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소중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두 번째 전설, 계족산의 거북바위
계족산 계곡에는 사이좋은 거북형제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형 거북이는 계룡산에 오르면 승천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떠나게 되었다.
계족산에 홀로 남은 동생은 계룡산을 바라보며 형을 그리워하다가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능선에 갈림길이 있었는데, 육각정자 방향으로 오기를 잘했다. 다른 방향으로 갔으면, 우애가 깊은 오 형제 나무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형제간에 이웃 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좋은 모습인가. 그 전설을 들어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 세 번째 전설, 우애가 깊은 오 형제 나무
백제의 작은 마을에 사는 다섯 형제들은 신라와의 전쟁에 나가게 되었다. 치열한 전투 속에 막내는 적군이 쏜 화살에 맞았다.
이를 본 형제들은 하나둘씩 모여 막내를 지키기 위해 감싸 안았다. 불행하게도 오 형제들은 화살을 맞아 전부 죽게 되고, 그 자라에 우애 깊은 오 형제를 닮은 나무가 자랐다고 한다.
계족산과 이웃사촌인 성재산 능선을 걷고 있는 중이다. 그 능선길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들으면서, 재밌게 걸었다.
능선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계족산성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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