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7구간은 꽃봉 갈림길에서 부소담악이 있는 추소리까지이다.
전에는 목적지까지 걷는 것이 큰 목표였었다.
지금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가까이 다가 보려한다.
옥천 수생식물학습원에 갈 때와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탔다.
45분 정도 지나 방아실 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배낭에 들은 것이라야 점심으로 먹을 떡 한 조각과 물 한 병이 전부이다.
종점 옆에 있는 정자에서 배낭 속의 모자를 꺼내 쓰고 출발했다.
방아실은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이다.
대정리를 출발하여 항곡리까지 걸으려고 한다.
종점 옆에는 방아실백악관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그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들머리다.
▷ 버스 이동 경로
11시 2분,방아실행 62번 시내버스 탑승
11시 48분, 방아실 버스정류장(종점) 하차
▷ 걸은 경로
방아실 버스정류장(종점) → 대청호반가 → 비야대정로 → 향수 뜰 마을복지회관(대전보건진료소) → 고개→ 힐러와 선장 → 환타파인 → 비야대정로 고개 날망 → 항곡리와 환산로 갈림길 → 항곡리 버스정류장
▷ 대정리 마을 호반길
방아실에서 나지막한 고개를 올라섰다가 내려오면 대청호가 펼쳐진다.
가을 하늘은 청명하고 햇볕은 뜨겁다. 모자만 쓰고 가다가 우산을 펼쳐 들었다.
작은 검은색 우산을 쓰고 호반길을 걷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
햇빛이 뜨거우니 어쩌겠는가.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다.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녹조가 심하다.
호반가에는 갈대와 억새가 섞여 자라고 있다.
갈대라는 이름은 대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갈대 군락지로 유명한 곳은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에 위치한 신성리 갈대밭과 전남 순천만 갈대밭이 있다.
2016년 7월 신성리 갈대밭
오래된 가요 중에 갈대의 순정이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사나이 우는 마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
말없이 떠난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녹조가 있는 호반가에서 여유롭게 낚시를 하는 분들 보인다.
그중 한 분은 큰 물고기를 낚으려는지 나룻배를 타고 노를 젓고 있다.
갈대
▷ 대정리 보건진료소가 있는 마을길
호반길을 지나 비야대정로로 올라섰다. 차들이 다니는 2차선 도로이다.
향수마을뜰복지회관 표지판이 보인다. 도로 옆에는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정자를 덮고도 남을 큰 느티나무 서있다. 마을 앞에 도로 한 방향으로 데크길이 있다. 차도 옆으로 인도가 없으면 위험할 텐데, 다행이다.
옆에 있는 감나무에서 떨어진 것을 누가 올려놓았나 보다. 데크 기둥 위에 먹음직한 빨간 홍시가 있다. 침을 삼키며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도로 옆에 웬 토끼가 서 있다. 군북면 대정리 행복마을과 천천히라는 말이 적혀 있는 표지판을 들고 있다.
보은 회남부터 대청호 마을길을 걸으면서 입구 표지판에 행복이라는 것이 들어간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원한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쉽게 그렇게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길을 걸으며,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행복은 저장하거나 보관할 수가 없다. 지금 느껴야 하지 않는가. 지금 걸을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 아닌가.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마을 앞길이다 보니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요즘은 안전이 제일 우선이다. 천천히 라는 표지판을 토끼가 아닌 거북이가 들고 있다면 어떨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마을 길 앞을 지나가고 있다.
느티나무
감
▷ 대정리 고개 넘는 길
마을길 지나서 차도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지막한 고갯길이다.
널찍한 공간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작은 표지판이 서있다. 금강 수변생태벨트 복원지라고 적혀 있다. 복원 전에는 낚시터였다고 한다. 수변생태벨트라는 것은 "상수원 주변으로 숲, 초지, 습지 등 완충녹지대를 마련하여 물을 깨끗하게 하고 공기를 맑게 하여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장소" 라고 한다. 산뜻하게 잔디가 잘 관리되어서 보기 좋았다.
고개 넘어서니 공사 중인 곳이 보인다. 방아실에 있는 것처럼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장소 같다. 힐러와 선장, 힐링 놀이터라는 간판이 있다. 펜션 같기도 하고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주변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언덕에 멋있는 소나무 한 그루 있다. 보기는 좋지만, 소나무는 어떤지 모르겠다.
그렇게 굽어 자랐으니 한편으로 힘들게 느껴진다. 인기척 없이 적막하다.
금강 생태벨트 복원지
대정리라 부르게 된 것은 자연마을들을 합쳐 새로운 마을을 만들면서, 대촌의 대자와 와정리의 정자를 합하여 대정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대촌의 "방아실" 마을은 생긴 모양이 디딜방아 같이 세 갈래로 되어다 하여 "방아실"이라 이름 지었는데, 한자로 쓰면서 방하곡리 라고 하였다가 제일 큰 마을이라 하여 큰대(大)와 마을 촌(村) 자를 써서 대촌이라 하였다.(옥천군청, 우리 마을 유래)
▷ 탈출로는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동네 한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말씀을 하시며 지나가신다. 입구에서 도로공사를 한다는 표지판을 보지 못했느냐고 한다. 표지판은 없었다. 앞에 시멘트 포장 공사로 가기가 어려우니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가자니 갈등이 생겼다. 계속 가야 하나 아니면 돌아가야 하나 제자리서 갈팡질팡하였다. 길이 막혔으면 돌아가야지 생각하며 몇 발짝 가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산속이라도 접근할 수 있는 탈출로가 없을까 하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사유지인지라 울타리가 설치되었고 문은 잠겨있어 틈이 보이지 않았다.
현장을 확인하려고 직진했다. 이미 길 위에 시멘트가 부어져 있고, 계속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시멘트가 부어진 길 오른쪽 틈새로 진입해 가 보았다. 아, 그런데 갈림길이다. 그 위에도 시멘트가 굳지 않은 상태이다. 다시 돌아 나와 왼쪽으로 진입했다. 틈새가 없어지는 지점에서 둑으로 올라서 들깨 밭으로 들어섰다. 사람 키만큼 자란 들깨 사이로 조심조심 걸었다. 들깻잎 향을 흡족하게 취했다. 간신히 공사 구간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정면으로 부딪혀서 틈새 전략이 통했다. 길을 걸으며 때로는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방금 전처럼 직진해야 할 때도 있다. 잘 알지 못하기에 선택의 순간에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 주변의 말을 듣고 망설이는 때도 있다.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는 결과를 보고서야 알 수 있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가서 보면 알 수 있다. 실수도 성장의 과정이라 생각하며 길을 이어간다.
갈 곳은 출발하기 전에 지도와 최근 산행 후기를 살펴보곤 한다. 그럼에도 와서 보면 달라진 것들이 있다. 도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사유지에는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어 길이 막힌 지역도 있다.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부터 5구간까지는 대전지역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고, 찾는 분들도 많다. 현재 대청호오백리길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탑재되어 있다. 대청호오백리길 6구간부터 21구간(충북 구간)은 안전 문제로 정비 중이오니 탐방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충북 구간 일부는 난감한 구간이 여러 곳이다. 정비 중이라고 공지는 되어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편 진입로 입구에 농로 확포장공사로 차량을 통제한다는 입간판이 보인다.
비야대정로 차도의 날망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차도 옆으로 내려서면 항곡리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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