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추석 명절 아침 제사를 지내러 간다. 파란 가을하늘과 뭉게 구름은 가을 풍경인데, 떠오르는 햇빛은 아침부터 뜨겁게 내리쬐기 시작한다. 큰형님댁에 도착하니, 이미 제사상이 차려져 있다. 폭염 속에 맞은 추석 명절 제상을 담아본다.
정성을 담다, 간소한 제사 음식
창은 병풍으로 가리고 가장 큰 안방에 두개 상을 연결했다. 양쪽엔 촛불이 켜지고 지방도 써서 올려 놓는다. 올 추석은 좀 이른데도 때를 알아차린 과일들이 때 맞춰 나왔다.
이전보다야 훨씬 간소화되었다. 음식 가짓수와 양도 줄어 들었다. 그럼에도 음식을 더 올릴 수 없을 만큼 풍족하고 넉넉한 제사상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간소화하고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동안 해오던 것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가정과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생각과 가치가 다르니,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그 차이를 좁혀가야 하지 않을까.
제사상 맨 앞 줄 왼쪽에는 대추, 밤, 감, 배, 사과, 포도 등 과일이 자리잡았다. 뜨거운 여름과 가뭄을 이겨낸 열매가 아닌가. 모두 소중한 과일들이다.
날씨 탓에 과일과 채소값이 오르고 명절때는 값이 더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석명절이면, 제사상에 과일들이 올라온다.
추석명절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송편이다. 어려서 송편을 빚고 큰 시루에 담아 불을 지펴 찌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일이 없어졌다. 시장 떡집에 가면, 어제든지 맛있는 송편을 구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오늘이 마지막 제사일까
추석 전 벌초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이나 제사를 마치고 다가오는 생각이 거의 비슷하다. 벌초를 하면서, 앞으로 제사를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의견을 나눴었다. 장손인 큰 형님은 더 큰 고민이 있는 듯하다.
제사를 지내기 전에 큰 조카와도 잠시 이야기를 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제사를 지내고 있는지, 여러 상황에 대해 말했다.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고, 제사와 명절 풍속도 지금보다 훨씬 달라질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것도 있지만, 제사음식을 준비하는 형수님도 연세 들고 힘들어진다.
명절증후군이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음식은 여성이 준비한다. 오랫동안 전통을 이어온 것은 드러나지 않게 일을 한 여성들의 공이 크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특별한 명분과 사명감이 있지 않은 이상 그렇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자라나는 세대들의 가치관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어오던 방법을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부터는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가족간에 아직 공론화가 안되었다.
올해 추석 제사가 집에서 지내는 마지막 제사가 될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간소하고 편리해진 방법의 명절 문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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