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명예교수 린다 개스크 박사의 이야기이다. 우울증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의 고백, <우울장애> 강연 4강을 정리해 본다.
◇ 린다 개스크, 정신건강 특집 <우울장애>
1강 나의 특별한 우울
2강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3강 애도가 필요한 이유
4강 자살충동, 어떻게 대처할까
5강 제가 우울증일까요
4강 자살충동, 어떻게 대처할까
오늘은 자살과 자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울증과 자살 사이에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70만 명 이상이 해마다 자살한다.
고소득 국가에서의 자살은 정신질환과 관련이 크다. 우울증뿐 아니라 정신증, 술, 약물도 포함된다. 대부분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
젊은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물론 자살하는 사람보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더 많다. 자살의 가장 위험한 요소는 바로 자살 시도이다.
우리는 저마다 대처 전략이 있다.
“따라서 삶의 위기와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
제가 의대에 다닐 때, 젊은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젊고 유망한 의사들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힘든 일과를 보낸 후 어떻게 대처하나요?
대부분 음악 감상이나 달리기처럼 적절한 방법을 쓸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의 의사는 이런 식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주로 술을 마시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천하지 않는다. 바로 운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건강한 방법은 종종 무시하고 위험한 대처법을 택한다. 그래서 술이니 약에 의존하고 섭식 장애를 겪기도 한다. 자해하며 대처하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대처 방법이 된 거다.
그런데 무엇이 자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걸까요?
삶에서는 사건이 일어난다. 종종 한계점에서 일어난 사건이 불씨가 돼 목숨을 끊게 만든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자살을 생각할 때는 상반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자살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기도 한다.
이때가 자살하려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다리에 표지판이 있는 거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표지판에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이유이다.
저는 다리에서 뛰어내렸던 사람과 얘기를 나눴다. 미국의 유명한 동기 부여 강연가 케빈 하인스는 다리에서 뛰어내리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죽고 싶지 않아.”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후에 케빈 하인스는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삶과 죽음을 동시에 원하는 강력한 욕구가 존재한다는 거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요?
무엇이 자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까요?
특정한 종류의 감정을 인식하는 상황
제가 확실히 배운 건 특정한 종류의 감정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자살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위험이 매우 커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심한 불안감과 정서적인 고통,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절망감, 주변의 모든 일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 모두에게 짐인 것 같은 느낌, 수치심과 굴욕감 같은 거다. 그래서 SNS에서 공개 망신을 당한 사람이 자살하는 것이다. 스스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갇혀 있고 매여 있어서 더는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수련의였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극도로 불안해하는 한 남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그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입원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담당의에게 연락했더니 그 남자는 여러 번 병원에 왔었고 입원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했다. 괜찮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그 사람은 죽었다. 저는 그때 제가 그런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 민감했고 뭔가 조처하고 싶었다. 그러면 적어도 그 상황에서 그 남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살은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없애 버린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영구적인 문제해결 방법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위기의 순간에 충동적으로 자살을 한다. 관계가 깨지거나 삶의 압박이 크거나 경제적으로 힘들 때도 죽는다. 자살률은 난민과 이민자처럼 취약한 집단에서 높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위기에 놓인 이들도 마찬가지다. 수감자도 자살률이 높다.
저는 양극성 장애 가족력이 있고 여러 세대에 걸쳐 자살한 이가 있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저는 그들이 술을 얼마나 마시고 위험한 행동이나 약을 하는지 관찰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술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자살을 생각하는 빈도수와 심각성 정도가 취약성을 증가시킨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삶의 조건이 바뀐 사람들, 스스로 고립된 사람, 한계에 도달해 새로운 약재를 기다리는 사람, 누군가의 사망 주기를 맞는 이들까지 이 모든 상황에서 자살이 일어날 수 있다.
위험에 처한 타인을 도울수 있는 방법, 존중·경청·격려
저는 판단하지 않고 탐구하려고 노력한다.
