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시간이다.
요즘 좀 일찍 움직이다 보니, 차가 막히지 않고 계획했던 일을 일찍 마칠 수 있다.
밖으로 나오니 동쪽 하늘이 붉게 밝아온다.
◇ 오늘 걸은 길 : 충북 보은군 회남면 사담길, 남대문 공원
- 이동경로 : 버스종점→사담길→마을길→도로 옆 인도 따라 이동→남대문공원, 수몰 유래비
- 이동거리 : 2.2㎞ 정도
- 이동방법 : 대전 시내버스 63번, 대전역 동광장↔회남
▷ 63번 회남행 버스는 첫 차가 대전역 동광장을 6시 30분 출발한다.
6시 44분에 중앙시장 버스정류장에서 승차했다.
1시간 정도를 달려서 7시 42분에 종점에 도착했다.
사담길이 있는 회남은 대청호오백리길 15구간의 도착지점이면서, 16구간의 출발지점이다.
▷ 같이 버스에서 내리신 할아버지 한 분과 잠시 이야기를 했다. 30분 정도 걸어가면 1500평 정도의 밭이 있단다. 밭을 어떻게 일구시느냐고 물으니 삽과 쇠스랑을 이용하여 조금씩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젊어서 땅을 구입했다는데 ,관리기도 없이 쉬엄 쉬엄하신다니 대단하게 보인다. 오랫동안 농사 지은 경험을 많이 들려주셨다.
전에는 이곳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아서 불편했지만, 지금은 좋은 세상이라고 했다. 거신교를 건너 밭으로 가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 안내 표지판에 '사담길'을 소개하고 있다.
거교리는 회남면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북쪽으로는 산이 있고 대청호가 위치한 휴양 농촌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것다리(거교), 날방, 멱골, 본말, 사당마루 등이 있으며 것다리는 큰 다리가 마을 앞에 있었다고 한다.
날방은 것다리 남쪽 산을 깍아 조성된 마을로 지대가 높다하여 날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멱골, 본말, 사당마루는 대청호를 지을 때 수몰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사담리 일부를 병합, 옛 지명의 이름을 사용하여 사담길이라 하였다.
아침 햇살에 물결 눈이 부시다.
▷ 사담길 끝나가는 지점 물가에 밤 쏟아질 태세다. 마을길로 올라섰다.
곳곳에 벽화가 많이 보인다. 화장실 입구에 그림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 사담길과 마을길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남대문공원으로 갔다. 2차선 도로 옆에 인도로 연결되어 있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호숫가에 있는 공원에 도착하니 수몰유래비와 옆에 탑이 서 있다.
1980년 대청댐 수몰로 인하여 사탄리, 서탄리, 용호리, 송포리, 어성리, 매산리 등 6개 마을이 침수되어 탑 바닥에 마을 이름이 새겨져 있다. 탑의 기둥에는 수몰되기 전의 마을 지도와 '아이들 자라 고향을 묻거든'이라는 시가 한 편 써 있다.
<아이들 자라 고향을 묻거든>
아이들 자라 고향을 묻거든
이 곳에 와 소리쳐 부르게 하라
가난했으나
지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답던 곳
솔개를, 서당평을 사자울을 부르게 하라
산수골을 어성을, 양중지를, 살목을 바탕뫼를
영당을, 새별을, 사당마루를, 정문거리를 소리쳐 부르게 하라
눈물을 닦고
별 총총하던 그 여름밤을 말해 주라
키 큰 미루나무와 신작로길을, 자재와 다슬기들의 시내를
순한 소들과 깔 베던 어린 지게들을
동네마다 불을 켜던 가을 감나무들과 아늑한 저녁 연기들을
캄캄한 고갯길을, 벚꽃 만발하던 모교의 교정을
말해주라
겨울 강 쩡쩡 얼음 터지는 소리에 잠을 설치며
딴딴한 장딴지의 젊은 아버지와
가르마 슬기롭던 젊은 어머니 함께
우리는 여기서 살았노라고
훗날 누가 고향을 묻거든
그대 눈물을 닦고
내 고향, 그 빛이 너무도 고와
그 빛 너무 눈부셔
시샘한 수궁이 데려갔노라 일러주라
무심한 저 물 앞에 서서 그리운 이름을 소리쳐 부르라
부르게 하라
김사인(동덕여대 교수, 시인)
수몰되기 전 옛 고향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 주변에 감나무가 많다. 데크 길 위에 떨어진지 오래된 것도 있고 방금 떨어진 감도 보인다. 광장에는 주말에 지역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몰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느끼며, 회남 사담길과 남대문공원에서 짧은 아침 산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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