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교수이자 연구자로 일해왔다. 동시에 환자로 치료를 받았다. 맨체스터대학교 정신건강의확과 명예교수인, 린다 개스크 박사의 이야기다. 의사와 환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우울장애' 강연 2강을 정리해 본다.
◇ 린다 개스크, 정신건강 특집 우울장애
1강 나의 특별한 우울
2강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3강 애도가 필요한 이유
4강 자살충동, 어떻게 대처할까
5강 제가 우울증일까요
2강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무엇이 도움이 될까요? 환자를 처음 만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치료 경험이 있나요. 무엇이 도움이 됐나요?" 사람들의 선호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단호하게 약을 거부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약을 원한다.
가벼운 우울증이라면, 아직 삶에 잘 대처하고 생활에 무리가 없다면, 생활 방식부터 제안한다. 생활 개선 지침서를 읽게하고 명상과 운동, 상담 문제에 관해 얘기하며 불안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우울증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힘들고 일의 수행이나 대인 관계가 어려운 상태라면 인지치료 같은 심리요법을 고려한다. 또 환자의 관계와 과거 사건을 살펴보기 위한 깊은 상담도 한다.
행동활성화 치료도 생각해 본다. 중증의 심각한 우울증이라면 약물 치료도 추가할 것이다. 이전에 약물에 반응했다면 더 빨리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항우울제가 항상 첫 단계가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보통은 다른 것부터 시작한다.
우울증 치료 방법 1. 생활방식 개선
먼저 생활방식 개선을 제안한다. 긴장 푸는 법이나 명상을 배운다거나 미래를 덜 걱정하는 방법을 배운다.
치료보다는 삶을 사는 방식과 관련된 일들을 먼저 시도한다.
그 다음 더 복잡한 유형의 추가 치료로 넘어가고 그 후에 약물 치료를 한다. 한 번 이상 약을 바꾸기도 한다.
우울증 치료 방법 2. 인지치료
가장 증거에 기반한 치료이다. 인지치료는 과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인지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 치료자는 어린 시절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현재에 대해 얘기하도록 도와줬고 직장과 일상에서 겪는 관계의 어려움을 얘기하게 했다. 비교적 짧은 치료로 8∼16회 정도 한다. 매회가 체계적이다. 과제를 하고 실생활에서 잠재적인 해결책을 실험하기도 한다. 치료자와 대화하면서 협업을 하는 것이다.
▷ 행동활성화
우리는 우울해지면, 행동을 멈춘다. 일상을 멈추고 즐겁거나 필수적인 행동을 중단한다. 쇼핑도 안 하게 되고 즐거운 일도 한 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도 멈춰버린다. 아침에 양치하거나 빨래하는 것도 귀찮아진다.
행동활성화 치료를 할 때, 먼저 위계도를 길게 그리게 한다. 다시 시작하기 쉬운 행동과 어려운 행동을 알아보는 것이다. 먼저 환자에게 일상의 목록을 만들게 한다. 멈춰버린 일과 즐거운 일, 필수적인 일까지 포함한다. 그 다움 위계도를 만들어서 가장 쉬운 일을 먼저 적고 올라갈수록 어려운 일을 적게한다.
그런 다음 계획을 짠다. 맨 밑에 있는 것 중에 다음 중에 할 일 두 가지를 찾는다. 가장 쉬운 일 두 가지를 골라 해보는 것이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행동활성화의 개념은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하면, 그들이 원치 않아도 다시 삶을 이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행동이 나아지면 기분도 나아지기 시작한다. 스스로 행동을 평가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기록하게 한다.
▷ 프랜시스 치유 사례
심장마비로 우울증이 발병한 프랜시스(50대 남성)에게 위계도를 그리게 했고 멈춰버린 것 중 가장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게 했다. 프랜시스는 씻는 걸 멈췄다. 씻기를 포기했다. 더 이상 자신을 돌보지 않았고 아침에도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래서 먼저 일어나는 시간을 정하고 씻은 후, 깨끗한 옷을 입는 것이었다. 프랜시스는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가족 식사처럼 더 복잡한 일들을 하게 되었다. 마침내 밖에 나가 다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프랜시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예전으로 돌아가 직장 동료들을 다시 만나는 거였다. 모든 과정을 점진적으로 진행됐다. 프랜시스는 세상과 다시 만나면서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인지치료를 받을 때, 부정적인 자동 사고를 인식하는 법을 배웠다. 또 제 안에 내재한 원칙과 신념, 가정에 대해서도 배웠다. 때론 무척 힘들었다. 제 원칙과 신념, 가정이 서로 어긋나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 린다 개스크 박사 자신의 이야기
제가 어릴 때 가졌던 삶의 원칙 하나가 있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기분 상하게 하기 싫었다. 반면 제 안에는 이런 신념도 있었다.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배운 것 같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 원칙과 신념의 충돌, 옳다고 생각한 행동하기와 다른 사람 기쁘게 하기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진 않았다. 오히려 기분을 나쁘게 할 때가 많았다. 처음 생각해 본 문제였다. 내가 따르려한 원칙이 어려운 일이라는 건 한 번도 고려한 적이 없었다.
