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또다른일상

한밭수목원 '꽃 지는 저녁', 들썩들썩 공연 후 문학콘서트

by 워~워~ 2024. 5. 21.
728x90
반응형

문학동호회 활동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한 친구는 가끔 자작시를 보여준다. 자작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듣고 주고 받기도 한다. 며칠 전, 친구로부터 대전문학관 문학콘서트 소식을 전해 듣고 한밭수목원 야외광장으로 발걸음 옮긴다.

 

들썩들썩 in 대전, 서원 야외광장

뜨거웠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저녁시간이다.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햇볕이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엑스포시민광장 양 옆 가로수는 울창하여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수목원에 가까워질 수록 음악소리와 박수 치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지금 무슨 공연이 있을까. 서원 잔디광장에 들어섰다.

 

푸른 잔디가 넓게 깔린 광장은 언제나 보기 좋다. 광장 곳곳에 나무 아래에는 돗자리를 펴고 함께 둘러앉은 가족들도 보인다.

 

잔디광장 한 코너에 야외광장이 위치한다. 평지 무대를 중심으로 반원으로 둘러선 계단은 공연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공연
자코밴드 공연, 들썩들썩 인 대전 1부
공연
레베로프 공연, 들썩들썩 인 대전 2부

 

이미 객석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자리잡고 공연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공연을 만났다. 뒷자리에 앉아 멋진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들썩들썩 인 대전은 5월부터 10월까지 대전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예술공연이다. 사회자는 오늘이 올해에 처음으로 개최하는 공연으로 주말마다 계속 이어진다고 소개한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많을텐데, 자주 오를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다행이다. 6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30분 동안 각각  1부 자코밴드 공연, 2부 레베로프 공연 순으로 계속되었다.

 

자코밴드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라면, 레베로프는 빠르고 신나는 밴드로 분위기가 색달랐다. 1부 후에는 녹색 풍선을 배부했는데, 대전영시축제 기간이 또렷하게 적혀있다.

 

대전영시축제

- 기간 : 2024.8.9.(금)∼8.17.(토)

- 장소 : 대전 중앙로(대전역 ∼옛 충남도청)

 

대전문학관 문학콘서트

1시간 동안 공연이 이어진 후, 7시부터 문학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뒤에 서서 보는 관람객들도 많다. 콘서트 1부는 정호승 시인, 손미 시인의 대담, 2부는 방송인 서경석, 가수 변진섭의 만남으로 진행되었다.

 

강연
정호스 시인과 손미 시인의 만남, 문학콘서트 1부

 

1부, 시인과 시인의 만남

의자가 준비되었음에도 끝날 때까지 서서 진행되었다. 정호승 시인은 일상 속에, 자연 속에 시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시인인데, 바빠서 시를 못 쓰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자신이 시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대담 중간에 자작시 '꽃 지는 저녁'을 낭송했다.

 

- 꽃 지는 저녁 -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시인의 생각을 어떻게 아나

때때로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시를 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대로 읽고 느끼면 되는 것이지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쓰고 싶은대로 쓰자

너무 잘 쓰려고 하니 어렵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생각, 자신의 방식대로 시를 쓰면 된다.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쓴 시가 공감하기 쉽게 느껴진다.

 

자기를 들여다보며 내가 어떤 생각이 드느냐가 훨씬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선암사'라는 시를 좋아한다는 방문객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질문을 했다. 시는 작가와 직접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선암사의 보물은 해우소에 들려 작은 볼 일을 보고 있을 때, 눈 앞에 작은 글귀를 본 후, '선암사'라는 시를 쓰게 되었다고 했다.

 

- 선암사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해우소(解憂所) 근심을 푸는 곳, 사찰에서 화장실(뒷간)을 부르는 말

 

때때로 힘들다고 느낄 때, 마음을 들여다 보면,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 찬 경우가 종종 있다. 해우소에서 몸속 찌꺼기를 배출하면, 시원해지듯 마음 속 욕심을 버리면 어떻게 될까.

 

공연
문학과 음악의 만남, 방송인 서경석과 가수 변진섭, 문학콘서트 2부

 

2부, 문학과 음악의 만남

방송인 서경석과 가수 변진섭의 대담과 노래가 이어진 문학과 음악의 만남 시간이다. 재치와 순발력이 넘치는 서경석의 입담은 분위기를 즐겁게 만든다.

 

대담 후 계속되는 가수 변진섭의 추억의 노래는 많은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생각지도 못한 공연에 이어 문학콘서트가 막을 내렸다. 정호승 시인이 말했듯, 모든 살아있는 사람은 시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생각을 한 줄로 적어보면 어떨까.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 시작일 듯하다.

[아름다운 여행] - '5월 장미가 온다', 한밭수목원 꽃 축제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