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 피는 꽃이 있다. 제철마다 꽃이 피는 때가 있다. 11월로 들어선 늦은 가을임에도 황매화 가지와 민들레 꽃대 위에 노란 꽃이 보인다. 공원 산책로 옆에 마지막 비행을 기다리는 민들레 씨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새로운 시작, 미지의 세계로
민들레는 생명력이 매우 강한 듯하다. 집을 나서면, 환경이 열악한 보도블록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난 봄엔 온통 노란 민들레가 땅을 덮었다. 모두가 미지의 세계로 떠난 줄 알았는데, 가을날 이곳저곳에 듬성듬성 민들레 꽃이 폈다.
오늘은 하루종일 좀 차게 느껴지는 가을바람이 불어댄다. 바람타고 가을을 멀리 떠나보내려는 것일까. 나뭇잎이 수북하게 쌓이더니,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려 나뒹군다.
듬성듬성 폈던 노란 민들레 꽃도 이전보다 훨씬 줄었다. 마지막 비행을 기다리던 민들레씨도 자취를 감추고 멀리 떠난 듯하다.
발걸음 멈추고 민들레 꽃대 앞에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내밀었다. 가까이 다가서야 남아있는 민들레 씨와 눈을 맞출 수 있다.
온전한 것은 드물고 꽃대만 남은 것이 태반이다. 바람에 꽃대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그 위에 매달린 민들레씨도 바람에 몸을 맡겼다.
변덕스럽게 방향을 바꾸는 가을바람에 꽃대 위에 단단하게 붙어있던 민들레씨는 단단하게 박힌 못이 빠지 듯 흔들리더니, 결국은 뽑히고야 만다.
탯줄처럼 이어졌던 꽃대와 민들레씨는 한 번에 정을 끊어내지 못한 듯하다. 그동안 쌓인 정이 많고 떠나는 것이 아쉬운 듯 연결이 끊어졌음에도 거꾸로 붙어있다.
양손을 굳게 맞잡고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추운 겨울바람이 찾아오기 전, 떠나야 한다.
이제 마음이 정리되었나 보다. 그동안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민들레씨는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어찌나 비행을 잘하는지 따라잡을 수가 없다.
더 멀리 비행해야 하는데, 잠시 쉬어가려는 듯, 솔잎 사이에 내려앉았다. 숨을 고르고 또다시 아주 먼 미지의 세계로 출발하려는 듯하다.
이제 민들레꽃대만이 홀로 남았다. 모두 훨훨 떠나 보냈다. 섭섭함과 후련함을 달래려는 듯, 바람결에 춤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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