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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둘레길

대전 보문산 숲 속 공연장 가는 길 옆 기념비

by 워~워~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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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보문산 숲 속 공연장 가는 길 옆 기념비


보문산 숲 속 공연장으로 가는 길이다. 이전에는 야외음악당으로 불렸었다. 지금은 사방으로 길이 뚫렸지만, 보문산성이나 시루봉을 오르려면 지냐야 하는 길목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플라타너스 나무 둘레도 굵어졌다. 우뚝 자란 기둥에서 뻗어나간 나뭇가지를 바라보려면 고개를 한껏 젖혀야 한다.

 

한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던 플라타너스도 떼어낼 것은 다 땅으로 내려보내고 겨울 준비에 들어간 듯하다. 홀로 추위를 이겨내려고 단단한 준비를 했다.

 

길 위에 무질서하게 버려진 듯하지만, 땅에 떨어져서도 지나가는 나그네들 발길을 머물게 한다. 마지막 흔적이 없어질 때까지 자신의 멋을 잃지 않고 은근한 향기를 내뿜는다. 

 

 

숲-속-공연장-가는-길
보문산 숲 속 공연장 가는 길

 

 

나지막한 오름길 날망 오른쪽 방향에 기념비가 서있다. 계단을 올라서서 가까이 들여다보았지만, 글씨의 빛이 바래서인지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기념비 앞에 안내판 살펴볼 수 있다. 대전지구 전승비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불법 남침하자 국제연합은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미 제24사단을 선봉으로 1950년 7월 5일 경기도 오산에서 첫 전투를 치르게 되었다.

 

이 전투에서 방어에 실패하여 대전 지역은 북한군에게 포위당하게 되었고, 미 제24사간은 대전에서 결사적인 방어작전을 감행하여 후방지역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전투에서 자유평화수호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업적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1959년 전승비를 세우고 1975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이곳 보문산공원으로 이전하였다.

 

대전지구-전승비
대전지구 전승비

 

 

며칠 전에는 이 길 위에도 플라타너스 잎이 무성하게 쌓였었다. 친구와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지났었다. 오늘은 깨끗해져서 좋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며칠 전의 분위기가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지나면서 사진을 찍자고 했었는데, 그냥 지나쳤다. 생각이 있을 때, 얼른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모든 것은 적절한 때가 있나 보다. 때가 지나면,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숲-속-공연장-가는-길
보문산 숲 속 공연장 가는 길

 

 

깨끗하게 정리된 길 왼쪽 방향으로 두 번째 기념비가 있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방향을 돌려 계단으로 올라가 보았다. 전면에 큰 글씨로 을유팔월십오일기념이라고 적혀있다. 을유해방기념비이다.

 

1945년 을유 팔월 십오일은 일제가 패망하고 우리 민족이 해방된 조국광복의 날이다. 이날을 기념하고 조국의 무궁한 자주독립과 번영을 기원하면서 대전시민의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우다. 이 비를 중수하여 1987년 7월 29일 이곳 보문산공원에 안치하다.

 

을유해방기념비
을유해방기념비

 

 

그다음으로 송병선 순국기념비가 있다. 비석에 적혀있는 글은 한자로 적혀있어 내용을 알기가 어려웠다. 여러 번 이 앞길을 지나쳤지만, 이곳도 처음으로 올라와 보았다.

 

조선 말기의 유학자로 을사조약 후 상소 10조를 바친 후 고향인 회덕으로 내려와 자결을 했다고 한다.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 속에서 굳건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송병선-순국기념비
송병선 순국기념비

 

 

보문산 숲 속 공연장 도착 전에 현수막이 붙었다. 2022년 11월 8일에 산림청에서 대전둘레산길국가 숲길로 지정했다는 내용이다. 대전둘레산길은 12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보문산 정상인 시루봉은 1구간의 출발점이면서 마지막 12구간의 도착점이다.

 

국가숲길-지정-현수막
국가숲길 지정 현수막

 

보문산 숲 속 공연장이다. 지난여름 숲 속 열린 음악회가 열렸던 곳이다. 그때는 계단 의자에 빈틈없이 많은 사람들로 채워져 뜨거운 열기가 넘쳤었다. 무대 위의 가수와 앉아있는 관객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있었다.

 

1966년 8월 보문산의 수려한 숲 속에 음악의 전당으로 건립한 후, 2013년 리모델링한 숲 속 공연장은 과거 대전시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지친 시민들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활력이 넘치는 휴식처가 되고 있다.

 

지금은 무대도 관객석도 텅 비어 있다. 무대와 관객 사이 공간에는 낙엽만이 가을바람에 뒹글고 있다. 겨울 지나면, 이곳은 다시 멋있는 공연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보문산-숲속-공연장
보문산 숲 속 공연장

 

숲 속 공연장 무대에서 바라보면, 오른쪽 관객 석 뒤로 높은 기념비가 보인다. 대전지구 전적비이다. 입구에서 보았던 대전지구 전승비와 비슷한 내용이 적혀있다.

 

1950년 7월 5일 오산전투 이후 경부축선을 따라 지연전을 전개하여 오던 미제24사단이 대전에서 북한군의 포위 공격을 받아 방어전을 전개하면서 3.5인치 로켓포를 최초로 사용하여 북한군 전차를 파괴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때 제24사단을 진두지휘하던 ‘윌리엄 에프 딘’ 장군이 실종되는 비운을 겪었다. 본 전투에서 용감히 싸우다 산화한 영령들을 추모하고 혈맹의 우의를 길리 전하기 위하여 1981년 12월 이 전적비를 건립하였다.

 

시대를 초월하여 어디서든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싸우다가 목숨을 바친 분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각자의 역할을 잘해야 할 것 같다.

 

전적비 옆 단풍나무들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나무 아래 쌓인 낙엽들도 편안히 잠들어 있는 듯하다. 위든 아래든 모두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대전지구-전적비
대전지구 전적비

 

단풍
대전지구 전적비 옆 단풍

 

마지막으로 올라가 본 곳이다. 숲 속 공연장 무대 가운데 정면에서 바라보면 계단이 보인다. 그곳을 처음으로 올라가 보았다. 윤옥춘 전공비이다. 

 

육탄 10 용사 중 한 사람인 윤옥춘(1929~1949) 중사(이등상사)는 대전시 문화동에서 1929년 4월 14일에 출생하였다. 그는 제1사단 11 연대 소속으로 적을 무찌르기 위해 폭탄을 가슴에 안고 적 토치카에 뛰어들어 자폭함으로써 아군을 승리로 이끌게 한 역전의 용사이다.

조국을 위해 용감히 싸우다 산화한 애국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1971년 5월 고향 언덕에 이 비를 세웠다.

 

윤옥춘-전공비
윤옥춘 전공비

 

 

보문산 숲 속 공연장 주변으로 몇 개의 기념비를 살펴보았다. 평사시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곳이다.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 벗어날 수도 있는 곳이다.

 

숲 속의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무대에 시선을 집중할 때에도 이 기념비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관심을 끌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 있어 지금처럼 편안한 사회가 있지 않을까. 

 

 

 

[편안한 둘레길] - 대전 보문산 공원, 보운대 주변 마지막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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