자신과 세상, 미래에 관한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그건 진실이 아닌 그냥 생각일 뿐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우울함이나 불안 때문에 드는 생각일 뿐이고 때론 분노로 이어질 때도 있다. 이제 본인의 자동적 사고를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치료자가 이 생각의 증거를 찾아보자고 한다.
“직장 동료들이 당신을 싫어한다는 근거는 뭔가요?”
“제게 말을 걸지 않아요.”
“그 생각의 반대되는 근거는요?”
“회의 때는 말을 걸기도 해요.”
“동료들이 싫어한다는 걸 확인해 보셨나요?”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나요?”
“아니요.”
그러면 부정적인 생각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스스로 답을 제시하면서 그 생각이 기분에 미치지 않는 법을 시도하고 배운다.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
- 주변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그릇된 가정을 하거나 사실이나 의미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것
우리의 생각에는 오류가 있다.
모두가 잘못된 생각을 한다.
우리는 저마다 세상을 약간 왜곡해서 바라보곤한다.
임의적 추론
“왜 톡 확인을 안 하지? 일부러 피하나?”
나는 ‘임의적 추론’이라는 왜곡을 자주 한다. 근거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데,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선택적 추상화
“수학 50점 받았네. 어떡하지? 이번 시험을 망쳤네.”
때때로 사람들은 하나만 보고 전부 본인 탓을 하거나 한 가지를 근거로 결론을 도출하는 ‘선택적 추상화’를 하기도 한다.
또는 인생의 좋은 일들을 모두 최소화하기도 한다.(긍정 격하)
우리에게는 사고의 오류가 있고 우울한 사람은 더 많다. 이런 부정적 자동 사고는 갑자기 ‘팟’하고 떠오른다. 우리는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식하는 법을 배우고 기록할 수 있다.
그리고 부정적 자동 사고를 들여다보면, 자기 생각의 오류와 기저에 깔린 믿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생각 때문에 지금 이 감정을 느끼는지 알게된다.
실제로는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 걸까?
나는 뭐가 두려운 거지?
부정적인 생각을 어떻게 반박하지?
내 생각이 사실이라면 그게 왜 중요한 걸까?
최선의 결과와 최악의 결과는 뭘까?
가장 현실적인 결과는?
근거를 따져 보기 시작하면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관계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찾았다.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사실이 아니었다. 한 사람과는 문제가 있었지만, 나머지 사람들과는 아니었다. 나는 과잉 일반화를 했고 출근을 힘들어하며 회의를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관계가 힘든 사람이 회의에 참석할 땐 더 그랬다.
나는 그 상황에서 제 자신의 대처 방법을 찾아야 했다. 치료자가 큰 도움을 줬다. 자신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알려줬다. 어려워하는 그 사람에게 호감을 살 필요가 없고 일을 제대로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우울증 치료 방법 3. 약물치료
나는 항울제도 복용했다. 항우울제의 종류는 다양하고 세상에 나온 지 70년도 더 되었다.
항우울제가 처음 발견된 건 결핵 환자들이 약을 먹고 쾌활해진 것을 알게 되면서 부터다. 그 때 처음으로 항우울제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널이 쓰이는 건 SSRI이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푸로작 같은 약이 있다. 푸로작인 최초의 SSRI이다. SSRI 복용자 중 절반 정도가 효과를 본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효과가 없다.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독성은 없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중단해야 한다.
저처럼 새로운 항우울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SNRI라는 약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저는 효과가 있었다. 오랫동안 복용했고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SNRI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결국 만능 약은 못 찾은 셈이다.
우울증 치료 방법 4. 상담과 정신역동치료(무의식의 문제를 분석)
이 치료법은 삶의 문제를 훨씬 더 깊이 탐구한다. 과거의 관계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앨리슨은 언니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걸 꺼렸다. 엘리슨의 언니는 30년 전에 자살했고 언니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의 언니는 어릴 때부터 엘리슨을 보살폈다. 엘리슨은 심리치료에 들어갔고 치료자와 함께 그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우울증 치료방법 5. 전기경련요법
가끔 사람들은 충격적이라며 묻습니다.
“아직도 그런 치료를 하나요?” "네, 합니다."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전신 마취를 하고 시행한다. 전기 충격으로 환자의 발작을 유도한다. 보통 6회나 12회를 시행한다. 환자가 먹거나 마시지 않는 심각한 상황에서 생명이 위급할 때 시도한다. 기억 상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회복된다.
게일은 약 복용을 전부 중단하고 다시 심하게 우울해졌다. 게일의 상태는 걱정스러운 수준이었다. 결국 전기경련요법을 받았고 완전히 회복했다.
제 환자 중에는 이런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심각한 우울증도 회복이 가능하다.
저도 회복했으니까요.
▶ [또다른일상] - EBS 정신건강 우울장애, 나의 특별한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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