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 때는 벌초 시즌이 된다.
고속도로가 정체가 되고 적막하던 시골길 옆 좁은 공간에서 주차된 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때 늦은 벌초하러 가는 날
올해는 벌초가 조금 늦어졌다.
보통은 2, 3주 전에 벌초를 마쳤는데, 시간을 맞추다 보니 9월 마지막 주가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소가 있는 고향으로 간다.
그나마 거리가 가까워 멀리까지 이동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도로 옆 공간에 주차를 한 후, 산소가 있는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작은 냇가를 건너며, 힘찬 물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지금은 수량이 많이 줄었을 시기인데도 엊그제 내린 비로 물소리가 요란하다.
산소에 가까워질수록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골짜기를 가득 채웠다.
일찍 도착한 형님들이 산소 5개 중 이미 1개는 마친 상태이다.
예초기 2대는 벌초의 속도를 내고 있다.
잘린 풀들은 갈퀴로 긁어 산소 옆 공간으로 치우면 된다.
낫도 가지고 있지만, 거의 쓸 일이 없다.
예초기 없던 시절에는 낫만 가지고 벌초를 해야 했다.
지금 예초기가 없다면, 어떻게 벌초를 할 수 있을까.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산소를 찾아다니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흩어져 있던 산소들을 이장하여 한 곳에 모여 있어 불편함은 훨씬 덜해졌다.
쉽지 않다, 1년에 한 번 메보는 예초기
2도 금속날 예초기(일자 금속날 예초기)
둘째 형은 2도 금속날 예초기를 사용 중이다.
금속날이다 보니 산소 주변에 있는 나무 잔가지도 순식간에 잘려 나간다.
나이론 줄(끈)날 예초기
사촌형은 나이론 줄날 예초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금속날보다는 잘리는 힘이 약해 보인다.
작년에 처음으로 나이론 줄날 예초기를 등에 메고 벌초를 했었다.
그것도 잠시 동안이다.
무엇이건 처음 해보는 것은 어설프다.
익숙하지도 않고 요령도 없으니, 어깨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산소 여러 개를 벌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촌형이 메고 있던 나이론 줄날 예초기를 작년에 이어 다시 메 봤다.
둘째 형이 사용 중인 금속날 예초기는 처음으로 메 봤다.
줄날 예초기와는 상황이 매우 달라졌다.
금속날 예초기는 수평이 맞지 않으면, 땅과 충돌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돌과 흙이 훨씬 많이 튀어 오른다.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땅과 부딪힌다.
안전한 나이론 줄날 예초기에 비해 위험성이 매우 많다.
어깨와 팔이 더욱 긴장되고 힘이 들어갔다.
안전장비는 필수이다.
금속날 예초기를 사용하다가 사고가 발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7시 정도부터 시작한 벌초는 11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모두 벌초하느라 힘든 모양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대로 벌초를 마쳤다.
형제와 사촌들도 나이 들어간다.
몸도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한해 한해 모습도 달라지고 힘쓰는 것도 다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년에도 벌초는 한다.
그리고 벌초를 마치고 나면, ‘아이고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어느 가족묘 입구 표지석
산길을 가다가 어느 가족묘 입구에 쓰여있는 표지석을 보았다.
왔니,
고맙다.
사랑한다.
행복해라.
표지석 글처럼
후손들을 바라보는 조상들은 이렇게 말씀하실 듯하다.
이것이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이 아닐까.
추석을 며칠 앞두고 어디에 있든
모두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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