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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오백리길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 산골 마을 길, 이평리

by 워~워~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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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 호반 길 "


부소담악이 있는 추소리를 돌아 나왔다. 황룡사 앞에 있는 이정표에는 항곡리까지 6.5㎞라고 적혀있다. 이슬비가 내려서 우산을 썼다가 접었는데, 해가 비춘다. 다시 우산을 펼쳐 들었다. 좁은 아스팔트 길을 따라 항곡리까지 걷는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은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이다. 여기부터 공곡재까지 이평리 마을이다.

 

대청호오백리길-이정표

 

 

▷ 이평리 마을 유래

 

이평리는 원래 군북면 이탄리에 속해 있던 마을인데, 후에 추소리이평리로 나뉘었다. 이평리라 부르게 된 것은 탄의 이자의 평자를 한자씩 취하여 이평리라 하였다.

 

이탄은 “배일”의 옛말을 한자로 쓴 것인데, 이곳을 “배일” 또는 “배여울”이라 불렀다. 물이 적으면 여울로 건너 다닐 수 있고, 물이 많으면 배로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배여울”이 변하여 “배일”이 되었는데, 먹는로 한자화 하여 쓰고, 여울 탄 자를 써서 이탄이라 하였다.

 

자연마을로는 배일(이탄), 갈벌, 갈마탕, 공곡재, 구건리골이 있는데, 배일과 갈벌은 대청댐 수몰로 물에 잠기고, 마을 건너편 구건리골에 이주하여 신주택지가 생겼다. 대청호 담수가 시작되면서 본래 마을이 있었던 곳은 모두 물속에 잠겼고, 마을은 한순간에 분리되었다. 자연마을 중 “공곡재”를 제외하고 ‘국원이골(구건리골)’과 ‘추실’은 주민들이 이주해 새로 만든 마을이다.(옥천문화원, 마을 유래)

 

대청호-1대청호-2

 

대청호-3대청호-4

 

 

▷ 갈벌 버스정류장 걸려 있는 그림

 

사찰 보현사 입구에 있는 갈벌 버스정류장을 지난다. 그 안에 그림 한 장이 걸려 있다. 이 그림을 누가 볼 수 있을까.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그림의 오른쪽 위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평리 갈벌 대청호에 잠긴 옛날 모습, 경자년 일월 일일 추암 박찬훈.

 

대청호로 수몰되기 전의 동네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큰 냇가가 가운데로 흘러가고 있다. 냇가 주변에는 물레방아, 다리, 마을 길 그리고  많은 집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이다. 집집마다 성함을 써 놨는데, 성이 모두 박 씨이다. 이 마을은 박씨 집성촌이었다. 옛날 정겹던 고향 마을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한 폭의 그림에 대청호에 수몰된 고향을 그리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갈벌-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그림

 

대청호-5이평리-가는-도로

 

 

▷이평리 꼬부랑길

 

산자락의 생김새에 따라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꼬부랑길이다. 가는 길에 잊을만하면 집이 한채 있다. 수몰 전에는 큰 마을을 이루었던 이평리 마을이다. 사람들은 고향을 거의 떠나고 지금처럼 드문드문 흩어져 살게 된 것이다. 논밭을 일굴만한 땅이 적고 대부분 험한 산지라서 각자 형편대로 삶의 터전을 새로 일구다 보니 지금처럼 되었단다.

 

담장 아래로 아주까리 크게 자랐다. 최근에 포장한 도로를 돌아 올라서면 항곡리와 이평리 갈림길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12시 20분쯤 이평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떡과 사과 한 조각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이평리-가는-도로-1

 

아주까리

 

도로

 

 

 

"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 이평리 마을 "


공곡재 아래에 위치한 이평리 마을은 첩첩산중이지만 이평리를 이루는 마을 중 농토가 제일 넓다. 햇볕이 잘 드는 완만하고 넓은 산의 경사면은 논밭을 일구고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몰민 중 몇 가구가 이곳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여태껏 살고 있는가 보다.

 

 

 

▷ 본토박이 할아버지

 

마을 길을 돌아 나오다가 집 앞에 있는 작은 밭에서 일하고 계신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곳에서 오래 사셨냐고 물으니, 70년 을 사셨다고 한다. 살던 집이 무너진 후, 새롭게 황토로 지은 집에서 40년을 살고 있다고 했다. 마을 분들 중 모두 돌아가시고, 본토박이는 혼자만 남았다고 한다.

 

이제는 힘들어서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했다. 전에 소가 있을 때, 쟁기로 밭을 일궜지만, 지금은 소가 없어 삽과 괭이로 농사일을 하고 있단다. 밭에는 배추와 무 등 채소가 자라고 있다. 이것도 자식들에게 주려고 조금 일을 하신다고 했다. 부모는 평생 동안 자식들 걱정하며 사시는 것 같다. 자식들이 오면 무엇 하나라도, 싸서 보내려고 하신다. 몸을 가눌 수 없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가실 것이다. 

 

막걸리 한 잔을 하고 가라고 말씀하신다. 말씀만이라도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항곡리에서 버스를 타려면, 버스 시간에 맞춰야 한다. 이 버스를 타지 못하면 저녁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평리-마을-1

 

이평리-마을-2

 

이평리-마을-3

 

 

▷ 공곡재 넘는 길

 

 이평리 버스정류장으로 돌아 나왔다. 조금 전에 할아버지께 이곳까지 버스가 왜 안 들어오냐고 물었더니, 도로포장 공사는 완료되었지만, 버스는 내년 1월부터 다닌다고 한다. 12시 40분, 이평리 버스정류장을 출발했다. 공곡재까지는 가깝다. 오르막 길이다. 가끔 승용차가 공곡재를 넘으려 지나가고 있다.

 

길가에 떨어진 밤들이 차바퀴에 눌려 깨진 것들이 많이 보인다. 길 위에 밤이 떨어졌다. 걸어가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밤을 까서 먹으며, 공곡재 날망에 도착했다.

 

밤

 

공곡재에서 내려서면 항곡리이다. 길가에 있는 나무들에 가려 조망이 없다. 경사가 급해 지그재그로 돌아야 하는 구간이 있다. 그곳이 오늘의 조망점이다. 멀리 방아실 뒷산 꽃봉이 보인다. 꽃봉 오른쪽 끝자락 능선에 옥천 수생식물원이 위치하고 있다. 거의 평지까지 내려오면, 농사짓는 밭 옆에 농막들이 여러 개 보인다.

 

방아실-1방아실-2

 

항곡리-모습-1항곡리-모습-2

 

13시 46분, 항곡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14시 20분에 방아실을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 일부를 걸었다. 공곡재 아래 첩첩산중에 이평리 마을이 있다.

 

 

[길/대청호오백리길] -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 마을 길, 부소담악 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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