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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비에 하늘이 산뜻해졌다. 나뭇잎도 들판도 푸르러졌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봄 날이다. 눈이 시리게 푸르른 오후시간이다.
눈이 시리게 푸르른 오후시간
비가 내린 후, 날씨라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순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습도가 높아 반대로 흐릿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펼쳐지는 풍경을 흡족하게 담아본다.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다.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버들강아지는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멀리 떠났다. 버드나무 가지는 따뜻한 햇볕에 긴장을 푼 듯 축 늘어졌다. 흘러가는 구름 속 태양은 숨바꼭질을 이어간다. 그러더니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천변 물결은 순간순간 불어오는 봄바람에 출렁거린다. 밀려오는 물결은 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에 부딪혀 돌 위로 물살 튀긴다.
오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봄날을 만났다. 눈이 시린 오후시간, 지그시 눈을 감고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기에 어울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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