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초여름이 시작된 지금까지 들꽃들은 제 때에 맞춰 주인공 역할을 톡톡하게 해냈다. 거대한 시나리오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자연의 섭리 속에 숨어 있는 듯하다.
경쟁 속 배려, 때 맞춰 핀 들꽃
봄꽃들의 잔치가 거의 끝나간다.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눈길을 끌었던 수많은 들꽃들이 한 시대를 주름잡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매화와 산수유로부터 벚꽃과 영산홍이 그랬다. 노란 민들레가 떠나더니 그 다음에 토끼풀이 잔디밭을 덮었다. 대세는 토끼풀이었다.
요즘 토끼풀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환경이 어떻든 잘 적응하고 살아남는 것으로 보아 생명력 만큼은 강하게 느껴진다.
봄꽃들이 거의 떠난 후, 넓은 공간을 차지했던 토끼풀에 꿀벌들이 날아 들었다. 행운을 찾아서 날아온 것일까. 입을 깊게 맞추고 떠날 줄 모른다.
토끼풀 꽃말
- 약속, 행운, 평화
천변 둑방에 노란 금계화 천국이다. 번식력이 왕성한 금계화는 해마다 빈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공원 화단을 뒤덮은 토끼풀 사이에도 빈 공간이 안 보인다.
토끼풀이 없는 공간에 듬성 듬성 금계화 몇 송이 고개 내밀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꽃대가 바람 부는 대로 흔들거린다.
금계화 꽃말
- 상쾌한 기분, 희망
무성한 풀숲에 노란 꽃이 보인다. 줄지어선 포기를 보니 식재한 것이 분명하다. 혹시 다칠까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조심하며, 원추리 곁에 다가섰다.
금계국은 하늘의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활짝 피었는데, 노란 원추리 꽃은 부끄러움이 많은 것일까. 햇빛으로부터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고 있다.
원추리 꽃말
- 기다리는 마음, 하루만의 아름다움
뙤약볕에 고개 숙이지 않고 활짝 핀 나팔꽃을 닮은 꽃이 있다. 나팔꽃과 모양이 흡사한 메꽃이다. 나팔꽃은 이른 아침 활짝 폈다가 모습을 감춘다.
그에 비해 메꽃은 대낮에도 활짝 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꽃 색깔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한낮에 피어 있다면, 나팔꽃이 아니라 메꽃이 틀림 없다.
메꽃 꽃말
- 수줍음, 겸손함, 충성
그 많던 꽃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넓은 공원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수많은 들풀과 들꽃이 가득했던 공간에 벌초가 진행되었다.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벌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깔끔해서 보기 좋다. 초여름으로 들어서면서 벌레들이 많이 생길 때인데, 예방차원에서도 필요할 듯하다.
그런데, 그 많던 꽃들이 수많은 풀들과 함께 사라졌다. 엊그제 봤던 들꽃들을 볼 수 없어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남는다.
비가 내리면, 금세 넓은 빈 공간은 풀들로 다시 덮일 것이다. 그러면, 그 빈자리에 여름꽃들이 솟아 나올까.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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