왜 자살을 좋은 생각으로 여기는지 왜 유일한 대안으로 느끼는지 물어본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과 대화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살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
왜 자살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기는지 이해부터 해야 한다. 그러면 나름의 논리가 보인다.
다만 균형잡힌 논리가 아닐 뿐이다. 하지만 왜 자살을 생각하는지 이해할 필요는 있다.
자살 생각이 일시적인 생각인지 늘 드는 생각인지 얼마나 즉각적인 의도가 있는지를 파악한다.
생각이 더 심해지거나 자주 드믄지도 묻는다.
시험기간에 캠퍼스를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고 물어본다면, 그중 절반은 죽고싶단 생각을 잠깐이라도 해 봤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자살에 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점점 심해져서 계획까지 세우고 정확히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 생각한다면, 그 순간에 발견되는 걸 피할 방법을 찾거나 구체적으로 자살 수단을 얻을 방법까지 찾았다면,
그렇다면 무엇이 자살을 막는 걸까요?
가족이 속상해할까봐 행동하지 못한 건 아닐 것이다. 자신이 없어진 걸 상상하기 싫은 것이다. 이러면 여러분의 생각이 삐뚤어진 논리로 뻗을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이 자살을 막는지 묻는 게 늘 유용한 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자해를 한다. 아주 흔한 일이다. 자해는 대처 전략이다. 자해를 하는 모든 사람이 자살을 원하진 않지만, 커다란 공통부분이 있다. 자해를 하는 사람은 목숨을 끊을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러니 자해하는 사람들이 병원에 와서 도움을 청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게 중요하다. 병원 직원들은 그들을 무시한다.
자해하는 사람들을 존중으로 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자해는 자신을 도우려는 생각으로 하는 행동이다. 자살을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정신을 온전하게 보존하려고 신체를 훼손하는 것이다.
기이한 생각이긴 하지만, 자해하는 사람들은 자해가 자신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해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만두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치료를 통해 멈추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자해하는 사람에게 자살을 생각하는지 항상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계획으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 예방을 위한 안전계획(safe plan) 6단계?
1단계 경고신호
Q 자살 충동을 느낄 때 나타나는 초기 경고신호는 뭔가요?
2단계 내부 대처 전략
Q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3단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회적 접촉
Q 당신의 주의를 돌리는 것은 뭔가요?
Q 기분이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4단계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Q 가족이나 친구의 전화번호가 있나요? 아직 쓰는 번호죠?
Q 우울한 기분이 들면 누구와 이야기할 건가요?
5단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문가나 기관
Q 어디서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6단계 안전한 환경 만들기
Q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 있나요?
하지만 안전계획은 변한다. 안전계획은 주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만약 걱정스러운 이가 있다면 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줘야한다.
자살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자살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헛소리다. 자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자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고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
자살 충동이나 계획이 있는지 직접 물어보라.
들어주세요.(Listen)
전문적인 도움을 받도록 격려해주세요.
이미 도움을 받고 있다면 안전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도와주는 사람을 만드세요.
이 모든 것들이 위험에 처한 타인을 도울 수 있다.
▶[또다른일상] - EBS 정신건강 우울장애, 나의 특별한 우울
▶[또다른일상] - 우울증 치료방법 5가지, EBS 정신건강
▶[또다른일상] - 사별 후 애도가 필요한 이유, EBS 정신건강 '우울증'
'또다른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증 예방과 치료를 위한 생활 방식 8가지, EBS 정신건강 (36) | 2024.02.13 |
---|---|
'2024 전통생활문화축제, 오늘 전통', 문화역서울284 (0) | 2024.02.09 |
사별 후 애도가 필요한 이유, EBS 정신건강 '우울증' (44) | 2024.02.06 |
우울증 치료방법 5가지, EBS 정신건강 (49) | 2024.02.05 |
EBS 정신건강 우울장애, 나의 특별한 우울 (43) | 2024.0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