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철이다. 영월역에서 내린 후, 동강 제방 도로변에서 덕포5일장을 보고 영월대교를 건넜다. 불어 난 동강물을 바라보며, 중앙로 직선도로를 따라 서부시장 메밀전병과 올챙묵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서부시장 근처에 위치한 영월버스터미널은 인적이 드물다. 이전에는 많은 여행객이 오갔을 터미널 버스 시간표는 목적지와 출발시간이 몇 개밖에 적혀있지 않다.
영월 유배 4개월 만에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고 17세의 일기로 승하한 단종의 왕릉, 장릉을 찾아간다.
▣ 영월에서 잠시 머물다 잠들다, 17세의 일기
▷ 육지 속의 작은 섬, 청령포
- 국가지정 명승 제 50호
- 청령포 주차장 입구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로 133
오늘은 서강 건너에 위치한 청령포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서강을 흐르는 물이 많아져 배를 타고 건너기엔 안전 문제가 있는 듯하다.
청령포는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가로막고 있어 나룻배를 타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하기가 어려운 마치 육지 속의 섬과도 같은 곳이다.
'두견새 우는 청령포' 노래 가사에 그 때의 애달픈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 두견새 우는 청령포
- 작사: 이만진/ 작곡: 한복남
1.
왕관을 벗어놓고 영월땅이 왠말이냐
두견새 벗을 삼고 슬픈 노래 부르며
한양천리 바라보고 원한으로 삼년세월
아, 애달픈 어린 임금 장릉에 잠들었네
2.
두견새 구슬프게 지저귀는 청령포야
치솟은 기암절벽 구비치는 물결은
말해다오 그 옛날에 단종대왕 귀향살이
아, 오백년 그 역사에 비각만 남고 있네
3.
동강물 맑은 물에 비춰주는 달을 보며
님 가신 길을 따라 꽃과 같이 사라진
아름다운 궁녀들의 그 절개가 장하구나
아, 낙화암 그 절벽엔 진달래 피고지네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 금표비가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본지가 10년이 훨씬 지났다. 그때 건넜던 나룻배가 지금도 왕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외부와 단절된 이곳에 큰 홍수로 인해 물에 잠기게 되어 유배생활을 하던 단종은 영월 동헌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다고 한다.
▷ 영월관아, 관풍헌
寧越府 官衙, Yeongwol-bu Government Office
-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중앙로 61
영월대교 건너 중앙로를 따라 서부시장으로 가는 길에 중간 쯤에 위치한 관풍헌을 잠시 들렸다.
대로변에 자리잡은 관풍헌 문 안으로 들어서니, 마당은 거칠고 풀들이 곳곳에 자라고 있다. 문 앞에 서있는 안내판을 잠시 살펴보고 발걸음 이어간다.
관아는 조선시대 관청으로 수령이 정무를 보는 동헌과 생활하는 내아, 관리들이 집무를 보던 부속 건물 등으로 구성된다.
동헌 가까이에는 객사를 두어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나 대궐을 상징하는 궐패를 모시고 절을 하던 망궐례를 지냈으며, 사신들이 머물 수 있게 하였다. 현재 영월부 관아는 동헌 영역은 모두 사라지고, 객사 영역의 건물과 자규루만 남아있다.
객사의 동익헌인 관풍헌은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봉(벼슬이나 지위가 낮아짐)된 채 17년 짧은 생을 마감한 곳으로 전한다.
세조 3년(1457년) 단종이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어 지내다가 홍수가 나자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겨 침전으로 사용하였고, 자규루(당시 매죽루)에 자주 올라 어린 임금의 비통함과 애처로움을 담은 시를 지었다고 한다.
