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 누운 매미와 우연한 만남
운동장에서 걷고있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그 넓은 운동장 안으로 들어서는데, 바닥에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운동장 한복판에 매미가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참 이상한 일이다.
무릎을 꿇고 매미를 쳐다보니 움직임이 없다.
죽은 것은 아닐까.
그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았다.
그런데,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 친다.
6개의 발을 사방으로 움직인다.
공중으로 발을 아무리 움직여 봐야 바른 자세로 돌아갈 수가 없어 보인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에 어떻게 누워있는 것일까.
그동안 살아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을 텐데, 이제 힘이 빠진 듯하다.
바닥을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운동장에서 밟힐 수도 있다.
다행이다. 지금까지 살아있어 다행이다.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곳
손으로 매미를 집어서 바르게 세웠다.
조금 걷기 시작하더니 움직이질 않는다.
운동장에 어떻게 누워있게 되었는지 모른다.
생각지 못한 불의의 사고였을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있었을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은 빠지고 햇빛과 뜨거워진 운동장 모래의 열기에 정신이 혼미해졌을 것이다.
바른 자세로 세웠는데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매미를 집어 들고 운동장 가에 울타리 아래로 옮겼다.
운동장 바닥에서보다는 더 빠르게 움직이더니 이내 걸음을 멈춘다.
기력이 빠진 매미를 바닥에 놓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기는커녕, 기어갈 힘도 없는 지금, 매미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나무 기둥, 가장 높은 곳으로
울타리 아래 땅에 있던 매미를 나무 기둥으로 옮겼다.
다리에 나무 기둥에 매달릴 힘이 남았나 보다.
남았다기보다는 지금 본능적으로 살려고 초인적인 힘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둥에 매달린 나무가 더 높이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시 지켜봤다.
나무기둥에 매달려 있는 힘이 전부일까.
움직이질 않는다.
다시 매미를 떼어 옮겼다.
손을 길게 뻗어 올렸다.
처음 있던 곳은 사람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나무 기둥 가장 높은 곳으로 매미를 옮겼다.
잠시 지켜보는데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남은 힘이 여기까지인가 보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확인해 본다.
혹시 바닥에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그 자리에 그대로 붙어있다.
운동장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매미는 7년을 땅속에서 있다고 지상으로 올라와 길어야 한 달 동안 산다고 한다.
매미의 일생으로 볼 때, 오늘 하루는 너무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다시 살아난 오늘, 살아있는 동안 안전하게 살다가 임루를 마치고 생을 마감하기를 기대한다.
오늘 우연히 운동장에 누워있는 매미를 만났다.
장마가 끝나자 마자 매미 노랫소리가 진동한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즐겁게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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