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정상 양 옆으로 서각봉과 낙조대가 균형을 맞추고 있다. 서각봉에서 계속 이어진 능선은 무수재에서 치고 올라 월성봉과 바랑산으로 뻗어나갔다.
오늘은 대둔산 자락에 월성봉을 찾아가 본다. 전국 유명산에서 철쭉제가 열리고 있는 지금, 월성봉 산철쭉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대둔산 수락계곡 가는 시내버스
대전서남부터미널에서 대둔산수락계곡을 왕복하는 시내버스는 21번이다. 21번 시내버스는 흑석네거리를 지나 논산군 벌곡면소재지를 경유한다.
- 08 : 45, 수락계곡행 21번 대전서남부터미널 버스정류장 출발
- 14 : 20, 대전행 21번 대둔산수락계곡 버스 종점 출발
- 소요시간 : 1시간 전후
근로자의 날인 오늘 버스 안은 빈자리 없이 서서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만원이다.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지나 대둔산수락계곡 버스종점에 도착했다.
산행경로
대둔산수락계곡 버스종점→얼레지다리(무수재, 철쭉단지 갈림길)→무수재→흔들바위→월성봉→철쭉단지→화거정 정자→얼레지다리→버스종점(원점회귀)
무수재로 가는 계곡길
버스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이전에 없던 모습이 보인다. 대둔산도립공원 수라계곡 표지석이 새롭게 설치되었다.
수락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높은 봉우리가 있다. 오늘 올라갈 월성봉이다. 주차장을 기준으로 월성봉을 올라가는 방법은 3가지 정도 있다.
- 주차장 옆을 흐르는 천을 건너 올라가는 길
- 무수재를 경유하여 올라가는 길
- 무수재 전 얼레지다리에서 올라가는 길
오늘은 무수재에서 월성봉을 둘러보고 얼레지다리 방향으로 내려오려고 한다.
수락계곡으로 들어가는 넓은 도로 양 옆으로 단풍나무가 무성하다. 가을 단풍도 예쁘지만, 본래 잎 색깔이 다른 단풍나무는 잎이 피는 순간부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수락폭포와 무수재를 가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계곡에는 시원한 물이 흐르고 울창한 숲에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다.
산행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가 있을까. 덥지도 춥지도 않은 5월, 봄은 깊을 대로 깊었다. 산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오늘은 친구와 동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는 중이다. 요즘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못한 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고 의미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조급하게 바삐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느림과 멈춤 그리고 머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산행을 하면서 느리게 걷고 걸음을 멈추어 서서 바라보고 오래 머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월성봉으로 올라가는 능선길
주차장에서 월성봉으로 가는 길은 거리가 3㎞정도이다. 무수재는 딱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대둔산 정상과 월성봉으로 갈라지게 된다.
월성봉까지 능선은 경사가 가파르다. 계단을 올라서면 조망이 트인다. 왼쪽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다.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이 월성봉에서 내려오고 있다. 암벽으로 이어진 능선에서 멋진 사진들을 담고 있다.
올라가는 등산로 옆으로 소나무가 많이 보인다. 밑기둥부터 여러 가지를 뻗어 올린 소나무도 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는데, 각각의 나뭇가지들은 어려서부터 일찍 독립하고 싶어나 보다.
크게 성장한 후에도 많은 가지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 보기 좋다.
엄청나게 높은 낭떠러지에도 소나무들 버티고 있다. 어려서부터 오랜 세월 힘들었을 텐데, 지금까지 살아있는 힘이 대단하다. 여름은 여름대로 물이 부족했을 것이다. 겨울은 겨울대로 추운 겨울바람을 견뎌왔을 것이다.
강한 바람 불어오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위치에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타고난 운명인가. 오래오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추락위험, 절벽에 가까이 가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올라오는 길 옆 곳곳에 세워졌다. 정상에서 가까운 곳에 흔들바위가 있다.
절벽 가까운 곳에 놓인 흔들바위에 올라서서 흔들거리는지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인데, 이런 곳은 좋아하는 코스가 아니다.
월성봉 표지석이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월성봉 절벽 아래에 보이는 절, 법계사다. 월성봉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살펴보고 철쭉단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월성봉은 동쪽의 대둔산, 남쪽의 천등산 등과 함께 노령산맥의 북부 산군을 이룬다. 장성천이 동서방향, 대곡천이 남북방향으로 흐르고, 북쪽으로는 수락저수지와 남서쪽으로 채광리가 들어서 있다.
산의 정상부에서 중턱에 걸쳐 달이산성(達伊山城)이 있다. 지형적으로는 북고남저(北高南低)의 삼태기형, 즉 사모봉형(紗帽峰形) 산성의 형태를 하고 있다.
산성은 성벽 전체를 석성으로 축조하였는데, 대부분이 붕괴되고 일부만 남아있다. 월성봉이라는 이름은 토성에 달이 비치면, 그 고요함이야말로 숨을 죽이는 듯했고, 성벽에 비친 달빛의 수렴함이 으뜸이라 하여 월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월성봉에 환하게 비친 달빛을 상상해 본다. 주변이 낭떠러지에 급경사 지역이라 자연적으로 요새가 된 것 같다.
철쭉단지와 대둔산
지금 월성봉을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다. 아마 철쭉을 보러 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철쭉은 어떤 모습일까.
때가 좀 늦었다. 이미 지고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주에 왔어야 절정의 순간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나마 완전히 진 것은 아니고 약간의 흔적이 남아있어 위안을 삼는다.
이전에는 철쭉나무가 많았었다. 지금은 철쭉나무 사이에 다른 나무와 풀들이 무성하게 올라오고 있다.
철쭉나무가 다른 나무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쉬운 싸움이 아닌 듯하다.
철쭉단지 전체 모습은 없지만, 한송이 한송이는 꽃이 살아있다. 꽃 색깔도 진하여 힘이 느껴진다.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을까. 붉게 물든 철쭉단지 모습을 보고 싶다.
왼쪽 낙조대로부터 서쪽 서각봉에 이르기까지 길게 펼쳐진 대둔산 능선을 배경으로 철쭉꽃을 담아봤다.
맑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철쭉단지 아래에 전망대 옆에 있는 정자에 여러 사람 몰려들었다. 비는 곧 그치고 다시 햇빛 빛난다.
내년에 더 예쁜 모습으로 피기를 기대하며, 수락계곡 버스종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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