▣ 영월 1경 장능, 조선 제6대 단종의 능
-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
- 관람시간 : 연중 09:00∼18:00
- 입장료 : 성인 2,000원/65세 이상 무료
- 주차장 : 무료
- 시내버스 : 영월-장릉 시내버스 07:00∼20:00, 20∼30분 간격 운행
- 이동 경로
- 갈 때(도보) : 영월역→영월대교→관풍헌→서부시장→영월버스터미널→노루조각공원→장능
- 올 때(택시) : 영월대교 건너기 전까지 4,600원
영월 서부시장에서 다시 장능까지 걷자고 한다. 가이드하고 있는 선배의 제안에 걸어보기로 했다. 동행중인 3명은 걷는 것에 익숙해서 다행이다.
다시 돌아나올 때는 영월대교까지 택시를 탔는데, 택시비가 4,600원으로 영월역에서 장능까지 택시비는 5,000원 정도 예상된다. 20분-30분마다 시내버스가 경유하는 곳으로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장릉에 도착한 후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서, 돌아본다. 더운 날씨에도 끝까지 친절하게 재밌게 설명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특이했던 것은 해설사가 중국 한족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한국남자와 결혼한 후, 영월에서 정착하여 유창한 한국말로 재미있게 해설했다.
장릉으로 들어서면, 박충원 낙촌비각, 단종역사관, 재실 그리고 엄흥도 정려각이 일렬로 위치한다. 무엇보다 왕릉과 깊은 인연은 엄흥도 정려각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월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서 단종의 시신을 염습하여 지게에 지고 영월 엄씨들의 선산인 이곳으로 향한 사람이 바로 엄흥도이다.
엄흥도 정려각
嚴興道 旌閭閣, Commemorative Pavilion of Eom Heung-do
이 비각은 영월 호장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영조 2년(1726년)에 세웠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봉(벼슬이나 지위가 낮아짐)되어 영월에 유배되었다가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나자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거두어 돌보지 않았는데, 이때 엄흥도가 찾아가 통곡을 하고 관을 마련하여 장사를 지낸 것으로 전한다.
박충원 낙촌비각
朴忠元 駱村碑閣, Commemorative Pavilion of Bak Chung-won
박충원은 중종 36년(1541년) 영월 군수로 부임하여 단종의 묘를 정비하고 제문을 지어 치제(임금이 제문과 제물을 보내어 지내주는 제사)하였다고 한다.
『선조수정실록』에는 ‘박충원이 영월 군수로 부임할 당시 영월의 관리들이 갑자기 죽는 요사스러운 일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이를 노산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박충원이 노산의 묘에 제사를 지냈더니, 그 뒤로는 탈이 없었고 요사스런 말도 사라져서 사람들의 박충원을 칭송하였다.’라는 일화가 전한다.
▽ 장능의 독특함
왕릉은 거의 비슷하기도 하고 서울 안이거나 근교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비해 장능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왕릉이다.
그러기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부속건물로 재실과 정자각 앞에 우물인 영천(靈泉, Yeongcheon Well)이 자리잡았다. 영천의 물은 장마철에도 늘 깨끗하고 맑은 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봉분 하나에 왕 한 분을 모신 단릉 양식으로, 일반적으로는 능상과 정자각, 항여로, 홍살문이 한 줄로 배치되지만, 장릉은 능상 오른쪽 아래 서남향으로 정자각이 있고, 향어로가 'ㄱ '자로 꺾여있다는 것이 가장 독특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입구에서 정자까지 해설사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왕릉 가는 길' 계단으로 들어섰다. 계단을 올라서면, 정자각 위 능선 위에 자리잡은 장능 앞까지 조금 더 걸어야 한다.
왕능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방금 전에 들렸던, 정자각과 영천이 내려다 보인다. 올라왔던 계단길을 지나 울창한 소나무 숲 사잇길로 내려서면, 단종역사관과 박충원 낙촌비각 사이에 도착한다.
한양에서 청령포, 영월 관풍헌 그리고 장능에 묻히기까지 단종의 짧은 일기를 되돌아 보았다. 장능은 영월1경으로 영월에서 첫번째로 방문해봐야 할 장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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