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노란 은행잎을 볼 수 없었는데, 올해는 볼 수 있을까.단풍이 조금 늦어진다 하여 11월 8일, 오늘 영국사 은행나무를 찾아가 본다.
엊그제 가을비를 몰고 온 강력한 바람은 나뭇잎 멀리 떠나 보냈다.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천태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계곡으로 들어서는 산책로 양쪽에는 여러 시인들의 정성 어린 시가 적힌 현수막이 나무 기둥에 단단하게 붙어있다.하나하나 눈 맞추다 '천태산 은행나무'라는 시를 담아본다.
천태산 은행나무
나이테 안에
다 감아두셨지요?
눕지 못한 세월 동안
켜켜이 더께 진 껍질 속
스며들고 스쳐 간 사연들
올올이 풀려나오면
인생이 될
노래가 될
시(詩)가 될
큰 어르신 선문답
그래, 잘 견디었느니라
폭풍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라
견디면 되느니라
천년만년
- 이 비단모래 -
계곡을 올라서는 발걸음 궁금증이 더해간다.
은행나무가 보일 때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기대했건만, 나뭇가지 앙상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강풍이 불기 전, 11월로 들어서자마자 발걸음 했어야 했다.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223호
이 나무는 높이가 31m, 가슴 높이의 둘레는 11m이며, 나이는 천 살 정도로 추정된다.
가지는 2m 높이에서 갈라졌으며, 동서 방향으로 25m, 남북 방향으로 22m 정도 퍼져 있다.
서쪽 가지 중 하나는 밑으로 자라서 끝이 땅에 닿았는데, 여기서 자라난 새로운 나뭇가지는 높이가 5m 이상이나 되고, 가슴 높이의 지름이 20㎝가 넘는다.
이 은행나무는 국가에 큰 어려움이 있을 때마마 소리를 내러 운다고 하며, 가을에는 이 나무와 주변의 경관이 하나로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아쉬운 마음에 눈길은 계속 은행나무 가지로 향한다.
은행나무는 줄기와 가지를 온전히 드러냈다.
그래도 은행나뭇잎 아주 조금이나마 남아있다.
며칠 전 강풍주의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견디고 견뎠다.
늦가을 파란 가을을 배경 삼아 은행나무 멋지게 뻗었다.
아무리 나뭇가지를 바라본들, 은행나무잎이 돌아올 수는 없다.
나무 아래 떨어진 은행잎이라도 원 없이 담아야 한다.
은행나무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정성스럽게 적힌 리본이 바람에 펄럭인다.
리본 사이로 들여다본 은행나무 주변에는 노란 은행잎 수북하게 쌓였다.
내년에는 노란 단풍 볼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소망을 안고 계곡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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