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다.
영산홍 나무 빽빽하게 들어선 화단 뒤로 꽃 한 송이 보인다.
홀로 핀 메꽃과 눈 마주치다
덩굴도 무성하지 않고 홀로 피어있는 메꽃은 수줍어하는 것일까.
큰 나무 등 뒤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살며시 뒤에 숨어 고개만 내민 듯하다.
이전에는 길을 오가면서 활짝 핀 나팔꽃과 메꽃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올해에는 마주친 기억이 없다.
그래서일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마주쳤다.
버스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방금 만났던 메꽃이 마음속에서 남아있다.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다시 메꽃을 찾았다.
방금 전 보았던 홀로 핀 메꽃이 조금은 쓸쓸해 보였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메꽃의 외로움을 알아서일까.
멀리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쯤 손님이 메꽃을 찾아온 것일까.
메꽃과 나비의 정겨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조심스레 발뒤꿈치를 들었다.
메꽃과 나비의 동행을 지켜보다
고개를 쑥 내밀고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찾아온 손님인 나비 한마리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마 메꽃을 찾아 온 시간이 꽤나 지난 것일까.
메꽃과 나비가 동행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서로 고개를 가까이 대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 보따리에 오로지 귀기울이고 있다.
한참을 귀 기울여 듣더니, 나비는 자세를 바로 잡는다.
서로의 눈빛 속에 충분한 소통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때때로 메꽃과 나비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중해서 귀기울여 듣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나비는 홀로 핀 메꽃을 찾아와 필요한 일들을 다 마쳤나 보다.
잠시 눈인사를 하더니, 메꽃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또 다른 외로운 꽃을 만나려 떠나간다.
지금 했던 것처럼 들어주고 인정해 주고 공감할 것이다.
화단 뒤에 홀로 피어 외로워 보이던 메꽃은 오늘 하루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자신있게 내일을 맞이할 힘을 얻었다.
어쩌다 메꽃과 나비가 마주쳤다.
나팔꽃과 친척관계인 메꽃은 꽃모양이 비슷해서 처음 봐서는 구별하기 쉽지 않다.
나팔꽃과 메꽃은 꽃색깔과 피어있는 시간대를 보고 구분할 수도 있다.
나팔꽃은 색이 다양한 반면에 메꽃은 엷은 홍색 하나밖에 없다.
오후가 되면 나팔꽃은 시들어 버리지만 메꽃은 변함없이 활짝 피어 있다.
메꽃 꽃말 : 충성, 수줍음, 속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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